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이 국내외 영화계에서 큰 상을 수상하고 인정받은 일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이것이 한국의 문화가 세계화를 이루었다고도 말할 수 있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한번 히트를 치고 상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러한 우수성을 지속적으로 인정받는 한국 영화계가 되어야 진정한 발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에 대한 평론들을 보면, 다양한 장르가 복합되어 있는 융합적 장르다, 사회계층의 양극화를 다루고 있는 영화다, 무언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어 상상력을 키우고 그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다 등등의 평가를 하고 있다. 다다이즘처럼 무언가 알아듣기 어려운 말이지만, 이해하기 위해 고민하게 만드는 여운이 있다, 작품으로 흥행성이 있다, 사회현상에 대한 비판이 있다고 정리가 된다.

영화의 줄거리를 살펴보자. 민혁이 과외 알바를 하던 것을 유학을 가게 되어 친구 기우에게 자신의 알바를 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수석을 선물한다. 기우는 대학을 가지 못하고 온 가족이 알바를 전전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그 일조차 없어 박스를 접고 있다. 민혁은 자신의 제자인 여고생 다혜를 다른 친구에게 맡기면 점찍어둔 여자를 빼앗길까 봐 한참 기우는 기우에게 부탁한 것이다.

기우는 재학증명서를 위조하여 취업을 하게 되고, 다혜의 남동생 다송이가 미술을 좋아하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을 알고 미술에 특기가 있는 자신의 동생 기정을 가족임을 속이고 유학파로 위장하여 과외교사로 소개한다. 기정은 다혜 아버지 박동우의 운전기사인 윤기사 차를 타고 가다가 팬티를 좌석 아래 숨겨서 사장으로부터 오해를 받게 하여 해고하게 한 다음, 자신의 아버지 기택을 친척으로 소개하여 박 사장의 기사가 되게 한다.

그리고 기정은 가사도우미 문광이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는 것을 알고는 복숭아털을 이용하여 기침을 하게 한 다음 폐병이 있는 것처럼 속여서 해고당하게 한 다음, 자신의 엄마 충숙을 가사도우미로 일하게 한다.

박 사장이 다송이 생일을 위해 가족 캠핑을 떠난 집에서 온 가족은 박 사장집에서 파티를 하고 있는데, 문광이 찾아와 지하실 비밀 벙커에 숨겨둔 남편 근세에게 먹을 것을 주고 계속 숨겨달라고 충숙에게 부탁하다가, 기우가 계단에서 굴러 발을 밞히면서 “아부지!”라고 하는 바람에 한 가족임이 탄로 나자, 문광은 스마트폰 동영상을 찍어 주인에게 알리겠다며 협박한다.

싸움 끝에 문광은 죽고 근세는 다시 지하에 갇힌다. 폭풍으로 캠핑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온 박 사장네집을 기우, 기택, 기정은 몰래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온다. 폭우로 졸지에 반지하집에 물난리가 나서 체육관 대피소를 찾는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 밤 다송은 정원에 텐트를 치고 박 사장과 아내 연교는 거실에서 아들을 지켜보며 러브신을 가진다.

연교는 다음날 날이 화창해지자 다송이를 위해 깜짝 파티를 준비한다. 기우가 수석을 들고 지하로 가서 문광과 근세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다시 몸싸움이 일어나고 근세는 지하실을 뛰쳐나와 정원 파티장에서 기정과 기택을 공격한다.

기택이 정신없이 근세와 싸우는 과정에서 근세의 공격으로 기정이 죽고, 기택에 의해 박 사장이 죽게 된다. 문광의 사체는 기택에 의해 몰래 정원에 묻히게 되고, 사건은 근세의 묻지 마 살인으로 처리된다.

기택은 지하실에 숨어 지내게 되고, 기우는 전단지 알바를 하며 지내게 된다. 기우는 박 사장집이 잘 보이는 산을 올라 망원경으로 내려다보다가 기택이 불빛 신호로 보내는 모르스부호를 해독하여 아버지가 있는 것을 알게 되고, 돈을 많이 벌어 그 집을 사서 아버지를 구출하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 영화에서 가난한 사람이든, 부자이든 사용하는 언어 수준은 비슷하다. 다만 속이고 기생하는 입장과 부자라서 순진하게 속는 입장만 다르고 씀씀이가 다르다.

