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려고 필자가 살고 있는 지자체의 담당기관에 신청서와 함께 장애인등록증을 접수했다.

잠시 후 담당 여직원이 전화가 와서 장애가 몇 급이냐? 휠체어를 타느냐? 등 몇 가지를 묻더니 서류가 하나 필요하다며 건강보험공단에 문의하여 ‘보장구 급여대상 여부 결정통보서’를 준비해달라고 했다.

공단에 확인을 해보니 전동휠체어나 스쿠터를 처방받은 장애인에게만 발급하는 서류라고 한다. 다시 장콜 접수 담당 여직원에게 수동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에게는 서류가 발급이 안 된다고 하니 그러면 대중교통의 이용이 어렵다는 의사의 진단서를 받아 오라고 한다.

‘장애인등록증에 지체하지1급이라고 되어 있는데 왜 그 서류가 필요하냐?’고 하니 부정사용자가 많아서 장애를 확인하는 서류가 필요하게 되었다고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다고 한다.

장애등록을 했고 재판정까지 받았는데 또 필자의 장애를 증명하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 그동안 여러 번 수동휠체어 보장구 처방도 받아서 건강보험공단에서 지원도 받았는데 또 자료를 요청하니 도대체 ‘장애등록은 왜 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휠체어를 탄지 30년이 넘었는데 장애를 또 증명하라고 한다. 몇 가지 정보만 서로 알아보면 다 알 텐데 너무 행정편의 주의이다. 각 지역마다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려고 등록을 다 했는데 그것만 알아봐도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알 일이다.

이렇게 신청주의적인 복지서비스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다행히 보건복지부는 올해 4월에 ‘사회보장 정보전달체계 개편 기본방향’을 발표했었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국민이 일일이 직접 신청하지 않아도 위기에 처하는 즉시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복지멤버십(가칭) 제도가 2022년부터 도입된다는 것이다.

개인정보보호라는 미명아래 각 사업주체간 정보의 공유가 안 되어 너무나 불편이 많다. 물론 이 사업도 개인이나 가구가 회원으로 등록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필자의 정보를 다 오픈할 용의가 있다. 장애등록까지 한 마당에 장애로 인한 권리(서비스)를 편하게 다 받고 싶다.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에서도 장애인건강권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고 싶은데 장애인 정보를 구할 수가 없어서 동동거리고 있다. 장애인이 센터에 등록해야만 정보를 준다고 하니 답답한 일이다. 부처 간의 정보이용제한에 갇혀서 서비스를 못 받는다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혹자들은 개인정보의 누출이나 악용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하는데 IT기술을 이용하여 최대한 보안처리를 하고, 그래도 이를 원칙에 어긋나게 사용하면 엄하게 죄를 물으면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이고 AI(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시대라고 한다. 장애와 관련된 수많은 정보(데이터)들이 넘치고 넘치는 시대이다. 이런 데이터만 가공을 잘해도 현재보다 훨씬 나은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다.

IT강국이라고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일일이 신청할 때마다 증명해야 하는 이 비효율적인 것들이 빨리 제거되기를 바란다. 맞춤형 복지는 서비스의 신청부터 남달라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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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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