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각 정당에서는 총선 비례대표를 위해 영입 인사를 줄줄이 발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최혜영 교수를 영입했고, 정의당에서는 8번과 18번을 장애인으로 배정하고 경선을 준비 중이다.

장애인도 선거구가 있다. 지역에 장애인이 많이 살고 있어 장애인 선거구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비례대표에 직능별 대표로 장애인 대표를 공천하는 그것이 바로 장애인 선거구다. 비례대표로 장애인이 배정되면 장애인들은 장애인 선거구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각 정당에서 장애인 비례대표를 배정하지 않으면 그 당에서는 장애인 선거구를 없애버렸다고 생각한다. 정치참여를 바라는 장애인들에게 선거구를 무시한 것이다. 사회적 약자의 대변자를 염두에 두지 않은 정치권력에 실망을 하게 된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장애인 당사자를 한 명은 배정한다. 그런데 신체적 장애는 가지고 있으나 장애계에서 활동을 한 적이 없는 자이다. 이런 자는 장애인이기는 하지만 장애인 대표로 인정할 수는 없다.

장애계도 하나의 영지이다. 그 영지의 대표는 그 지역의 주민이어야 하듯이, 장애계 영지에는 장애인 대표성이 있는 자라야 대표로서 자격이 있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외부 사람을 대표로 세울 수는 없는 것이다.

장애인고용을 위해 의무고용제를 두어 일정 비율을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장애인을 한 명도 새로이 고용하지 않고 현재 고용된 직원 중에서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장애인 고용을 했다고 한다면, 원래 장애인 고용 의무제를 통한 장애인 고용 창출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이러한 것을 우리는 기만이고 꼼수라고 한다. 발굴장애인은 고용을 위한 법의 효력이 없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장애인 당사자를 영입한 것은 환영할 일이나, 너무 미화시키거나 장애를 극복한 사람으로 포장하여 내세우는 바람에 점수는 50점 정도밖에 줄 수 없다. 더구나 당 대표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잘못되어 비하 발언을 하여 장애인들을 실망시키면 점수는 마이너스 300점이 된다.

장애인 비하 발언 이후 당의 지지도가 5%나 하락한 것을 보면 비례대표 3명을 잃은 셈이다. 비례대표 3명을 더 만들려다가 오히려 3명을 잃은 셈이다. 국민들은 이렇게 현명하다.

자유한국당에서는 북한 인권운동을 한 탈북자를 영입하였다. 이 분도 참으로 훌륭한 사람인 것 같다. 하지만 이 사람을 장애인의 몫도 대신한 것으로 여긴다면, 점수는 0점이다. 이 사람은 장애인 선거구의 대표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노동계에서 비례대표로 한 사람을 내보낸다고 한다면, 정당에서 사장이나 자영업자가 아닌 근로자 출신도 비례대표 중에 있으니 그 사람도 노동자였으므로 노동계 대표라고 한다면 모두가 웃을 것이다. 노동 경험이 있다고 노동자 대표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장애인 대표는 장애인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대표성을 가진 자라야 한다. 무늬가 같다고 다 같은 제품은 아니다.

장애인 인구는 국민의 5%에 달하고 그 가족이나 장애복지계의 관련자를 포함하면 20%에 달한다. 이 인구가 모두 한 정당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의 비율이면 비례대표 여러 명을 결정할 수 있는 인구이다.

정당에서는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아 표를 모을 수 있으려면 표를 받을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지지를 이끌어 내고 믿음을 줄 수 있는 약속과 행동이 필요하다. 즉, 장애인 비례대표의 배정은 그 이상의 가치와 기여도가 있는 것이다.

정당에서 이런 좋은 기회를 스스로가 포기하고 그들에게 실망을 준다면 스스로가 정치적 지지를 받을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국민으로부터 표를 얻어 국민을 대변하려고 한다면, 이러한 장애인들을 포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민의 표를 얻고자 하는 정당이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있는데도 엉뚱한 사람을 데려다가 장애인 대표라고 하면, 오히려 외면받고 돌아설 것이다. 이것이 정치 불신을 만든다.

탈북 인권 활동가는 그들의 대표로서 충분하다. 하지만 장애인이라고 하여 장애인 대표까지 겸하도록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용으로 사용한다면 이는 장애인들에게 배신을 하는 것이다.

여당은 특히 재집권을 하거나 한 표라도 더 받아 힘을 키워 정당의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국민들에게 힘을 달라고 하면서, 좋은 정책을 만들어 주고 싶으나 힘이 없으니 힘을 달라고 하면서 스스로가 힘을 받을 기회를 포기하고 엉뚱한 길로 간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야당이 되어 그토록 어려움을 겪어 보았으면서 아직도 이런 이치를 깨우치지 못한다면 그러한 어려움은 계속되어야 한다. 아직도 멀었다는 것이다.

장애인 비례대표 자리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음을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한다. 장애인 5%는 여러 의원의 자리를 결정할 수 있는 힘인데, 그 힘을 받을 기회를 맞이하고도 보지 못한다면 그 기회는 다시 4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4년이 지난다고 국민들이 마음을 열지도 약속할 수 없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이왕 장애인 대표를 선정할 것이라면 선거 전략상 선거에 임박해서가 아니라 조기에 선정을 하여 발표함으로써 선거운동의 효과를 보아야 할 것이다.

각 정당이 모두 장애인 대표를 비례대표로 배출하는 마당에 굳이 한 정당에서 신체적 장애인이니 이것으로 장애인 몫이라고 변명을 한다면 그런 이유로 인하여 그 정당은 다시 야당으로서의 서러움을 뼈아프게 경험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들은 늘 사회로부터 편견과 차별 속에 멸시와 천대를 받아 왔기에 자연적으로 단결력이 매우 강하다. 자신들을 기만하는지 정도는 눈치로 바로 알아본다. 정당에서 5% 지지율을 높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 것이다.

군소 정당이라면 5%만으로도 정당의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그 5%를 장애인들에게서 받는다면 그러한 군소정당을 하나 통합한 효과이고, 정당에도 희망이 생기는 일이다. 이런 정치적 셈법을 모른다면 우리는 그러한 정당을 벼릴 수밖에 없다.

과거 장애인 당사자를 의원으로 공천해 주었더니 제 몫을 못하더라는 평이 있는 것으로 안다. 이는 장애인이라서가 아니라 그 사람 개인이 잘못하거나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장애인 한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장애인 모두가 그런 취급을 하는 것은 오해이다.

그런 사람을 공천한 정당이 능력이 부족한 것이지, 장애인이라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 한 사람을 보고 장애인 모두를 그럴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마치 한 이성을 사귀고 실망하여 모든 이성은 그럴 것이라고 믿고 사랑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한 대학 인사를 고용한 후 실망하여 다시는 그 대학 출신을 뽑지 않는 편견 속의 포로이다. 정치는 이러한 편견을 없애고 소통하고 포용하고 화해하는 일이다. 사회지도층이 바로 이런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제 자유한국당이 응답할 차례다. 장애인계 대표를 정치권에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땜질로 넘어가는 정치적 사기를 또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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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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