기우, 기정, 기택 등의 이름에서 ‘기’는 기생충의 첫 글자이고, 기택의 아내 충숙은 기생충의 끝 글자가 들어 있다. 기생충은 남의 영양분을 노력 없이 빼앗아 먹어 결국 상대를 망가뜨린다. 양극화를 나타낸 것이라면 하층민의 비유를 기생충에 한 것은 하층민에게 사회에 폐를 끼치는 존재라는 선입견을 가지게 할 수 있다.

수석은 여러 상징의 의미가 있다. 공격의 무기로 사용되기도 하고, 기생충이 되기로 한 계획의 모티브이기도 하고, 박 사장 집을 사기 위해 많은 돈을 벌고자 하는 계획의 모티브이기도 하다. 즉 현재의 불만족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에너지를 상징한다.

이 영화에서 기우가 다혜에게 문제를 풀게 하면서 시험은 앞으로 치고 나가는 것이라며 실전은 기세라고 말한다. 폭풍우가 쏟아지던 날 집으로 돌아오면서 기택은 앞으로 계획에 대해 무계획이 계획이라고 말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기우가 아버지를 구출하는 계획과는 대립을 이룬다.

기정이는 다송이를 쇼를 한다고 하면서 척하는 설정이라고 말한다. 연교는 ADHD(주의결핍 과다행동) 장애로 인식한다. 다송이는 부엌에서 생일날 케이크를 꺼내어 먹다가 지하실에서 나온 근세를 보고 귀신을 본 것으로 놀라 트라우마가 생겼고, 연교는 치료의 대상으로 보고, 박 사장은 맞장구를 치며 맞추어 준다.

다시 생일을 맞아 집에서 얻은 트라우마를 잊게 하려고 집 밖의 캠핑 계획을 하였고, 다시 깜짝파티로 잊게 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그 귀신의 실체를 보게 된다. 부자집의 아픈 곳은 결국 치유가 아니라 더욱 큰 불행의 예시가 되어버린 것이다.

다정이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미술치료의 지식으로 해석한 다송이의 그림 해석에서 검은 그림자가 바로 트라우마를 상징하는 것으로 부자의 완벽함은 없음을 말하고 있다. 사회현상이나 비판이라면 경찰이 정원의 유기현장이나 지하실 발견을 못하고 사건이 왜곡되는 것, 가지지 못한 자들이 기생충이 되어 과욕으로 가지려고 위장을 하고 속이는 것, 민혁이 장래 애인감으로 보호를 부탁했으나 기우가 소유해버린다는 것, 짜파구리를 다송이가 좋아한다고 끓였으나 먹지 않자 박 사장, 충숙에게 권하고 그들도 먹지 않겠다고 하자 연교가 먹고 있는데 다혜가 왜 나에게는 묻지 않느냐며 화를 냄으로써 의도하지 않아도 불만은 존재한다는 것, 아무리 속임수를 써도 잠시 누리는 듯하지만 다시 내려오게 된다는 것, 그렇지만 끝까지 새로운 꿈을 꾼다는 것 등일 것이다.

가족의 죽음과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도 분개하기보다는 실실 웃으며 넘어가는 것이 삶의 한 방식이나 가족의 위기 앞에서는 기우가 자기가 다 책임을 지겠다며 수석을 들고 지하실로 내려가는 결심을 하는 것에서, 그리고 영어 위트나 가장의 허풍 등은 등장인물의 캐릭터 형성이나 관객의 흥미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다송이 폭우 속에 텐트를 치고 노는데 거실에서 그저 바라보다가 잠이 드는 것은 어찌해 볼 수 없는 장애아이를 가진 부모의 아픔이 담겨져 있는 것 같고, 하지만 잠들기 전 러브신은 방임으로 오히려 느껴지게도 만든다.

이 영화의 아쉬움은 상을 받았다는 사실 위에 혹독한 비판을 하기보다 칭찬에 편승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특히 사회의 양극화를 주제로 한 것이라면 기생충이 아니라 삶의 찌질한 모습의 나열이 아니라 근본적 원인과 해결책을 찾는 접근이 있어야 했다.

단지 기생충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기단이 되었다가 피해만 보고 도로묵이 되었다는 단순한 이야기로 작품성을 논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우리의 현실에서 권력다툼을 비꼬는 골계미, 풍자의 미학을 찾는 것은 어떨까 한다.

기세는 원칙 없는 여론전, 근세의 지하 공간이 기택의 공간이 되면서 신호를 보내지만 아는 사람 없는 지하세계에 잊혀진 소외자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존재하는 자를 뜻하는 것은 아닐까? 빚에 쫓기든, 범죄를 저지르고 도피를 하든 간에 그 공간은 항상 누군가가 존재하는 공간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