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천문대 모습. ⓒ Pixabay

오늘부터는 미국 서부여행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총 12일의 여정으로 떠나는 서부여행은 로스앤젤레스(이하 LA)-샌디에고-라스베이거스-샌프란시스코, 이렇게 4개 도시를 둘러 볼 것이다. 그래서 왕복 항공권(아시아나항공)도 LA로 들어가고 샌프란시스코에서 나오는 것을 출국 9개월 전에 84만원에 샀다. 꼭 가고픈 곳이 있다면 미리 예매하시길.

미국여행을 준비할 때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ESTA(Electronic System for Travel Authorization)를 인터넷으로 신청하여 발급받아야 한다. ESTA는 미국 정부기관에 의하여 미국으로의 비행기 혹은 선박 탑승 허가 이전에 여행객들을 미리 선별하기 위해 개발된 온라인 신청 시스템이다. 비자 면제 프로그램으로 미국에 입국하는 모든 사람은 승인된 ESTA 비자 여행허가서를 소지해야 한다.

이것이 없으면 미국 입국이 안 되니 출국 전에 반드시 준비하자. 예전에는 미국 비자를 받으려고 미국대사관에 긴 줄을 서야 했다는데 전자여권이 보편화된 요즘은 ESTA 홈페이지에서 수수료를 내고 ESTA를 받으면 된다. 최근에는 ESTA 홈페이지에 한국어도 지원된다고 하니 편하게 발급받을 수 있다.

2018년 1월 말 어느 오후, 나는 LA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2시간 반 정도의 비행시간이 나에게 큰 짐으로 다가왔지만 어려서부터 꼭 가고 싶었던 미국을 간다는 설레임으로 이를 극복하려 했다. 그러나 한번 자리에 앉으면 엉덩이를 전혀 뗄 수 없는 전신마비인 나는 역시 예상대로 엄청난 고통 끝에 오전 9시경 LA공항에 도착했다.

미국여행을 준비하면서 여러 글을 읽어보니 입국심사 때 인터뷰를 잘해야 한다는 내용이 참 많았다. 주요 질문들도 정리되어 있었는데 실제로 입국심사를 받아보니 그 예상 질문들이 그대로 내게 주어졌다. 주로 ①무슨 일로 여기에 왔나? ②얼마 동안 여기에 있나? ③어디에서 묵을 것인가? ④LA 외에 다른 도시도 가는가? ⑤언제 한국으로 돌아가는가?, 질문의 요는 이 사람이 미국에 들어와서 돌아가지 않을까봐 묻는 것이다. 그러니 얼마 동안 있다가 언제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정확하게 이야기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LA공항에서 시내까지 들어가는 방법은 렌터카, 택시, 버스 등이 있다. 안타깝게도 지하철이 공항까지 이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나는 시내버스를 타고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간 후 지하철로 LA 시내로 입성했다. 차로는 1시간 정도가 걸리는 거리였는데 초행이고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며 오다 보니 2시간 정도 소요됐다.

먼저 한인타운 근처에 있는 숙소에 짐을 풀고 나는 서둘러 그린피스 천문대(Griffith Observatory, 월요일 휴무)로 향했다. 그린피스 천문대는 영화 ‘라라랜드’에서 남녀 주인공이 달빛 아래 춤추는 장면으로 유명하다. 나도 그 장면을 떠올리며 그린피스 천문대로 향한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그곳에 가려면 지하철로 버몬 선셋역(Vermont/Sunset Station)까지 간 후 거기서 천문대로 가는 DASH 버스를 타면 된다. DASH 버스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저상버스이고 기사도 친절했다. 정말 많은 관광객들이 이 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타는 버스를 타면 실수는 없을 것이다. 20분 정도를 가면 그린피스에 도착한다. 아참, 천문대가 산 위에 있어 올라가는 길이 가파르니 버스 안에서 휠체어가 밀리지 않도록 주의하자.

그린피스 천문대에서 보이는 LA 시내. ⓒ Pixabay

그린피스 천문대를 제대로 관람하려면 해가 질 무렵에 가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해가 있을 땐 LA 시내 전경을 360도 뷰로 볼 수 있고 해가 지고 나면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과 LA 야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DASH 버스에 내려 천문대로 서서히 올라가니 영화배우 제임스 딘(James Dean)의 동상이 있었다. 알고 보니 지금 우리는 영화 ‘라라랜드’로 그린피스 천문대를 많이 기억하고 있지만 이전에는 제임스 딘이 출연한 ‘이유 없는 반항’의 촬영지로 유명했다고 한다. 나는 이 사실을 나중에 알아서 그 당시 혼자 속으로 ‘제임스 딘이 여기 왜 있지?’라고 생각했다.

그린피스 천문대는 매우 큰 규모의 천문대이다. 내부로 들어가면 태양계를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곳이 있다. 행성들의 크기와 각거리를 실제 크기와 거리에 맞는 비율로 만들어 놓아서 한눈에 태양계의 구조를 입체감 있게 볼 수 있다. 각 행성들의 크기, 둘레, 공자전 시간, 중력 크기 등을 아주 쉽게 소개하고 있어 아이들에게는 좋은 교육이 될 것 같았다.

천문대 안 여기저기를 구경하다 보니(아트샵 최고임!) 내가 기다리던 시간이 다가왔다. 바로 해가 지는 일몰의 시간. 나는 미리 LA의 일몰시간을 검색해 갔기에 그때쯤 돼서 전망대로 나왔다. 벌써 사람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나는 LA 시내가 한눈에 내다보이는 테이블에 앉아 샌드위치와 커피를 시켜놓고 해가 지기만을 기다렸다.

그린피스 천문대에서 멀리 보이는 할리우드 사인을 배경으로 선 필자. ⓒ 안성빈

얼마나 지났을까. 벌건 태양이 저 멀리 지평선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LA 지역은 사실 사막지역을 개척한 것이라 거의 평지이다. 우리나라처럼 서산 너머로 해가 지는 것이 아니라 지평선 아래로 해가 지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점점 밤하늘이 어두워지고 별이 하나둘 뜨기 시작한다. 서울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별들이 이곳에 다 몰려있을 줄이야.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반짝거리고 아래로는 LA 야경이 반짝거리는 그린피스를 뒤로하고 나는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근처에 바로 한인타운이 있어서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간단한 음료수와 먹거리를 사러 한인타운을 갔는데 난 깜짝 놀랐다. 여기는 아메리카가 아니었다. 우리 동네에서 볼 수 있는 CU 편의점, 파리바게트, 김밥천국, 신선설렁탕 등이 있었다.

내가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너무나 밝은 웃음과 아주 정확한 우리말 발음으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주던 스페인계 미국 청년의 얼굴이 지금도 선하다. 한인타운에 살면 영어 한마디 못해도 평생을 살 수 있다 하더니 직접 보니 정말 그랬다.<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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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빈 칼럼니스트 사지마비 장애인(경수손상 5, 6번)으로 현재 (사)로이사랑나눔회 대표이며 미국, 호주, 유럽 등을 자유여행한 경험을 본지를 통해 연재할 것이다. 혼자서 대소변도 처리할 수 없는 최중증장애인이 전동휠체어로 현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다닌 경험이기 때문에 동료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모쪼록 부족한 칼럼이지만 이 글을 통하여 우리 중증장애인들이 스스로 항공권, 숙소, 여행코스 등을 계획하여 보다 넓은 세계로 나아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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