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전 바라봄 사진관 개업당시 모습. ⓒ나종민

사진은 나의 전공도 직업도 아니었다.

45세의 이른 은퇴 후 21년간의 직장생활이라는 거대한 짐을 내려놓고 새로운 인생을 찾는 길에서 사진을 만났다.

아이들의 성장을 멈추게 할 수 있어 좋았고 눈에만 담아두기 아까운 풍경을 카메라 속에 넣어 영원히 간직할 수 있어 좋았다.

이런 사진이 나눔의 도구로 변신한 것은 2009년 희망제작소에서 시니어 은퇴 교육을 받는 중 재능기부라는 말을 알면서부터였다.

사진으로 여기저기 재능기부를 다니던 어느 날,

“혹시 사진관에서 나오셨나요?”

뇌병변 장애 아이(문수)의 엄마는 사진 촬영 봉사를 나온 나에게 물었다.

“아니요. 저는 봉사 나왔습니다. 왜 그러세요?”

“혹시 사진관에서 나오셨으면 가족사진을 찍으려고요.”

가족사진은 동네 사진관에서 찍으시면 되지 왜 물어보시나 의아했다. 그분들 입장에서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당연한 의문이었다.

문수는 앉기도 서기도 힘들고 표정관리는 더더욱 안된다. 문수를 데리고 사진관을 가는 것이 도저히 용기가 안 났던 엄마에게는 나처럼 장애인 행사에 사진 봉사를 나온 사람이 운영하는 사진관이 필요했던 것이다.

2011년 5월 문수 엄마와의 짧은 대화가 6개월 후 바라봄사진관을 탄생시켰다.

취미로 사진을 배운 지 불과 2년, 봉사활동을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던 내가, 사진관에 필요한 조명등 기구를 한 번도 다루어 보지 않은 내가 덜컥 장애인을 위한 사진관을 만든 것이다.

지난 8년간 사진을 통해 수많은 사람을 만났던 바라봄이 2020년에는 ‘나종민의 바라봄사진관’이라는 칼럼을 통해 독자분들과 만나려 한다.

60대 장애아들과 평생 처음 가족사진을 찍은 80대 노모,

장애아이와 가족사진을 찍고 난 후 영정사진을 찍어달라는 엄마,

합성으로 가족사진을 만들었던 자폐아 가족,

사진관에서 음악에 맞춰 춤추던 다운증후군 친구들,

장애인 철인 3종경기를 촬영했던 비 오는 경주,

촬영하다가 마지막 배를 놓칠 뻔했던 장봉도 혜림원까지

많은 사람과 에피소드가 올 한해 여러분을 찾아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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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종민 칼럼니스트 외국계 지사장을 그만두고 취미로 사진을 찍다 장애아이 어머님의 한마디에 비영리 사단법인 바라봄 사진관을 설립하고 8년간 대표를 맡고 있는 착한 사진가. 지난 10년간 장애인분들을 위한 사진을 찍으며 만났던 사람들과 에피소드를 사진 중심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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