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을 되돌아보니 제 개인적으론 많은 것을 알아가며 공부할 수 있었던 성장의 해였습니다. 칼럼을 통해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도 하고, 미처 느끼지 못하고 지내왔던 새로운 경험들을 하며 그동안 머릿속 이론과 지식을 과신하며 너무 얕게 살아 온 것은 아닐까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자폐성발달장애가 있는 아들과 스무 해, 동충서돌 살아오다 보니 이제야 겨우 자폐인에 대한 이해 등이 아주 요만큼 알 듯 말 듯 하지만 아직 엄마로서 깨우쳐야 할 것들이 더, 더 많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합니다.

제가 에이블뉴스에서 칼럼 제의를 받았을 때 생각은 발달장애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다시 잡고, 현실에서 정책적으로 소외된 불합리성을 알리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발달장애의 범위가 확장되고, 따라서 발달장애의 인구도 빠르게 늘어나는 현실을 외면하는 복지 정책을 비롯해서 교육권이나 활동지원법에 대한 절실함을 알리려고 날을 세우고 있었더랬지요.

에이블뉴스 화면에 가득 올라 온 뉴스들을 클릭하며 읽어 내려가자니 머리에선 그동안 내 무지와 무관심에서 시작된 장애계의 현주소를 알리는 경종이 울렸고, 마음은 우울감으로 빠져 들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알지 못했던 장애 종류가 이렇게나 많다니, 그리고 그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살아가며 부딪치는 어려움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알아가며 반성도 하게 되었습니다.

‘뉴스’란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소식이라는 뜻인데, 그 새로운 소식이라는 것이 왜 그렇게 대부분 무겁고 어둡고 어렵고 힘든 소식이 주를 이루는지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활자 미디어는 객관적 정보를 주고받는 수단이지만, 이제는 단순한 교류 수단을 넘어 사회 전체를 통괄하고 제어하는 기능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활자를 통한 메시지는 사람들의 상호 관계와 행동의 척도를 만들어내서 사람들에게 심리적, 사회적 영향을 전달하는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에이블뉴스라는 특성상 어렵고 무거운 기사 내용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제 칼럼에서는 ‘밝은’ 내용으로 ‘가볍지만은 않은’ 발달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소개해야겠다고, 처음 날을 세우던 생각과 달라졌습니다.

열악한 사회 인식과 제도 속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발달장애인들이 많다는 것을 여러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사회 이곳저곳, 어떤 분야에서도 발달장애인을 흔히, 쉽게 볼 수 있는 사회야말로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사회가 되는 것이라는 걸 알리고 싶었습니다.

복지 체계와 사회적 지원을 통해 발달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것, 오히려 어떤 분야에서는 발달장애의 특질이 장점으로 발휘될 수도 있다는 것들을 알리며 소득 분배의 복지 이론을 벗어난 ‘기회 균등’의 포용적 복지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제가 말하고 싶었던 발달장애, 발달장애인 이야기를 에이블뉴스를 통해 많은 분들과 교감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칼럼 내용에 대한 질문을 주셨던 분, 강의 의뢰를 했던 분, 격려의 글, 규재와의 생활 에피소드를 통해 발달장애 자녀를 다시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분, 과격한 단어로 항의해 오던 분...

덕분에 2018년 올 한해 제 메일함은 풍성했습니다. 어느새 메일함을 수시로 확인하는 습관이 먼 곳의 친구가 보낸 편지를 기다리는 마음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우리들에게 소중한 삶의 지표가 되어 주는 <에이블뉴스>는 ‘소금’이라고 명제해 봅니다. 히말라야의 핑크소금처럼 예쁜 색깔이 주는 유쾌함과 우리나라 천일염 같은 우직함으로 일상의 고단함을 지혜와 희망과 열정으로 정신적 승화할 수 있으니까요.

식견 좁은 제가 칼럼을 이어오느라 솔찬히 버거웠다는 고백을 드리며, 오늘 이 글을 끝으로 ‘이규재의 마음그리기’ 이야기는 이만 마무리를 하려 합니다. 규재를 조금 더 키워보고, 아니 더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내고 나서 다시 이야기를 이어보겠습니다.

다시 에이블뉴스에서 기사나 칼럼으로 인사드릴 날을 기대하며,

송구영신 근하신년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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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칼럼니스트 발달장애화가 이규재의 어머니이고, 교육학자로 국제교육학회에서 활동 중이다. 본능적인 감각의 자유로움으로부터 표현되는 발달장애예술인의 미술이나 음악이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적 가치로 빛나고 있음을 여러 매체에 글로 소개하여,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며 장애인의 예술세계를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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