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다양한 농인이 있다.

청인스럽게 사는 농인, 농인답게 사는 농인, 농인답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농인.

나는 '나 스스로가 어떤 농인인가'라는 질문에 농인답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농인이라고 부르고 싶다.

사실 이 노력을 한지도 얼마 지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나는 왜 농인답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가.

계란 한판 꽉 채우도록 사실 나는 청인스럽게 사는 농인에 가깝게 살았다.

청인 부모 밑에서 양쪽 귀에 보청기를 꼈으며,

소리를 보충하며 입 모양을 보며 남들만큼 말해야 했고, 들어야 했다.

엄마는 내가 남들만큼 말해야 한다는 생각에 발음을 교정해줬고,

그 노력 덕분에 내가 말하는 것을 듣는 청인들이 하나같이 말했다.

“어, 말 잘한다.”, “청각장애인 아닌 거 같아.”

나는 이 말이 칭찬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내가 농인에 대한 정의를 다시 세우기 전까진 말이다.

농인: 청각에 장애가 있어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

주로 수어로 의사소통을 한다.

청각에 장애가 있고, 소리를 듣지 못한다.

하지만 의사소통은 구화를 한다. 보청기를 끼며 입 모양을 보며.

농인이 아닌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살았다.

덜 청인스러운 나를 꽁꽁 감추기 위해 학창시절은 그저 쥐죽은 듯 조용히 보냈고 어떻게든 나의 청인스러운 삶은 그럭저럭 잘 꾸려나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늘 나에겐 물음표가 있었다.

- 나는 말을 어느 정도 잘하지만, 잘 듣지 못한다.

- 나는 보청기를 끼지 않으면 대화가 거의 불가능하다.

- 나는 청인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농인인가? 맞다.

청각에 장애가 있어 소리를 잘 못 듣고, 수어로 의사소통을 하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농인을 ‘수어를 언어로 사용하는 하나의 소수 집단으로 생각하며 보는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제 나는 농인을 새롭게 정의하면서 농인스럽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시작하려고 한다.

청인 부모는 나에게 청인스럽게 성장하도록 선택해 줬지만 이제는 나 스스로가 농인으로 서기 위해 농인의 삶을 선택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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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나정 칼럼리스트
안녕하세요, 말 많은 농인 써나정입니다. 청각장애가 있고요. 초등학교때부터 보청기를 끼고 자랐습니다. 청인친구들과 함께 청인스럽게(?) 살다가 최근 농인친구들을 만나며 농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농인으로서의 정체성 키우기와 내가 만난 다른 농인 친구들 혹은 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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