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무요원 복무규정 별표1. ⓒ서인환

‘혐오’란 사전적 의미로 싫어하고 미워한다는 말이다. 불결하다고 여겨 피하고 싶거나 이유 없이 미워하여 배척하는 것을 말한다.

장애인에 대하여 사회적 편견은 혐오감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차별’은 불합리한 고정관념이나 관습에서 의식하지 못하고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편견’은 정신적 상태에서 고정된 사고로 존재하는 것이고 이것이 행동으로 나타나면 차별이 된다.

장애인 차별은 장애를 이유로 제한, 배제, 분리, 거부를 하는 것인데 즉 동등하게 대하지 않아 불평등을 초래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덕수의 김원영 변호사는 더불어민주당의 혐오와 차별 연석 토론회에서 장애인 혐오란 장애인을 부정적, 차별적 인식을 행동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부정적이거나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감수성 부족으로 잘못된 사고를 가지거나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은 차별은 맞으나 혐오는 아니라고 했다.

장애인에 대하여 이유 없이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혐오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장애인에 대한 혐오를 가진 사람은 장애인을 대하는 모든 행동이 혐오가 될까? 그리고 장애인 자체가 아니라 장애인을 케어하는 행동은 혐오 업무가 될까?

사회복무요원(공익요원) 복무관리규정 15조 2항에는 혐오와 관련된 규정이 있다. 복무기관의 장은 주업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부수업무를 부여할 수 있다.

다만, 혐오 및 사고 위험분야, 임무와 관련이 없는 노무분야, 풍속사범 단속 등 근무 부적격 분야의 인력 활용은 제한한다.

위의 별표에서 보듯이 사회복지시설이나 특수학교 등에서 장애인 케어 인력이 부족하여 사회복무요원을 활용하는 경우, 사무를 보조하거나 청소 등의 부수임무를 부여할 수 있으나 혐오 업무는 부여할 수 없다.

병무청에서는 민원 상담 사례나 페이스북, 지식정보 블로그 등을 살펴보면, 장애인의 신변처리 업무는 혐오 업무로써 거부할 수 있으니 이러한 업무를 부여할 경우 국민신문고를 적극 활용해 신고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대소변은 더럽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싫어하는 대상이 되므로 분명 혐오 대상이고, 신변처리는 혐오 업무에 해당한다. 고등학교 학생의 뒤처리를 도와주어야 한다거나, 피고름을 입으로 빨아내어야 하는 경우라면 혐오업무 범위에 속할 수 있다.

그런데 보육시설에서 신변처리를 혐오 업무라고 한다면, 보육사들은 모두 혐오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되고, 그래서 본 업무인 사무보조나 식사지원, 보호관찰이 아닌 신변처리를 거부한다면 학무모들은 난리가 날 것이다.

스스로 신변처리가 어려운 장애인들을 돕는 활동지원인이 신변처리를 돕는 것은 업무 중의 하나로 되어 있다. 누구에게는 혐오 업무인 것을 최저 임금 수준에서 활동지원사들은 혐오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기업 사장이 신변처리를 직원에게 케어할 것을 지시한다면 혐오 업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신변처리가 되지 않아 케어가 필요한 영유아나 장애인, 노인 등을 대상으로 신변처리를 지원하는 것은 혐오 업무가 아니라 주 업무로 보아야 한다.

특수학교에서 장애인 신변처리 등 많은 업무에 인력의 지원을 받고자 사회복무요원의 지원을 요청한 것인데, 이들은 사무보조만 하고 장애인 식사보조는 하지만 신변처리는 절대 할 수 없다고 거부한다면 굳이 사회복무요원의 파견을 병무청에 요청할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사회복무요원은 방관하거나 편한 일만 골라 하고 복지사가 이러한 일을 한다면 사회복무요원은 오히려 복지사 위에 존재하게 된다.

복지사는 해야 하는 주업무이나 사회복무요원은 하지 않아도 되는 혐오 업무라고 한다면 혐오 업무를 해야 하는 복지사는 사회복무요원보다 낮은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심부름이나 하거나 사무보조를 하고 정말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신변처리를 돕지 않는다면 사회봉사활동을 나온 국민들은 사회복무요원을 어떻게 볼까? 봉사활동으로도 하고 있는 일을 사회복무요원은 관리자로서 기피하는 얄미운 사람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한다.

비위가 상하여 어떤 활동을 하기에 어려운 사람도 있다. 소록도 한센병원에서 선교활동과 복지사업을 목적으로 온 수녀들이 문드러진 손을 잡고 악수를 하거나 같이 앉아 식사하는 것이 비위가 상하여 참지 못하는 것을 보고 한센인들은 이들을 추방하라고 시위를 한 적이 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고, 보기에 흉한 모습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주어진 업무를 하기에는 몸의 반응이 따라주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일단 그들과 함께 소통하고 생활해야 하는 업무인 이상 극복을 하거나 포기해야 하는 업무가 된 것이다. 이 수녀들은 악수나 식사하는 업무만 면제를 준 것이 아니라 소록도를 떠나야 했다.

사회복무요원들이 장애인시설에 배정되면 재수가 없다고 여기거나 장애인시설에 근무하는 것을 매우 기피한다면 이들은 사회복무요원이 아니라 사회복무 무자격 요원이 되어야 한다.

장애인 케어가 주 업무인 시설에서 사무보조만 하고 주 업무 보조는 혐오업무라고 거부하도록 규정한 것은 사회에 봉사하는 것을 대가로 하여 병역의무를 면제해 주는 취지와도 맞지 않다. 그리고 부수업무가 아니라 주업무로 보아야 한다.

병무청은 혐오 업무에 대하여 막연하게 표현하여 잘못된 해석을 할 것이 아니라 혐오 업무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장애인의 신변처리가 혐오 업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수학교에서 아이가 신변처리를 해야 하니 이는 신성한 교사나 사회복무요원은 혐오 업무라 할 수 없으니 부모를 학교로 오라고 한다면 부모가 학교에서 상시 대기하거나 아이를 학교를 보내지 않아야 할 것이다.

장애인 부모는 특수학교에서 교육과 더불어 장애인에 대한 보호와 케어도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그것이 주 업무인 이상 혐오 업무로 해석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장애인의 신변처리를 혐오 업무라고 하여 장애인 차별을 하고 장애인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는 것은 시정되어야 한다.

사회복무요원으로 장애인시설에서 신변처리를 거부한 사람이 취업시 이력서에는 대단한 봉사를 한 것으로 사용하고, 실제로는 장애를 혐오하는 사람이라면 병무청은 장애인 차별을 통해 혐오를 조장하는 기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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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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