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겪었던 일이다. 좀처럼 쉽게 만날 수 없는 오랜 친구들과 일정을 조율해가며 어렵게 날짜를 잡아 낚시를 떠났다.

친구라는 존재는 삶의 윤활유와 같은 것임을 확신하며 그들과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것이란 기분 좋은 기대감으로 여행을 출발했다.

서해에 있는 작은 항구 마을에 도착해서 나름 좋다는 포인트를 잡고는 각자의 낚시 장비를 꺼내들어 허풍 아닌 허풍도 떨며 본격적인 낚시를 시작할 때였다.

얼마나 되었을까.

조용한 낚시터에 한 아주머니가 한 손에 날고구마 몇 개 담긴 바구니를 들고 우리에게 다가와 말없이 조용히 내밀더라. 말을 하지 않으니 먹으라고 주는 것인지 사달라고 주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때 한 친구가 나에게 말을 한다.

“친구, 이거 사달라고 주는 거지?”

“글쎄... 나도 잘 모르겠네.”

우리는 그 아주머니의 눈과 손에 든 바구니를 쳐다보며 어떻게 해달라는 건지 추측만 할 뿐이었다. 그때 아주머니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우... 우우...”

그 소리와 함께 들고 있는 작은 빨간색 바구니를 우리 쪽으로 흔들기까지 했다. 아마도 사달라는 것 같았다.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언어장애인 같았다. 나와 조금 거리가 있었기에 엉덩이를 들고 내가 아주머니 쪽으로 걸어가려 하자 또 다른 한 친구가 나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사회복지사님, 고구마 좀 사드려.”

나는 곧장 아주머니에게 걸어가 바구니를 잡고 입을 크게 벌리며 또박또박 발음하며 물었다.

“이거, 얼마입니까?”

그러자 아주머니는 나에게 손가락을 활짝 펴고는 입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

“오... 오...”

“오천원이요? 이거 말고 또 없어요?”

바구니에 든 고구마 말고 또 고구마가 있느냐는 나의 질문을 알아들었는지 자신이 등에 메고 있던 가방에서 고구마를 꺼내기 시작했다. 모두 다해서 2만원이란다.

“이거 다 주세요. 그리고 지금 이렇게 하시는 게 정말 잘하시는 겁니다.”

나는 그 아주머니가 오늘 하루 종일 판매를 하기 위해 준비해온 고구마를 모두 사드렸고 그 아주머니는 기분이 너무 좋은지 웃으시며 돌아가셨다. 검은 비닐봉투에 고구마를 담고 다시 낚시의자에 앉자 옆에 있던 친구가 나에게 묻는다.

“아까 아주머니에게 왜 잘했다고 칭찬했냐?”

그 친구의 질문을 듣고 나는 미소를 지으며 낚시대를 잡으며 대답해줬다.

“장애인은 매일 누구에게 도움을 받으려 하는 사람들이 아니야. 저렇게 뭔가를 팔며 자신이 필요한 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행동은 마땅히 인정받아야 한다고. 의존이 아닌 자립을 위해 노력하시잖아. 난 그게 멋지다고 느꼈으니까.”

그날 우리들의 낚시는 꽝이었지만 내 짐가방에는 다른 친구들에게는 없는 감사한 고구마가 한가득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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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훈 칼럼리스트
사회복지법인 누리봄 산하시설 장애인주간보호센터 헬로 시설장으로 일하며 장애인들과 함께 경험하는 소소한 삶의 느낌과 감동, 사회복지현장의 희노애락을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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