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본지의 평소 존경하는 칼럼니스트께서 투고하신 “지상파 UHD 재난방송 개시 행사에 다녀와서”라는 제목의 칼럼을 읽고 필자를 포함한 우리 장애인들에게 방송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면서 ‘UHD TV’ 시대에서의 장애인 방송 기술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방송은 단순히 정보제공과 오락 매체의 기능을 뛰어넘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매체로 점차 변화하고 있으며, 디지털 시대에 있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그렇지만 시장 주도적인 논리가 우선시 되면서 방송의 공공서비스 역할이 위축되어 커뮤니케이션 장의 역할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공적 역할의 축소는 신체적인 장애로 인하여 매체 이용에 제한을 받는 시·청각장애인의 고립과 소외를 더욱 심화시키는 매체로 작용할 수도 있다.

방송 통신 융합이 진행되면서 미디어 생태계는 생활패턴, 취향 등에 발맞추어 끊임없이 진화 중이다.

더는 방송사가 제공하는 편성 시간표에 의존하는 이른바 본방사수에서 벗어나 주말이나 쉬는 날 몰아서 선호하는 콘텐츠를 보는 새로운 소비행태가 등장하고 있는데, 이를 빈지 뷰잉(Vinge Viewing: 좋아하는 방송을 몰아 보는 새로운 시청 형태) 이라 한다.

이러한 소비행태는 스마트폰과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확대되고 있으며, 서비스 플랫폼도 Video on Demand(VOD), Over the Top(OTT) 등 다양화되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콘텐츠가 시·청각장애인이 소비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화면해설, 자막, 수화)으로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매체의 다양화에도 불구하고 시·청각장애인이 접근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일례로 2017년 유료방송 플랫폼별 VOD 보유 내역을 분석한 결과, 유료방송 사업자가 장애인용 VOD를 보유하고 있는 비율이 0.0011% 미만으로 장애인의 방송접근권에 대한 외면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터넷 기반의 온라인 동상 서비스 확대로 방송과 온라인 동상 간의 경계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어, 현재 방송 위주의 장애인방송 편성 기준을 VOD나 OTT 서비스에도 확장하여 적용함으로써 공익성을 해치지 않도록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

참고로 미국 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FCC)은 2012년 8월 온라인 동상 및 인터넷 TV 서비스로 제공되는 동상 콘텐츠에 대해서도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삽입을 의무화한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애인방송 편성 및 제공 등 장애인 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의 제정으로 국내 장애인방송 서비스가 공식적으로 시작되어 비교적 양호하게 제도가 정착되고 있다.

현재 장애인방송 고시에 의한 장애인방송 의무편성 비율에 따르면 지상파의 경우 전체 프로그램 중 자막 방송 100%, 화면해설방송 10%, 수화방송 5%만 편성하면 되고, 종편이나 보도 채널은 화면해설방송 8%, 수화방송 4%만 편성하면 된다.

장애인방송 의무화를 통해 시·청각장애인의 방송접근권이 크게 개선되었고, 그 결과 소외계층의 정보 접근과 소통, 문화 향유에 있어 상당한 기여를 하였다.

이를 더 확대하기 위해서는 의무편성 비율에서 수화와 화면해설방송 비중의 상향조정이 필요하다.

자막 방송에 비해 수화와 화면해설방송은 의무편성 비율 자체가 미미한 수준이며, 그나마 의무편성 비율 만 겨우 넘기는 경우가 많아 의무편성 비율의 상향조정에 대해서도 정책적인 검토와 이해당사자 간의 합의가 필요하다.

장애인방송 시청 행태에 대한 최근 조사에 의하면, 시각장애인의 채널별 화면 해설방송 만족도는 5점 척도를 기준으로 할 때 대부분 3점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편성 프로그램 수가 적다는 것과 프로그램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주요 불만 사항으로 파악되고 있다.

청각장애인은 자막 및 수화 통역 방송 편성 프로그램 수가 부족한 것을 방송 이용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으며, 편성 시간대, 프로그램 수, 자막이나 수화의 빠른 속도 등을 또 다른 이유로 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양적 확대와 더불어 일부 장애인방송에서 나타나는 사례(자막 방송에서 오타 나 띄어쓰기 무시, 정보 누락 등의 현상과 수준이 미달하는 수화 통역사를 활용, 화면과 불일치 하는 화면해설방송 등)를 방지하기 위해서 개별 프로그램 수가 부족한 것을 방송 이용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으며, 편성 시간대, 프로그램 수, 자막이나 수화의 빠른 속도 등을 또 다른 이유로 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앞서 언급한 사항들의 개별 프로그램과 채널 내에서의 편성에 대한 질적 평가 기준을 마련하여 시·청각장애인의 실질적인 방송접근권을 보장할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기를 맞고 있다.

2012년 이후 국의 규제기관인 OfCom은 라이브 자막방송의 질적 서비스를 평가하는 방법을 제시 한 바 있다.

여기에서는 라이브 방송의 자막서비스에 대한 속도, 정확도, 지연시간, 오류의 종류에 대한 분석을 다루고 있다.

한편, 딥러닝 기술의 발전으로 시·청각장애인의 일상생활을 돕는 많은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방송산업에서는 ‘제작-유통-시청자 대응’과 같은 역에서 Artificial Intelligence(AI)를 활용하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콘텐츠 제작을 돕는 AI부터 개인 맞춤형 방송 콘텐츠를 추천하는 큐레이션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AI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가 진화를 거듭하며 방송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음성인식 기술을 이용하여 방송 자막을 생성하는 서비스를 들 수 있으며, 입 모 양을 보고 텍스트를 생성하는 립리딩(Lip reading), 음성정보를 입 모양의 CG와 동기화하는 기술이 발표되고 있다.

이들 기술은 딥러닝을 이용한 음성 합성 기술과 결합하여 훨씬 적은 비용으로 빠른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많은 음성서비스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동상에 기반한 감정 인식 결과는 자막, 수화, 음성합성에 적절한 표현을 부여하는 정보로 사용되어 시·청각장애인이 내용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초고화질 방송인 Ultra High Definition(UHD) 방송서비스는 High-Definition Television(DTV) 이후의 차세대 주요 방송서비스로 대두되고 있으나, 기존 장애인방송 표준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방송 미디어 환경변화에 따른 장애인방송 개선방안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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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Kg의 미숙아로 태어나면서 출생 시 의료사고로 심한 뇌병변장애를 운명처럼 가지게 되었다. 부산장애인자립생활대학 1기로 공부했으며, 대구대 재활과학대학원에 출강한 바도 있다. 지금은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모바일‧가전을 포함한 장애인 접근성, 보조공학 등 관련 기술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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