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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척수장애인이 33년 만에 바꾼 소변 방식

배 누르는 방법 고수해 ‘방광 변형’ 등 발생

방광건강 위해 도뇨카테터로…‘신세계 발견’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9-11-11 12:44:46
33년 전 척수손상재활병동에는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진풍경이 있었다. 한 병실에 6개의 침대가 있었는데 정해진 시간마다 보호자들이 일사분란하게 환자의 배를 두드리는 모습이다. 소변을 보는 방식이었다.

배를 두드리고 눌러서 소변을 보는 방법이었는데, 방광을 짠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그때는 그랬다. 지금처럼 편하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CIC(Clean Intermittent Catheterization, 청결 간헐적 자가도뇨)로 소변을 빼는 방식은 없었다.

필자가 사고 이후 1990년도에 일본을 간 적이 있는데 그때 일본인 척수장애인 친구가 자신이 운전하던 자동차 안에서 휴대용 CIC도뇨관을 이용하여 소변을 보는 것이 너무 신기해 자꾸 물어보니 한국으로 사용설명서와 제품을 보내 준 적이 있다. 그때 너무 겁이 나서 사용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CIC는 90년대 후반 이후부터 조금씩 확산되었다고 한다.

척수장애인은 거의 대부분 소변기능에 문제가 있다. 척수손상 아래로 운동기능과 감각기능에 문제가 생기는데 방광과 괄약근도 운동기능이라 자의로 소변을 보지 못한다.

소변배출방법은 실로 다양하다. 우리 때처럼 방광을 두드리거나 눌러서 짜듯 소변을 배출하거나, 괄약근을 외과적으로 손상시켜 소변이 저절로 흐르게 하여 기스모(Gismo, 기다란 비닐주머니)로 흐르게 해서 배출하기도 한다. 또한 콘돔을 차서 레그백(Leg bag)으로 배출을 했다. 지금도 이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많다.

2000년대 이후에는 손상을 입은 척수장애인들은 당연히 CIC(청결 간헐적 자가도뇨)나 유치폴리(항상 폴리를 삽입하여 소변을 배출)를 하거나 치골상부 절제(외부에서 방광으로 구멍을 내어 그곳에 카테터를 끼어서 배출) 등의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어찌되어든 필자는 과거의 방법 중에서 방광에 힘을 주어 소변을 배출했다. 30년이 훨씬 넘었다. 양변기에 앉아서 배를 손으로 누르면서 힘을 주면 소변이 나온다. 한두 번 힘을 주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변양이나 컨디션에 따라 수십 번 배에 힘을 준다. 어떤 때는 100번까지 힘을 준 적도 있었다. 다행히 잔뇨는 거의 없어서 방광염 등으로 고생을 한 적이 없었다. 고마운 일이다.

이 습관이 가장 곤란한 것은 장애인 화장실이 없을 때다. 이상하게 변기에 앉아야 소변이 나오도록 습관이 된 탓에 외출을 하거나 여행을 갈 때도 화장실이 걱정이 된다. 해외출장을 갈 때도 화장실 걱정에 마음고생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외출할 때는 의도적으로 물을 거의 안 먹는 의식을 하기도 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다양한 자가도뇨카테터. 자신의 형편에 맞추어 사용하면 된다. ⓒ이찬우 에이블포토로 보기 시중에 판매되는 다양한 자가도뇨카테터. 자신의 형편에 맞추어 사용하면 된다. ⓒ이찬우
척수장애인 삶의 질 개선과 사회활동 촉진을 위해 선진국에서는 기본이 된 도뇨카테터의 보험지급을 관철시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한 결과, 2017년부터 척수장애인인 후천성 신경인성 방광환자에게도 “자가도뇨 소모성 재료 요양비 지급”이 가능하게 되었다.

최대 단가 1500원인 카테터를 하루에 6개씩을 자부담 10%만 지불하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졌지만 필자는 그 이후에도 도뇨카테터를 쓰지 않았다.

그 이유는 요도에 카테터만 넣으면 열이 나는 트라우마가 있었다. 몇 번 욕창 등으로 입원할 때마다 잔뇨 체크 등으로 카테터를 삽입하면 열이 났던 좋지 않은 경험이 좋은 제도가 도입했음에도 사용을 하지 않았다. 가장 큰 변명은 과거의 습관이 익숙해진 것도 있고 과거보다 장애인화장실이 많아져 덜 불편해진 이유도 있다.

문제는 30년 이상 하루에 6번 이상 소변을 비워야 하니 최소한 200번은 힘을 주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다른 부분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치질이 생긴 것이다. 배에 힘을 주니 자연히 항문괄약근에도 영향이 가 치질이 생기고, 힘을 주니 얼굴에 피가 몰려 홍조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의사 선생님들은 배에 힘을 주면 혈압에도 안 좋아 권유를 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한다.

더운 여름에 힘을 준다는 것은 고역이다. 냉방이 안 되는 화장실에 갔다 오면 온몸에 땀 범벅이 된다. 또 다른 문제는 방광에 힘을 주고 소변을 비우는 방식이 방광건강에 매우 안 좋다는 것이다. 풍선을 누르면 풍선벽이 늘어나는 것처럼 방광벽이 늘어나고 방광의 모양이 변형이 된다고 한다. 방광 CT결과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이제는 큰마음을 먹고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도뇨카테터 처방전을 받기위해 번거롭다지만 필수검사인 요역동학 검사를 받고 도뇨카테터 처방을 받아 구입을 했다. 판매업자 측 전문 간호사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도뇨카테터로 소변을 비우니 신세계를 경험하는 것 같다.

아직도 도뇨카테터 삽입 시 공포감은 있지만 힘을 들이지 않아도 소변이 배출되는 과정이 너무 신기하고 왜 진작 이렇게 하지 않았나 살짝 후회가 되기도 한다. 솔직히 약간 겁이 나서 방광염약을 늘 준비하고 있다. 최근 중국으로 출장을 갈 때도 사용을 했는데 화장실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으니 삶이 풍요로워진 느낌이다.

2017년부터 자가도뇨 소모성 재료 요양비 지급이 시작되었지만 처음에 설계한 예산보다 적게 신청을 하고 있다고 한다. 여러 이유 중에 하나로 다친 지 오래된 척수장애인들이 과거의 습관을 버리지 못해 신규로 신청을 안 하는 이유도 있다고 한다.

아마 필자와 같은 고민으로 과거의 습관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아서 일 것이다. 요역동학 검사도 번거롭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방광의 건강을 위해서는 더 이상 늦출 수가 없다.

이제는 당당히 말하노니 하루빨리 도뇨카테터를 사용하여 삶의 질을 개선하기를 선배의 입장에서 권한다. 세상에는 도전해 볼 만한 일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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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찬우 (elvis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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