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장애인이 식사 초대를 받거나 모임 장소에 나가면 속상할 때가 참 많다.

의자가 있는 식탁이어야 하고, 경사로가 있어야 하고, 엘리베이터가 있어야 하고 등등…….

휠체어 장애인과의 식사 약속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비장애인 생각만 하고 장소를 정하기 때문에 계단이 있어서 휠체어를 들어야 할 때도 있고, 업혀서 들어가야 할 때도 있으며 간혹은 너무 화가 나서 그냥 되돌아올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비애감에 빠지곤 한다.

고급 요리 집들은 좋은 건물 안에 있으니 접근이 불편하지 않겠지만 그런 곳이야 무슨 특별한 경우일 뿐, 대부분은 부담 없는 곳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곳은 아직도 편의시설이 많이 부족하다.

얼마 전, 가족끼리 점심식사를 했다.

오리집으로 예약을 하였다면서 카톡으로 명함을 보내 주었다.

약속장소를 찾아갔다. 주차장이 만원이라서 주차가 힘들긴 했지만 식당 안으로 들어가면서부터는 기분이 참 좋아졌다.

식당 안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경사로가 되어있었고 수동휠체어도 비치되어 있었다.

휠체어 바퀴에 붙어있는 흙을 털어낼 수 있도록 양탄자가 깔려있었고 좌식 테이블이 놓여있는 곳의 넓은 창 쪽으로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휠체어 장애인은 물론 다리가 불편하신 노인들을 위한 주인의 고운 마음이 참으로 고맙게 느껴졌다. 첫인상이 좋으니 음식도 맛이 있었다.

그와 참 대조적인 일이 기억났다.

언젠가 추어탕을 먹으려고 추어탕 집에 갔는데 종업원이 하는 말이 휠체어는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고 했다.

이유는, 휠체어가 들어오면 손님들이 더럽다고 싫어하기 때문에 걸어서 들어오던지 아니면 업고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가 막혔다.

걸어서 들어올 수 있다면 휠체어를 왜 탈것이며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의 등에 업히는 것도 아닌데 남의 등에 업히는 것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식사 한번 하려고 했다가 별 봉변을, 인권침해까지 당하는 것이기에 심한 언쟁이 벌어졌다.

다음부터는 시정하겠다는 주인의 백배 사과의 말을 듣고 돌아오긴 했지만 그런 곳이 어디 그 집 한 집뿐이랴.

그 얼마 후, 지나다 보니 식탁으로 모두 바뀌어 있었다. 그렇지만 그 집에는 다시 가지 않았고 앞으로도 가고 싶지 않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장애인이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개인의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목적아래 세부적인 많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3조(장애인의 공공시설 및 교통수단 이용에 관한 권리)를 보면 (1) 장애인은 모든 생활영역에서 직접적ㆍ간접적으로 장애를 이유로 분리·구분조치 혹은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장애를 이유로 한 간접적 불이익이란 장애를 명시적인 이유로 한 불이익은 아니지만 사실상 장애인이 충족시킬 수 없는 기준에 의하여 불이익이 가해지는 것을 말한다.

(2) 장애인을 차별하였다고 인정되는 자는 해당 차별이 장애를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혹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여야 한다.

(3) 장애인의 특수한 상황을 합리적으로 배려하는 적극적인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장애인에 대한 합리적인 배려는 이 법에서의 차별행위가 아니다. 장애인의 상황을 합리적으로 배려하지 않는 자는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사실을 입증할 의무가 있다.

또 제13조(장애인의 공공시설 및 교통수단 이용에 관한 권리)에는 (1) 장애인은 다중이 이용하는 공공건물 및 시설과 교통수단의 접근ㆍ이용에 있어서 장애를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않는다.

(2) 장애인은 공공건물 및 시설과 교통수단을 자유로이 접근ㆍ이용할 권리를 갖는다. 장애인의 접근 및 이용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편의시설의 종류와 편의시설의 구조 등에 대한 세부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3) 시설 주는 건물을 신축·개축할 때 제2항의 세부기준을 준수하여야 한다. 등등으로 장애인은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법으로 정해져 있다라고 되어있다.

위와 같은 법이 잘 지켜지고 있는가? 아직도 우리의 현실은 냉혹하다.

내 돈 주고 식사하고 내 돈 주면서 이용하는 시설들인데 우리 주변에는 홍보부족과 인식부족과 법 적용의 안이함 때문에 겪어서는 안 될 일들을 우리 장애인들이 많이 겪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리 풍경이 좋고 맛있는 모범음식점이라도 누구나 갈 수 없으면 그게 무슨 모범음식점이겠는가. 그런데도 쉽게 모범음식점은 지정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10여년이 넘어가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오리집 주인의 마음을 닮은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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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서 칼럼리스트
장애인당사자의 권익옹호와 정책발전을 위한 정책개발 수립과 실행, 선택에 있어서 장애인참여를 보장하며 지역사회 장애인정책 현안에 대한 제언 및 학술활동 전개를 위하여 다양한 전문가와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대전지역 장애인복지 증진과 인권보장에 기여하는데 목적을 둔 대전장애인인권포럼 대표로서 장애인들의 삶의 가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전해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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