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하거나 멋지거나 표지. ⓒ최순자

장애통합반 아이들이 제작자, 감독자, 미술 감독 등으로 역할을 나누어 뉴욕행 티켓을 얻기 위한 ‘작은 영화제’에 출품할 영화를 제작한다. ‘통합교육반 친구들의 완벽한 순간들’이라는 부제목을 달고 있는 프랑스 청소년 성장 소설 ⟪삐딱하거나 멋지거나⟫이야기다.

장애통합반 교사 이랜드는 출산 시 탯줄이 목에 감겨 제대로 산소 공급을 받지 못해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으로 뇌장애를 갖고 있는 주인공 블라드의 학교생활 도우미이다. 그는 장애통합반 아이들의 영화 만들기 프로젝트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교감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아이들을 격려만 해달라고 부탁한다.

“장애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돕는 도우미 선생님들은 반드시 아이들의 삶에 관여해야만 해요. 우리는 이 아이들과 하루 8시간을 함께 보냅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학교에 적응하고 다른 친구들과 섞이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조형 예술을 담당하는 선생님을 비롯한 다른 분들도 “대단히 훌륭한 아이디어입니다.”, “매우 멋지고, 놀랍고, 반짝거리는 프로젝트예요.”, “요즘 학생들은 영상 언어에 특히 민감합니다. 유튜브, 영상, 시리즈로 된 드라마 같은 것들을 무척이나 좋아하죠.”라고 거든다.

또 어느 선생님은 연습하다 넘어져 아파서 우는 아이를 일으킨 뒤, 아이 뺨에 흐르는 눈물을 자기 소매로 닦아준다.

삐딱하거나 멋지거나 뒷표지. ⓒ최순자

교사들의 장애아동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랑과 헌신적인 모습을 그린 장면을 보고, “내가 왜요?”라는 말이 뇌리를 스쳤다. 몇 년 전 내가 운영하는 연구소 주최로 ‘장애통합’ 관련 세미나에서, 강연을 맡은 강사가 장애통합반에서 겪었던 사례 발표 중 전한 말이다.

강사는 장애통합반 특수교사로 근무했다. 어느 날 장애통합반에서 돌보고 있는 세 명 중, 한 아이의 행동으로 다른 아이들을 함께 돌보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 같이 근무하는 교사에게 다른 아이 두 명을 잠깐만 봐달라고 했다.

부탁을 받은 교사는 서슴없이 “내가 왜요?”라고 했다. 그 교사는 내가 왜 당신이 책임지는 장애아동을 돌봐줘야 하느냐는 의미로 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사례를 전한 교사는 교사의 대우도 언급한다. 즉 당시는 장애통합반이라 하더라도 특수교사 자격증을 가진 교사와 자격증 없이 배치된 일반교사와는 급여에서 차이가 있다 보니, 그럴 수도 있었을 거라는 것이다.

대우에서 차이 때문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교사로서의 인성과 자질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교사 양성과정에서 인성과 자질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과정에 비중을 두고 편성 운영하여야 할 것이다. 기술적인 측면은 그다음이라 생각한다.

소설 속 주인공 블라드의 할아버지는 손자가 짚고 다닐 지팡이를 직접 만들어 주고 장애가 전혀 없는 것처럼 대한다. 그런 할아버지와 관계를 블라드는 “어떤 면에서 이 암묵적인 규칙은 제 기능을 훌륭하게 해내게 한다. 할아버지와 있는 동안에 나는 새처럼 자유롭다.”고 한다.

‘작은 영화제’에서 뉴욕행 티켓을 받게 된 블라드는 시상을 위해 단상을 오른다. 단상까지는 네 개의 계단이 있다. 그는 “나한테는 네 개의 계단이 히말라야와 다름없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 장애를 가진 손자를 보고 할아버지는 “네가 가진 가치와 재능에 비하면 네 장애는 아무것도 아니야.”라며 함께 기뻐해 준다.

장애통합교육 현장에서는 무엇보다 교사의 태도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교사 양성과정부터 교사의 인성 함양을 위한 교육과정 운영을 바란다. 또 교사는 장애 아동을 블라드의 할아버지와 같은 관점으로 봐 주었으면 한다. 소설이 현실이 되는 성숙한 사회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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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자 칼럼니스트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을 운영하며 대학에서 아동심리, 발달심리, 부모교육 등을 강의하고 있다. 상담심리사(1급)로 마음이 아픈 아이와 어른을 만나기도 한다. 또 한 사람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모와의 애착형성이 중요하다고 보고 부모교육 강사로 이를 전하기도 한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 누구나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에 관심이 있다. 세계에서 장애통합교육을 잘하고 있다는 덴마크, 싱가포르 학자 외 일본, 헝가리, 인도 학자들과 국제연구를 한 적이 있다. 아이 발달은 아이들이 가장 사랑받고 싶은 대상인 부모 역할이 중요성을 인식, 박사논문은 아이발달과 부모 양육태도와의 관계에 대해 한국과 일본(유학 7년)을 비교했다. 저서로는 ‘아이가 보내는 신호들’ 역서로는 ‘발달심리학자 입장에서 본 조기교육론’ 등이 있다. 언제가 자연 속에 ‘제3의 공간’을 만들어,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으며 글 쓰면서, 자신을 찾고 쉼을 갖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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