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훈 칼럼니스트. ⓒ이민훈

누군가 이렇게 묻는다. 이용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이 혼자 시설 밖으로 나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인지수준이 혼자 생활할 수 있는 정도의 장애인이라면 언제든 가능하다고 대답을 했다. 그러자 이렇게 묻는다. 그건 장애인의 자율권을 방해하는 말처럼 들린다고.

내가 자율권을 방해하는 것이라면 잘못된 것이겠지만 절대 그런 의미는 아니다. 다만 예전의 일화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기만 하다. 많이 걱정되었으며 한편으로는 두려웠었으니 말이다. 때는 2010년 봄이었다.

당시 내가 근무하고 있는 시설에는 해진(여・가명)이라는 지적장애인이 주간보호실을 이용하고 있었다. 매일 등원하던 해진 씨는 집안 사정으로 몇 주 등원하지 않다가 오랜만에 등원을 한 상태였다.

대화는 불가능했지만 의사표현은 몸짓이나 손짓으로 간단히 표현하는 정도의 여성이었다. 오전에 등원하여 점심을 먹고 미술활동 시간이 되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했을 바로 그때였다. 나는 시설창고에서 필요한 물건을 찾고 있었는데 함께 일을 하던 여자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다급하게 나를 찾는다.

“선생님, 혹시 해진 씨가 어디에 계신지 아세요?”

“해진 씨? 글쎄요. 프로그램실에 계시지 않나요?”

“안 계세요!”

외부로 나갔을 리가 없다는 아니한 생각에 시설을 돌아다니며 해진 씨가 계실만한 곳을 찾기 위해 돌아다녔지만 정말 그녀의 그림자도 보이질 않았다. 그제야 정말 해진 씨가 시설 내부에 없다는 것을 감지했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나의 눈의 초점도 한곳에 고정되지 못하게 되었다.

“밖으로 나가신 거 같은데 우선 제가 나가서 찾아볼게요!”

시설이 소재한 곳은 작은 마을이었으나 고속도로 입구가 근처에 있어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차량의 위험과 야산이 인접해 있어 길을 잃으면 돌아오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걸음이 빨라졌다.

얼마나 마을을 돌아다니며 찾았을까. 시계는 어느새 내가 시설 밖에서 그녀를 찾기 시작한지 두어 시간이나 지난 후가 되어버렸다. 나쁜 일이라도 벌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과 걱정에 혼자 찾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 시설에 있는 여자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함께 다시 한번 마을 인근을 돌아보았다.

그렇게 약 30분 정도가 흐른 뒤, 마을 뒷산으로 향하는 길목으로 들어섰을 때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목 초입에 낯설지 않은 모습의 여자가 우리를 향해 방긋 웃고 있었다. 그녀는 바로 해진 씨였다.

해진 씨의 얼굴을 보자마나 나는 두 눈이 감았고 다행스러운 한숨이 절로 새어 나왔다. 나와 함께 해진 씨를 찾던 여자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달려가 해진 씨를 꼭 껴안더니 눈물을 터트리고야 만다.

“어디 갔었어요!”

“......”

마치 잃어버린 가족을 다시 찾은 것처럼 눈물을 흘리며 투정을 부리며 그렇게 한참을 울고만 있었다. 만일 그때 해진 씨를 찾지 못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는 상상도 하기 싫다. 실내 환기를 시킨다는 생각에 시설 현관문을 열어두었고 사회복지사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지적장애를 가진 해진 씨가 쉽게 현관문을 통해 시설을 나섰던 것이니 말이다.

갑자기 사라진 그녀는 세 시간이 넘게 시설을 나섰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녀가 사라진 시간은 당시 근무하던 모든 사회복지사들과 나에게 정말 끔찍했고 두려웠다. 그 뒤로 문을 시설의 문이 열려있으며 왠지 모르게 불안함을 느낀다.

그때나 지금이나 시설의 열린 현관문을 보면 시설에서 보호하고 있는 장애인을 확인하고 이상이 없다는 것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한다.

해진 씨의 부모님과 이런 일이 있었다고 상담시간에 이야기를 하자 보호자의 대답에 해진 씨가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답이 되었다.

“요즘 매일 혼자 집에만 있었어요. 우리는 바쁘고 시설도 몇 주 이용하지 못했더니 밖으로 나가고 싶었나 봐요.”

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이 시설 밖으로 나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자신이 필요한 시간 또는 그들의 외부활동에 제약을 걸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판단이 부족한 지적장애인 또는 발달장애인이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모나지 않게 판단하고 들어줬으면 한다. 장애인은 언제든 자립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감이 옳은 일이며 그들이 누려야 할 자유와 권리행사는 당연하다.

반드시 주장하고 싶다. 장애인들도 밖으로 나갈 자유가 있다는 것. 그걸 존중이라는 말로 그럴싸하게 포장하지 않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이다.

해진 씨의 사례는 시간이 흐른 지금 장애인시설을 운영함에 있어 장애인들의 외부활동에 대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게 만든 경험이었고 소중한 추억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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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훈 칼럼리스트
사회복지법인 누리봄 산하시설 장애인주간보호센터 헬로 시설장으로 일하며 장애인들과 함께 경험하는 소소한 삶의 느낌과 감동, 사회복지현장의 희노애락을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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