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이들이 보이는 행동 중 주의산만, 공격성, 떼쓰기 등의 행동을 문제행동이나 부적응행동이라 하기보다 ‘신경 쓰이는 행동’이라 부르자고 제안한다.

왜냐 하면 그들이 보이는 행동은 더 관심받고 싶다, 더 사랑받고 싶다, 상처받고 있다 등의 신호를 보이는 행동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영유아의 행동은 부모나 교사 입장에서 보면 조금 신경 쓰인다는 의미에서 ‘신경 쓰이는 행동’으로 생각하고, 어떻게 발달과 성장을 지원할지 고민해야 한다.

언어는 인간의 사고(思考)를 나타내며, 그 사고는 인간의 행동을 규정한다. 그래서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를 ‘존재의 집’이라 했다.

만약 아이들이 보이는 마음을 읽지 못하고 문제행동이나 부적응행동이라 하면, 외부에서 강압적인 지도를 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이 보이는 증상을 더 악화시킬 염려가 있다. 영유아가 보이는 행동, 그 이면에 숨은 심리를 헤아려 보살펴 주어야 한다.

와카쿠사보육원(어린이집) 견학.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필자(통역). ⓒ최순자

동경에 있는 와카쿠사보육원(어린이집)의 경우, 이를 잘 실천하고 있다. 이곳은 동경 유학 시 선배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이다.

내가 ‘유아의 사회도덕성 발달과 부모 양육태도, 한국과 일본 비교’라는 박사논문 연구 때 부모들의 질문조사와 인터뷰 도움을 받기도 했다. 2018년 8월 말에 K시에서 장애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제자 원장과 함께 한 번 더 견학을 갔다.

이 어린이집의 반편성은 연령이 아니라 발달단계에 따른다. 예를 들면, 같은 연령이라도 의자에 앉아 손을 사용할 수 있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의자에 앉아 손을 사용할 수 있는 아이들 반, 그렇지 못한 반으로 나눈다.

신경 쓰이는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과 지원하는 교사들. ⓒ최순자

가장 특징적인 운영은 신경 쓰이는 행동을 보이는 영유아를 별도의 교실에서 적응시킨 후 각 교실로 보내는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방문 당시에는 5명의 영유아를 4명의 교사가 돌보고 있었다.

마침 우리가 방문했을 때 넓은 공간에서 5명의 영유아에게 1명의 교사가 앞쪽에 앉아 북을 치게 한다거나 의사표현 하는 방법을 지도하고, 2명의 교사가 영유아 뒤쪽에 앉아 도움을 주고, 다른 1명의 교사는 이 장면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신경 쓰이는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 보육실_좋네라는 교실명이 걸려있다. ⓒ최순자

이 아이들이 주로 지내는 교실은 ‘좋네’라는 이름이 붙여있는 공간이었다. 교실 이름을 이렇게 부르는 것은 아이들이 편안하게 지내도록 하기 위한 의도라 본다.

이 교실을 이용하는 영유아의 선정은 담임교사와 부모의 상담으로 이루어진다. 개별 지도를 받아 아이의 상태가 나아지면 원래 속해 있던 교실로 보내진다.

이러한 세심한 배려는 아이들의 신경 쓰이는 행동을 줄여준다. 우리도 인간발달에서 중요한 시기인 영유아기의 보육과 교육 현장에서 개별 영유아 발달 지원을 더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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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자 칼럼니스트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을 운영하며 대학에서 아동심리, 발달심리, 부모교육 등을 강의하고 있다. 상담심리사(1급)로 마음이 아픈 아이와 어른을 만나기도 한다. 또 한 사람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모와의 애착형성이 중요하다고 보고 부모교육 강사로 이를 전하기도 한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 누구나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에 관심이 있다. 세계에서 장애통합교육을 잘하고 있다는 덴마크, 싱가포르 학자 외 일본, 헝가리, 인도 학자들과 국제연구를 한 적이 있다. 아이 발달은 아이들이 가장 사랑받고 싶은 대상인 부모 역할이 중요성을 인식, 박사논문은 아이발달과 부모 양육태도와의 관계에 대해 한국과 일본(유학 7년)을 비교했다. 저서로는 ‘아이가 보내는 신호들’ 역서로는 ‘발달심리학자 입장에서 본 조기교육론’ 등이 있다. 언제가 자연 속에 ‘제3의 공간’을 만들어,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으며 글 쓰면서, 자신을 찾고 쉼을 갖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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