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하루의 대부분을 시설에서 근무하며 장애인들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주된 일과다. 또는 지역사회의 학교 및 기업 등을 다니며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진행하며 장애인들의 차별과 편견을 바꾸려 노력하기도 한다. 언론에 기고나 칼럼을 쓰는 것도 일과다.

며칠 전 한 언론사에서 전화가 왔다. 장애인등급제도의 폐지와 함께 장애인들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장점과 단점에 대해 집필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 말을 듣고 거절을 했더니 예민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러느냐는 질문이 들어왔다.

전화통화를 받은 처음부터 장애인등급제도 폐지에 대한 예민함을 생각하지 않았고 심중 있는 내용의 칼럼을 쓰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 뒷말에서 내 마음이 걸렸다.

“장애인들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장점과 단점에 대해...”

분명 장애인들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장점과 단점에 대해 글을 써달라는 부탁은 굉장한 부담감이었다. 장애인이 아닌 내가 장애인의 입장에서 이번 제도의 실행에 대해 좋고 나쁨을 주장한다는 것은 매우 옳지 않았으며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선가 제대로 된 제도의 변경과 시행에 대해 주장하고 있는 많은 장애인들의 마음까지 대변하지는 못할 것 같았다.

장애인복지 현장에 있는 사회복지사로서 장애인등급제의 개정을 통해 장애인들이 느낄 수 있는 기대감과 편의성에 관한 내용을 글로 작성할 수는 있으나 당사자가 아닌 이상 어떻게 그들의 마음에 공감하는 내용의 글을 쓸 수가 있겠는가. 대부분의 장애인과 관계인들에게 공감이 아닌 불협 개정 내용에 대해 어떻게 작성을 하란 말이던가.

1988년에 도입된 장애인등급제는 정부는 장애인들에게 인권보장을 위해 장애인에 대한 대비책도 없이 무엇을, 무언지 모를 지원을 하겠다는 명분으로 장애등록을 시작했고 사람을 등급으로 나누어 놓았다.

지원을 등급별로 제공하겠다는 내용이었지만 인권보장이라는 가면을 쓰고 장애인에게 등급만 매긴 꼴이 되었다. 좋든 싫든 등급이 매겨진 장애인은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해야 했고, 그 모습을 본 비장애인들은 마치 장애인들의 ‘떼’로만 보이게 했다.

그렇게 31년이 지나고 사회적 재원과 보장서비스의 개선을 위해 이제 와서는 등급제를 장애가 경증이냐 중증이냐로 바꾸자고 한다. 아니, 벌써 바뀌었다.

바꾸었다면 정말 제대로 바꿔서 시행하라는 것이 첫 번째다. 물론 법령과 제도는 당시 시대상과 환경적인 영향으로 진보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개정된 법이 다시 재개정을 하기 위해 30년 이상의 시간동안 유지가 될 것이라면 장애인들이 현시대에 원하고 바라는 내용으로 올바르게 개정되어 시행되는 게 맞다라는 것이다. 이번 장애인등급제 폐지와 관련해서 한동안 시끄러운 이슈들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 시간에도 올바른 개정과 시행을 위해 소리 높이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 공동대표님과 전국의 장애인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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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훈 칼럼리스트
사회복지법인 누리봄 산하시설 장애인주간보호센터 헬로 시설장으로 일하며 장애인들과 함께 경험하는 소소한 삶의 느낌과 감동, 사회복지현장의 희노애락을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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