최근 장애계의 요구사안을 보면 해결 주체를 무조건 정부로 떠넘기는 습관을 보곤 합니다. 일자리 문제도 공공분야에 달라고 하고, 뭘 하나 하려고 해도 공공분야, 정부가 나서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것은 결국 장애계에도 손해를 볼 수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장애인 사회를 지탱하는 또 다른 축인 ‘민간’이나 ‘시장’에 대한 역할을 장애계가 재설정하지 않고 무조건 공공분야에게 해결을 위탁하는 것은 사실 위험합니다. 신자유주의가 도입된 시점으로 잠시 되돌아가보겠습니다.

사실 영미권에서 신자유주의가 도입되었었던 시점, 특히 영국의 마거릿 대처 수상 집권 시절은 정부의 역할이 너무 비대해져서 효율성에 대한 의심을 영국인 스스로 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대처 수상의 정책 상당수가 효율성 회복과 민간 분야 참여 활성화, 그리고 지금은 논란이 되고 있는 공공분야 민영화 등이 주요 집행 정책이었습니다.

다만 지금도 대처 수상의 정책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팽팽하지만, 그래도 ‘영국병’이라 불리기도 했던 공공분야의 방만함을 해결한 것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영국은 민간분야 참여나 효율성 등을 감안한 정책을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장애계의 요구 사항을 다 이뤄주면, 나중에는 ‘장애인판 한국병’이 생길 가능성도 적잖이 숨어있습니다. 정부가 모든 것을 다 하다 보니 공공분야가 비대해지고, 결국 비효율성 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요즘 정부의 정책적 방향이 민간의 참여를 독려하고, 공공분야 데이터도 개방해서 민간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요소가 적잖이 있습니다. 정부의 최종적인 목표는 ‘거버넌스’를 깔아주고 정부가 지원하면 민간에서도 할 수 있으면 하는 그런 시스템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발달장애인 공공일자리 정책 요구안을 보면 한숨을 쉽니다. 사실상 성과가 나지 않거나, 결국 정부 돈을 타먹으면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숨어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엠와이소셜컴퍼니와 하나금융그룹의 합작 사업인 ‘하나 파워온 임팩트’가 더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할 정도입니다. 그 프로젝트의 유일한 약점은 재정이 제한되어있어서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것 정도입니다.

민간분야에서 나름 잘 하고 있는 것이 보일 정도인데, 공공분야에서 다 하라고 하면 자칫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이 될까 두렵습니다. 즉,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닌 민간을 지원해서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입니다.

특히 일자리 분야는 공공분야가 아무리 창출을 해도 결국 소비는 민간과 시장에서 집행되는 것임을 감안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장애계도 무언가 사업을 집행하려면 민간과 시장의 영향력과 그들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게다가 정부는 이제 만기친람형 정부가 아닙니다. 정부도 해결할 수 없는 것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하는 것에도 이제 ‘과부하’가 걸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민간의 활동보다 정부가 나서라는 일각의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장애계가 공공분야에만 무리하게 요구를 하면, 결국 민간과 시장은 할 일이 없어집니다. 민간분야도, 시장도 나름 할 일이 있어야 효과적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역할 강화만큼이나 민간의 역량 강화도 중요한 것입니다. 장애계는 정부가 나서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하지만, 이제 정부도 지친 기색이 역력합니다. 게다가 지금 사회는 민간 분야의 역량 강화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정부 정책 집행도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대형 건설공사도 민간자본을 일부 끌어들여서 공사를 진행할 정도입니다. 서울지하철 9호선 건설에서 사용된 흔히 말하는 BTO 방식(민간자본으로 건설하고, 소유권만 정부에 양도한 뒤 일정기간은 민간에서 경영하는 방식) 같은 것이 대표적입니다.

민간과 시장도 나름 장애인 사회를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한 민간과 시장의 노력을 애써 부정하고, 정부에 모든 역량을 요구하는 것도 무리입니다. 가끔은 정부도 민간의 손을 잡고 싶어 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것이 더 효율적일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장애계가 너무 공공분야에 해결을 요구하는 것도 이제는 조금 줄여야합니다. 이러다가 민간분야나 시장은 손가락을 빨고 있으라는 것은 아니겠지요? 민간분야도, 시장도 나름 할 일이 있습니다. 장애계가 무리하게 공공분야에 힘을 빌려달라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부도 많이 지쳤으니까요. 이제 민간에서 조금 도와주는 것이 정부가 바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장애인 사회도 민간분야와 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을 잡아주고, 민간과 시장의 역할을 인정하면서 그들을 장애계 발전의 또 다른 한 축으로 인정하고 그들과도 협력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그렇게 봅니다. 그래서 장애계에 민간과 시장을 정중히 초청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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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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