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척수장애를 입은 지 32년째가 된다. 참 오랜 시간이 지나고 있다. 20대 후반부터 휠체어를 타게 되었으니 휠체어 사용도 32년째가 된다. 남들보다 낮은 시선으로 세상을 산다는 것은 또 다른 세상을 산다는 것과 같다.

중증의 척수장애인이 이 세상 속에서 다양한 경쟁을 하며 산다는 것도 사실 쉽지는 않다. 이러한 경쟁이 싫어서 일찌감치 안전한 구도 속으로 안착하는 경우도 많다. 필자는 사람들 속에서 경쟁하고 사는 것이 두렵지는 않다.

최근 고민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닌 체력 문제이다. 휠체어에서 다른 곳으로 트랜스퍼(이동)를 하면서 자주 바닥으로 떨어지곤 한다. 빈도가 늘고 있다. 바닥에 떨어지면 바로 휠체어로 올라오면 되지 않느냐라고 반문하겠지만 노령화된 몸은 그것조차 쉽지 않다.

트랜스퍼를 한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특히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은 상체의 힘으로만 몸을 들어 올리거나 지탱을 해야 된다. 이는 손목관절, 팔꿈치 관절, 어깨관절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관계가 형성이 된다. 또한 몸무게에 지대한 영향이 있게 된다. 이동할 거리와 개체간의 높이에도 영향이 있다. 과학이다.

전동휠체어 보다는 수동휠체어를 타야 하는 척수장애인은 하루에도 수많은 트랜스퍼를 해야 한다. 휠체어에서 침대로, 휠체어에서 차량으로 변기로, 또는 다른 휠체어로 이동을 해야 한다. 필자는 기본적으로는 최소한 12번 이상을 트랜스퍼를 한다. 아침에 눈을 떠서 다시 잠에 들 때까지다. 외부 일정과 신변처리의 상황에 따라 20번 이상의 트랜스퍼를 하는 경우도 있다.

젊음이 왕성할 때는 이런 이동을 한다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상지의 근력도 있고 몸이 가벼워 무게 중심도 좋고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동을 하는 것이 두려워지고 있다. 반복되는 이동의 실패가 트라우마가 되어 편치 않다.

일주일전에는 아침에 샤워를 하러 휠체어에서 욕조 안으로 이동을 하다가 화장실 바닥으로 미끄러져서 1시간 동안이나 바닥에 않아 있었다. 어떻게 하던 바닥에서 휠체어로 욕조로 변기로 옮겨 앉으려고 애를 쓰다가 어깨와 팔에 무리만 갔다. 다행히 아내에게 발각(?)이 되어 허리가 좋지 않은 아내의 도움으로 아침의 난동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새해 벽두부터 이 과정을 겪으면서 ‘참 큰 문제구나’하는 실질적인 걱정이 시작되었다. 나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노령화되는 필자와 같은 척수장애인들의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접근으로 고민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트랜스퍼에 도움이 되는 보조기기들로 욕조용 슬라이딩샤워의자(사진 위 좌측), 슬라이딩 보드(사진 위 우측), 휴대용 퀵바(사진 아래 좌측), 차량용사이드서포트(사진 아래 우측). ⓒ이찬우

먼저 이동과 관련된 다양한 보조기기의 개발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동에 도움이 되는 화장실의 고정형과 휴대용 안전봉(바), 트랜스퍼용 슬라이딩보드, 차량용 사이드서포트와 회전시트, 다양한 기능의 호이스트 등이 요구된다.

이런 보조기기의 지원은 같이 생활하는 가족은 물론 활동지원사의 육체적 소모를 줄이게 하고 근골격계의 손상을 예방하는 조치도 된다. 이런 이유로 신체적 장애인을 활동지원을 기피하는 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너무 경직되어있는 보조기기의 지급기준도 환경과 당사자의 체력정도에 따라 맞춤형으로 지원이 되어야 한다.

수동휠체어를 사용하는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들은 노령화에 따라 전동휠체어가 필요하다. 근골격계의 피로도를 감안한다면 반복적인 어깨의 사용은 노후에 간단한 트랜스퍼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전동휠체어 처방의 기준으로는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은 대상이 되지 않는다. 팔 힘이 있다는 이유이다.

남은 팔 힘을 트랜스퍼에 사용하려면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는 것을 알 리가 없다. 당사자가 아닌 전문가들은 상황이 아니라 수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결국 보조기기는 예방적 차원에서 지원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

또한 비상연락을 할 수 있는 준비도 해야 한다. 무선호출 벨의 설치나 가능하면 핸드폰을 소지하도록 습관화가 되어야 한다. 바닥에 오래 앉아 있거나 하면 욕창의 위험도 있어서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원상복구가 되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개인적으로 체력을 관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꾸준한 상체운동과 체중이 늘지 않도록 식이조절도 필요하다. 체중이 늘어나면 팔로 지탱해야 하는 무게가 늘기 때문에 몸이 덜 들리고 이동을 할 때 끌리거나 하여 욕창이 발생하는 등의 부정적인 요인이 된다.

최근에 장애인들을 위해 체육시설이 늘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이것들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장애인들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근로장애인들을 위해 다양한 체육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퇴근 후에도 체육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다양화되어야 하고 주말에도 이와 같은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일하는 장애인들을 위한 방문 물리치료와 방문 작업치료도 필요하다. 일하면서 마음 편히 시간을 내어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간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안마 바우처도 근로장애인들을 위해 확대를 하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하지마비 척수장애인의 노령화에 따를 신체적 부족함을 커버하기 위해서 이 문제를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적당한 보조기기의 개발과 보급, 예방적 차원에서의 과감한 지원, 특히 근로하는 중증장애인들의 건강유지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더 높이, 더 멀리, 더 빠르게’라는 슬로건이 운동선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척수장애인의 트랜스퍼에도 적용된다. 스포츠가 과학이듯이 트랜스퍼에도 과학이 활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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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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