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총회에서 토론에 앞선 사전 대화를 진행하는 estas 회원. 필자는 맨 뒷줄 줄무늬 옷을 입고 있다. ⓒ장지용

사실 여러분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히는 사실이지만, 제가 성인 자폐인 자조모임 estas의 제3대 조정자로 2021년까지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1일 대전 총회에서 회원들의 많은 지지를 받아 지명되었습니다.

estas의 조정자는 회장이라는 개념과는 다르고, 일종의 ‘대표회원’ 정도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셔야 합니다. estas에는 회장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지 않기로 설립 초기부터 계획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리더라는 개념으로 볼 경우에는 조정자가 리더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물론 권위주의적 방식이 아닌 리더십을 구사해야지만.

estas는 2013년 논의가 시작되었고, 2016년부터 터키계 네덜란드인 자폐인 비르센 바사르와의 대담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2017년 제2대 이원무 조정자 체제에서 영국 연수 등 많은 발전을 이뤄냈고, 이제 발전 단계에 놓인 estas의 새로운 시대에서 많은 일을 해내야 한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입니다.

estas는 그동안 많은 발전을 하여 올 7월에 있을 어티즘 엑스포에 참여 단위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참가를 결정한 것도 estas가 신청한 것이 아니라 주최 측에서 estas에게 전격적으로 참여를 제의해 온 일로 참여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제가 참여하면서 배워온 영국에서의 모습은 영국의 자폐인들은 스스로 뭉치고, 연대하며, 이제 세상을 향한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했고, 지역사회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걸고 활동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자폐인들이 이제 존재를 드러내면서, 자폐인 권리 운동(Autism Right Movement)를 전개하고 있다는 사실을 estas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estas가 이제 그런 조류에 결합하려는 시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로고에서도 파란색이 아니라 무지갯빛 색깔을 띠는 것으로 합의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파란색은 어티즘 스픽스에서 진행하는 파란 불 밝히기 행사에서 따 온 것이라면, 무지갯빛 색깔은 세계적으로 자폐인 권리 운동 마크에서 사용하는 대표적인 색깔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는 아직 자폐인 권리 운동은 말할 필요가 없고 자폐인이 성인이 되어가고 있는 사실 자체를 깨닫지 못한 대중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저는 느끼고 있습니다. 심지어 교회 친구들과 대화하다가 제 장애인 자폐성장애에 대한 언급이 나오던 중 ‘자폐아’라는 단어가 튀어나온 것이 제게는 충격이었습니다.

다만 저를 지칭하고 말한 것은 아니었고 블리자드의 컴퓨터 게임 ‘오버워치’의 캐릭터 ‘시메트라’에 대한 언급이어서 다행이었을 정도였으니까요. 실제로 ‘시메트라’는 제작진의 언급에 따르면 자폐인으로 설정되어있다고 해서 그런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자폐인 인구는 약 4만 명이라는 추산이 한국 자폐계의 예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자폐인 비중으로 봤을 때 실제 성인 자폐인의 비율은 2만 명에서 2만5천 명 정도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자폐성장애 판정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지만 법적 장애인 등록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estas 회원 중에는 의학적으로는 판정을 받았지만 법적으로는 판정을 받지 않은 케이스의 회원 가입을 거부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따라 의학적 판정만 받은 회원도 있습니다. 그리고 영국에서 배워온 사실 중에는 법률적 등록이 중요하지 않고 정체성의 인정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estas는 많은 활동을 할 것입니다. 일단 가장 시급한 일은 7월의 어티즘 엑스포에 참여하여 대중들에게 홍보를 전개하고, 자폐인이 모일 수 있음을 밝히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공개 쇼케이스 격인 연설회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회원들의 결속을 강화할 것입니다. 실제로 10월경에 estas 친목 여행을 1박 2일, 즉 주말을 끼고 참여하자는 제안이 들어와 있어서 올 가을에 추진할 방침입니다. 장소는 대구가 제안되었고, 향후 장소나 일정은 조정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내부 원칙도 아직 완전히 손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조만간 임시 총회를 소집하여 내부 원칙을 담은 문건을 최종 정비할 방침입니다.

결과적으로 내부적으로는 조직의 결속과 유지를 위해 힘써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외부적으로도 자폐인의 존재를 알리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이러한 방향을 지지하는 다른 사람들과 연대를 강화할 것입니다. 끝으로 세계에서 일고 있는 자폐인 인권운동에도 결합하여 세계의 자폐인 단결에 기여할 생각입니다.

이러한 중차대한 책임을 2021년까지 2년 동안 맡긴 estas 회원들의 결정에 고마움을 느끼며, 앞으로 estas를 자폐인들에게 알리면서 또 대중들도 자폐인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을 이번 조정자 임기의 목표로 삼을 것임을 약속합니다. 내부적으로도 조직이 잘 유지되고, 확대가 가능하다면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러한 무거운 책임과 활동할 거리를 부여받은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저는 성인 자폐인 자조모임 estas의 제3대 조정자 직임을 기꺼이 맡게 됨을 여러분 앞에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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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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