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나오고 직장 경험도 많은 발달장애인인 제가 구직을, 그것도 비장애인과 경쟁해서 일자리를 가지는 것은 진짜로 어려운 일입니다.

장애인 일자리에서는 ‘스펙’이 과잉되어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고, 그러자니 비장애인과 경쟁해서 일자리를 가지자니 ‘발달장애’ 낙인 하나만 보면 거절돼서 돌아옵니다.

최근에 겪은 구직 에피소드가 그 예입니다.

첫 번째 사건은 몇 주 전 공공 분야 재단법인 행정인턴 공모에서 있었습니다.

특이하게 이 재단은 남성, 지적장애 아니면 자폐성장애인을 우선 채용한다고 제시를 하는 바람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와 협의 도중 확인하여 ‘적극 지원 요망’이라는 입장을 담아서 지원서를 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해 보냈습니다.

그런데, 서류 합격 후 면접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제가 오판을 하고 말았습니다. 서류 탈락을 통보받았기 때문입니다. 조건이면 다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제가 예상외의 결과를 맞이한 것입니다.

아마 ‘스펙 과잉’ 현상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정직원 경력도 있었는데 인턴을 신청한 것을 보면, 과잉 스펙이라고 생각해서 떨어뜨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두 번째 사건은 또 몇 주 전 한 중소기업 지원 사건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장애인고용공단 서울남부지사를 찾아가서 일자리 관련 협의를 진행하였고, 그쪽에서는 “자폐성장애인을 인턴으로 고용시도를 한 것이 있어서 청신호가 켜질 전망입니다” 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조건도 좋고 그래서 그 자리에서 협의가 완료되었고, 게다가 담당 직원이 해당 기업 고용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지정되어있다고 해서 성심껏 지원해 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렇지만 예상 외로 그 다음날 연락이 다시 오기를, 서류 탈락을 통보 받았습니다. 아마 발달장애를 이유로 거절된 듯합니다. 사실 일반 기업, 그것도 중소기업 지원을 해도 발달장애 사실을 밝히면 대부분 탈락하기 일쑤였기 때문입니다.

산업인력공단 공채 응시 때도 면접에서 약간 힘들었던 것도 있었지만, 결정적인 탈락 근거는 아마도 장애인증명서를 냈던 것이 화근이 아니었나 그렇게 봅니다.

거기에는 자폐성장애, 즉 발달장애인이라는 사실이 명백히 적혀있었기 때문에 그랬지 않나 싶습니다.

세 번째 사건은 서울의 외국계 체인 기업 사무실 직원 공모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이번에는 워크넷을 통해 신청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고용공모를 통해 응시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며칠 전, 월요일 오전의 정적을 가르는 전화 한 통으로 시작했습니다. “면접 한번 보시지 않겠습니까?” 하는 제안에 전격 승낙을 통보하고 곧바로 도착한 서류를 곧바로 작성해서 정오 나절에 메일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면접은 곧바로 다음날이었기 때문입니다. 면접이 모레 이후였다면 미용실을 가거나 하는 방법으로 사전 정리를 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정장 하나만 차려 입고 곧바로 다음날 서울 사무실에 다녀왔습니다.

사무실 위치는 조금 복잡했습니다. 고객과 절대로 연결되면 안 되는 업체 특성상 프런트 안내를 받고 직원 안내를 더 받고 나서야 면접 대기실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면접. 자기소개가 조금 아쉬웠던 것을 빼면 면접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심지어는 “우리 회사 브랜드에 대해서 들어보신 적 있으시나요?” 라는 질문도 나와서 “일전에 인터넷으로 브랜드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라는 답변을 할 수 있었습니다.

면접 결과는 그 주 금요일에 나왔는데, 17시가 돼서야 최종 결과가 도착했고 제가 사정을 하고 나서야 도착했습니다. 예상 외로 불합격.

그래도 매우 다행이었습니다. 사실 이번 구직 시즌의 첫 번째 면접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으로 면접을 본 것이 너무나도 고마웠을 지경입니다.

발달장애인이, 그것도 대학을 나와서, 직장경험도 있는 사람이 구직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일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무사히 정착할 수 있는 직장생활의 꿈을 향해 하나씩 전진하는 모습을 여러분들에게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래도, 면접을 봐 주게 한 직장 관계자들에게 매우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그런 발달장애인이 구직하기 꽤 어렵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죠.

발달장애인을 가정이나 주간활동센터에서 허송세월 시키는 것 보다, 일자리를 가지게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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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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