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1일 부산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오고 며칠 만에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서 지역사회 분위기가 술렁이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발병 환자가 속출하고 강력한 전염성과 병의 진행에 꽤 충격을 받았었다. 그러나 막연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대구 신천지와 청도 대남병원에서 많은 수의 확진자와 더불어 사상자까지 속출하자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나라에 확진자가 나왔을 때와 부산 인근 도시에 확진자가 나왔을 때 심각성의 강도는 확실히 달랐다. 그러니 부산 같은 구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사실에 '아, 남의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사람의 마음이 다 그런 걸까? 아니면 내가 안전불감증에 너무 이기적인 걸까?

1인 가구의 확대와 혼족이나 각자도생 등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트렌드처럼 사회문화가 바뀌어 가고 있지만, 현재 코로나19 사태를 비추어 보면 인간은 절대 혼자일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직접적인 유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어떤 매개로든지 서로 관계하며 연결지어진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그러니 묻지마 사건이나 환경오염을 사회문제로 다루고 바라보는 게 당연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장애인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비장애인들은 장애인 문제를 타자의 문제 즉, 나와는 무관한 문제로 바라본다. 그러나 오늘날 10명 중 9명이 사고나 질병에 의한 후천적 장애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장애인 관련 문제는 비단 장애인 당사자만의 문제가 될 수 없다.

장애 역시 코로나19처럼 원치 않았지만 어느 순간 어떤 이유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내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도 않았고 노출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기에 상황을 주시하며 예방과 방역에 만전을 기하는 것처럼 장애인 문제도 그런 식으로 바라보고 다루어져야 한다. 비록 지금은 장애인이 아니지만 나도 장애인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장애인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

장애인 문제가 장애인 당사자만의 문제라면 장애인들만 노력하고 변화하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억압, 무시도 장애인들만 잘하고 바뀌면 해결되는 것인가?

장애인 문제는 거의 100% 사회환경과 비장애인과의 관계에서 기인하여 연관되어 있다.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물리적 환경이 보장되어야 하고 이런 환경은 비장애인들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장애인 문제에 있어서 장애인 당사자가 배제되어서도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비장애인들의 참여와 관심 없이 해결한다는 것 역시 무리임을 인정해야 한다.

장애인에게 강조되는 말 중에 자립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비추어 볼 때 오늘날의 우리는 절대 자립적일 수 없다. 스스로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여가를 즐기지만 음식의 식자재나 옷 그리고 문화 콘텐츠를 제공 받기 위해서는 누군가에게 의존해야 하므로 온전한 자립이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에게 자립을 강조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하여 주류에 해당하는 것만을 자립이라 할 수 있는가? 아이들에 대한 돌봄이나 노인들에 대한 도움에 대해 자립을 거론하지 않는다. 그들의 미성숙과 쇠약은 그대로 인정하고 용인되는데 어째서 장애인의 신체적 불편함은 그대로 받아들여 지지 않고 비정상이라는 범주에서 자립을 강조 받아야 하는 걸까?

정도의 차이일 뿐 누구나 타자에게 의존하며 살아가는데 장애인에게 유독 자립을 강조하는 것은 장애인 당사자들이 장애를 핑계로 무조건 의존하는 존재로 여기는 듯하다. 설혹 사회가 바라는 일정 기준의 자립을 장애인에게 바랄 때 사회 인프라나 비장애인의 변화 없이 장애인 당사자만의 노력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코로나19 사태를 비추어 보면 우리 모두는 절대 자립적이지 못하며 어떤 매개로든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는다. 며칠 전 읽은 책에서 연립이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었는데 이는 의존도 혼자도 아닌 함께 일어서기를 의미한다고 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것이 바로 이 연립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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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칼럼니스트 9년 전 첫아이가 3개월이 되었을 무렵 질병으로 하루아침에 빛도 느끼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 되었다. 상자 속에 갇힌 듯한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나를 바라볼 딸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삐에로 엄마가 되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삐에로 엄마로 살 수는 없었다. 그것이 지워지는 가짜라는 걸 딸아이가 알게 될테니 말이다. 더디고 힘들었지만 삐에로 분장을 지우고 밝고 당당한 엄마로 아이와 함께 세상 밖으로 나왔다. 다시 대학에 들어가 공부를 하고 초중고교의 장애공감교육 강사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2019년 직장내장애인식개선 강사로 공공 및 민간 기업의 의뢰를 받아 교육강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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