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 동상 ⓒ픽사베이

세종대왕님!

어떤 사람이 한 달 정도 외국여행을 하고 돌아오더니 우리말을 잊어버렸다고 합니다. 아파트 이름은 외국말로 지어야만 늙으신 시어머니, 시아버지가 찾아올 수 없고요, 노란 웃옷은 옐로 재킷, 파란 웃옷은 그린재킷, 검은 웃옷은 블랙재킷이라고 해야만 옷이 잘 팔리고 품위 있어 보인데요.

하물며 티셔츠 앞뒤에 본인들도 알아보기 힘든 영문이 새겨 있어야 폼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 젊은이들이에요. 개성이 있어야 장사가 잘 된다며 상가 간판이 외국말인 것은 당연해졌고, 때로는 거꾸로 달려 있기도 해요.

또 어딘가에는 ‘곧 망할 집’이라는 간판이 달려 있더니 바로 문이 닫혀 있더라고요. 어떤 엄마들은 우리말도 제대로 못 익힌 어린아이에게 조기교육을 시킨다며 비싼 돈 들여 영어를 가르치고 있어요.

세종대왕님께서는 글을 몰라서 무시당하고 불편하게 살아가는 힘없는 백성들을 어여삐 여기셔서 쉽게 익혀 바르게 살라며 한글을 창제하셨는데 후손인 우리들은 스스로 세종대왕님의 뜻을 어기고 있습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지배하던 35년 동안 없애려고 갖은 탄압을 했는데도 굳건히 지켜온 우리말과 우리글을 우리 스스로 없애고 있습니다.

우리말, 우리글 속에는 문화가 있고 전통이 있으며, 우리의 사상과 정신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말을 잊은 국가가, 글이 없는 나라가 어찌 자주독립 국가일 수 있겠어요. 배운다고 하는 것은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던 자신이 세상을 바르게, 값지게, 당당하게 살아가겠다는 의지이며 힘이고, 또 좀 더 값진 삶을 살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의 현실은 한심하기 그지없습니다. 배웠다고 하는 사람들은 우리말보다 외국말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고요, 가르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외국말을 잘 해야 유능하고 실력 있는 사람으로 보이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나라의 홍보행사에도 외국말이 버젓이 등장합니다.

세종대왕님!

지금의 세태를 보시면서 슬프시지요? 화가 나다 못해 분통이 터지시지요? 호통을 치고 회초리라도 쳐서 바로잡고 싶으시지요?

그런데 지금은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이 오히려 회초리를 맞는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집에 들어온 도둑을 죽이면 살인자가 되고요, 길에서 무차별 난동을 부려 사람을 죽여도 조현병 환자이기 때문에 죄도 가벼워진데요.

본인이 당하지 않기 위해서 방어를 하느라 같이 때리면 쌍방과실이 되기 때문에 잘못하는 사람을 벌주기 위해서는 아무 행동도 하지 말고 맞기만 해야 한데요. 살인자나 중한 범죄인은 모자와 마스크를 씌워서 얼굴을 가려줘요. 개인의 초상권이 우선이라나요. 죄를 지으면 그에 합당한 벌을 줘야 하는데, 나라에서 덮어주는 형상이니 정신인들 바르게 자랄 수 있으며 죄를 지어도 죄책감이 없는 것은 당연하지요.

멧돼지나 고라니가 농부들이 가꿔놓은 농작물을 다 망쳐놓아도 동물보호자들은 동물들을 보호하라고 난리치지 농부들의 손해는 이야기하지 않고 있어요. 그야말로 죽이는 자의 인권은 있어도 죽임을 당하는 자의 인권은 없어요.

세종대왕님!

얼마 전에 구두를 샀어요. 보행이 불가능한 장애로 인해 구두 하나 쉽게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큰맘 먹고 유명 상표의 구두를 구입했는데 한 달도 안 돼 한쪽 부분이 변색되어 있어서 구입한 매장에 갖고 갔더니 제품에는 하자가 없고 소비자 과실이래요.

땅을 밟고 다니지도 못하는 휠체어 장애인인데 말이지요. 원인 규명을 하자고 본사에 보냈더니 역시 하자가 없데요. 어떤 것이 하자냐고 물었더니 찢어지고 터지고 망가져야 하자래요. 공장에서 염색이 잘못된 것은 인정을 하면서도 하자는 아니라고 하니 황당하지 않나요? 찢어지고 터지고 망가지면 그건 ‘파손’이지 어떻게 ‘하자’인가요? ‘하자’의 올바른 뜻도 모르고, 우리말의 진정한 의미도 모르면서 사용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사회 현상을 바르게 표현하려고 해도 글을 몰라 억울하게 당해야만 했던 백성을 가엾이 여겨 글을 만들고 쉽게 익혀 억울함이 없도록 하셨는데 지금은 외국말을 해야 배운 사람, 실력 있는 사람, 멋있는 사람으로 인정하는 잘못된 정신이 창궐하고 있습니다.

한글날! 또다시 세종대왕님을 찾을 겁니다. 그날 하루가 지나면 또다시 잊히실 세종대왕님…. 멀지 않아 영어를 모르면 우리나라에서도 살기 힘든 세상이 올 것 같아요.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영어를 모르고도 살아갈 있게 해 주신 세종대왕님을 사랑합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안승서 칼럼리스트
장애인당사자의 권익옹호와 정책발전을 위한 정책개발 수립과 실행, 선택에 있어서 장애인참여를 보장하며 지역사회 장애인정책 현안에 대한 제언 및 학술활동 전개를 위하여 다양한 전문가와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대전지역 장애인복지 증진과 인권보장에 기여하는데 목적을 둔 대전장애인인권포럼 대표로서 장애인들의 삶의 가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전해줄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