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고속버스 타고 무장애 여행은 당진이다. 당진은 수도권과 가까이에 있어 언제든 가볍게 떠날 수 있는 여행지이지만 휠체어 사용 여행자에게는 대중교통이 용이하지 않아 쉽게 갈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러던 당진이 휠체어 탑승 가능한 고속버스가 시범 운행되기 시작하면서 휠체어 사용 관광약자도 여행하기 한결 가벼워졌다. 당진을 가기 위해서 아침 일찍 서둘러 고속버스터미널 센트롤파크로 갔다.

오전 7시 30분 차를 타기로 했다. 호남선 센트롤파크 터미널은 널찍하고 깨끗해 기분 좋고 다목적 화장실도 잘 정돈되고 공간도 충분하다. 속버스를 타려면 탑승 20분 전에는 승강장에 도착해 있어야 버스 기사님과 관계자가 준비를 한다고 한다.

승차 20분 전 13번 승강장에서 대기 하고 있었다. 곧이어 관계자가 나와 버스 승차 여부를 묻는다. “버스에 이용하실 건가요?” “네, 당진여행 갈거거든요” 관계자는 분주히 움직인다.

그런데 승차 전 20분이 지났는데도 버스가 도착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라도 난 것인지 궁금하던 차에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 기사님이 회사에서 관계자는 늦게 받아서 허둥지둥 왔다는 것이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리프트가 장착된 고속버스에 올랐다. 차량이 곧 비휠체어 승객을 태우고 출발했다. 당진까지는 이동 시간은 1시간 40분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중간에 휴게소에서 정차하지 않는다. 버스는 고속도를 매끄럽게 달리기 시작하고 풍경은 빠른 화면처럼 스쳐 간다.

당진 고속버스터미널 도착 10분 전, 장애인콜택시를 요청했다. 당진장애인콜택시는 당진 지체장애인 협회에 며칠 전 이용 신청을 하고 충남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로 이용 당일 전화하면 즉시콜로 이용 가능하다.

장애인콜택시 운행은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고속버스가 터미널에 진입하려는데 장콜이 도착했다고 전화가 온다. 휠체어 사용 고속버스 승객은 비장애인 승객이 다 내린 후 하차해야 하니 조금 기다려 달라고 했다. 버스에서 내리고 터미널을 둘러 볼 새도 없이 곧바로 장애인콜택시를 타고 외목마을로 이동했다.

장애인콜택시에 승차하니 기사님께서 고속버스를 어떻게 타고 올 수 있는지 신기하며 이것저것 물어본다. 그동안 당진에 있는 장애인들은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나가려면 장애인콜택시를 미리 예약해서 3만원에서 5만원 정도의 금액을 지불하고 병원 이외는 이용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서울에서 당진까지 고속버스 요금은 편도 7000원, 왕복을 해도 1만4000원이다. 그동안 휠체어 사용 장애인은 대중교통편이 없어 몇 배의 요금을 지불 하고 병원까지만 이동 가능한 차별을 일상처럼 경험하며 살았던 것이니 혀를 찰 노릇이다.

기사님은 리프트 장착된 고속버스가 운행하니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는 고객 중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과 열애 중인 고객에게 기쁜 소식을 얼른 알려줘야 한다고 한다.

당진을 오가는 커플 중 한 사람은 서울이 거주지 이어서 주말에는 승용차를 타고 연인을 보러 오지만 전동휠체어를 사용 하는 당진 거주 장애인은 서울까지 갈 방법이 없어 애만 태운다고 했다. 이젠 고속버스가 사랑의 메신저 역할까지 할 수 있다며 자신의 일처럼 좋아한다.

왜목마을에 도착했다. 왜목마을은 해변엔 거대한 왜가리가 조형물이 여행자를 반긴다. 왜목마을은 독특한 지형의 영향으로 해돋이와 해넘이, 달맞이는 물론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물경위로 펼쳐지는 별자리까지 감상 할 수 있는 곳이다. 왜목 앞 바다는 천상의 은하수를 의미한다.

해변 한가운데는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오작교가 있어 둘의 사랑과 행복이 영원히 지속되길 기원하는 뜻에서 조성됐다. 오작교를 휠체어를 타고 건너본다. 바다는 푸른 물감을 풀어 잔잔히 일렁이고 바다위에 떠 있는 섬은 바다의 풍경을 심심하지 않게 해준다.

데크로를 따라 걷다가 등대까지 갔다. 등대가 있는 방파제에서는 세월을 낚는 강태공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바다와 등대와 섬의 풍경은 수채화를 그려 놓은 것 같다.

여행에서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해변에 늘어선 음식점 중에 휠체어 접근 가능한 곳은 몇 곳 안된다. 그중에 경사로가 설치돼 있는 불타는 조개구이 집에서 제철 음식인 간재미 무침과 매생이 굴국밥으로 민생고를 해결하고 바로 위에 있는 카페로 발길을 이어갔다.

커피볶는 집 아트바젤은 바다가 보이는 창 넓은 집이다. 파란 바다를 마음껏 창 안으로 들여놓으며 진한 커피 한잔의 여유로 여행의 깊이를 더해 본다. 대중교통이 없어 막연했던 왜목마을도 이젠, 휠체어 사용 장애인도 느닷없이 떠날 수 있게 됐다.

여행의 시작은 이동이다. 리프트 장착된 고속버스가 운행하면 장애인 등 관광약자의 여행문화도 변화의 길을 맞고 있다. 이에 따라 무장애 여행 정보, 물리적 환경, 서비스의 변화 등 많은 것들이 변해야 한다. 무장애 여행은 누구든 갑자기 혹은 느닷없이 떠날 수 있는 환경이어야 진정한 무장애 여행이기 때문이다.

-가는 길

호남선 고속버스터미널 센트럴파크

당진행 고속버스 이용 3일전 예약

충남광역이동지원센터

즉시콜 1644-5588

-접근가능한 식당

불타는 조개구이 041-357-3694

바다횟집 041-352-8232

커피 볶는집 아트바젤 041-352-7377

-접근가능한 화장실

왜목마을 해변 중간

문의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http://knat.15440835.com/

휠체어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왜가리 조형물. ⓒ전윤선

왜목마을 바다. ⓒ전윤선

왜목마을 표지석. ⓒ전윤선

바다와 등대, 그리고 여행자. ⓒ전윤선

해변 모래 밭에 데크로. ⓒ전윤선

커피볶는 집 아트바젤. ⓒ전윤선

장애인 화장실. ⓒ전윤선

당진 장애인 콜택시. ⓒ전윤선

당진 시외 고속버스 터미널. ⓒ전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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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선 칼럼니스트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일시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해방감은 평등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의 장벽을 걷어내며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돈 쓰며 차별받지 않는 여행, 소비자로서 존중받는 여행은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모두를 위한 관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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