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 작가가 출간한 달려라 송이. ⓒ서인환

김효진 작가는 ‘장애여성네트워크’ 대표로 장애여성운동을 하면서 작가활동을 하고 있다. ‘특별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엄마는 무엇으로 사는가.’, ‘모든 몸은 평등하다’, ‘오늘도 난, 외출한다’, ‘깡이의 꽃밭’에 이어 그녀의 여섯 번째 작품이 동화책으로 출간되었다. 바로 ‘달려라, 송이’이다. 이 동화책은 ‘웃는 돌고래’ 출판사에서 출판되었다.

김효진 대표는 쓰는 책마다 등장인물이 비슷한 이름을 사용하고 있어 새로운 책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전에 출판한 책의 뒷부분을 읽는 듯한 친근감이 든다. 그리고 엄마, 동생 신이, 할머니, 친구 민이 등 학생 시절을 보내고 있는 장애 여자아이 주인공과 그 가족과 친구 사이에 일어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장애 유형은 작가 본인이 아닌 근육장애로 설정하여 장애 유형이 다른 입장을 이야기하지만 이야기의 대부분은 논픽션으로 이야기 할머니가 되어 어린 시절 자신의 경험을 장애 인식 강사로서 초등학교에 가서 동화를 빌어 강의를 하듯이 스토리를 전개해 나간다.

할머니가 손녀에게 들려주는 듯한 친절한 말투로 주인공 시점의 사건과 감정, 배경 등을 설명하듯이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대화는 직접 화법으로 하고, 감정이나 배경은 설명을 통해 이야기꾼의 자세를 유지한다. 그리고 장애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태도에 대한 기분과 느낌을 공감하게 만든다.

주인공 이름은 한송이이다. 참 예쁜 이름이다. 항상 등장인물의 이름들은 좀 장난스러울 정도로 잘 만들어내고 있는데, 신이는 한신이가 아니라 이름 끝자가 ‘신’이란 이름이다. 이름은 풀 네임을 모두 사용하지 않아 평소 부르는 이름을 사용하여 독자들에게 현실감을 가지게 한다.

동화책의 첫 번째 이야기 ‘피아노’는 근육장애로 인하여 휠체어를 타게 된 송이가 피아노 학원을 가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 속에 장애를 가진 부모가 치료를 위해 병원을 전전하고, 직장을 그만두고 돌봄을 전담하고, 거리에서 힐끔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고, 등하교를 도와주는 고마운 친구가 있고, 엄마와 송이가 서로 더 잘해 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별명’은 장애 아이에게 붙이는 별명을 이야기한다. 장애인을 별명으로 하여 ‘애인’이라고 부르는 것과 ‘송이버섯’. ‘초코송이’ 등 아이들이 흔히 이름으로 연상되는 단어와 연결하여 별명을 만드는 것도 보여준다. 그리고 장애인을 뜻하는 별명은 놀림의 수단이 된다.

거리에서 송이를 놀리는 것에 송이는 참고 견디는 태도를, 이모는 아이들을 혼내 주는 태도를 보인다. 그래서 이모의 별명은 ‘조폭마누라’이다. 송이는 놀림을 엄마에게는 일러주지 못한다. 엄마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서이다. 동생 신이는 검도선수가 되고자 하는데 그 이유는 놀리는 아이들을 혼내주고자 함이다.

세 번째 이야기 ‘겨울방학’은 방학을 하여 집에 혼자 있게 된 송이와 친구 민이의 일과를 이야기한다. 송이는 모두 바쁜 가족 때문에 혼자 종일 집에 있으면서 독서도 하고, 음악도 듣다가 잠이 든다. 동생 신이는 친구와 놀러 다닌다고 늘 바쁘다. 비장애인 형제와 장애인과 비교하면서 장애아의 고독감과 서로 다른 일상을 보내면서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함께 하며 도움을 주는 모습을 그린다.

놀다가 언니를 도우러 온 동생에게 기다림의 지루함과 조바심, 의무감 등으로 도와주는 듯한 동생에게 서운함을 느낀다. 친구 민이는 아빠가 가정폭력을 행사하고 술주정을 부려 역시 외롭고 힘든 나날을 보낸다. 단 한 명의 친구가 장애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다른 이유로 서로 감정적으로 공감하면서 서로를 이해한다.

‘민이 엄마의 가출’ 이야기는 ‘겨울방학’에서 살짝 이야기한 민이 가정사를 구체적으로 풀어나간다. 민이 아빠가 사업에 실패한다거나, 보이스피싱을 당하고 민이 엄마가 연관되어 있다고 의심을 한다거나, 의처증이 있어 치장을 하면 누구 만나느냐고 다그치는 등 민이 아빠의 행동으로 어두워진 가정사를 이야기한다.

그러다 민이 엄마는 가정폭력으로 인하여 민이와 민이 언니 경이를 두고 가출을 하여 숨어 지낸다. 그래도 아이들이 걱정되어 송이 엄마를 통해 아이들을 돌본다. 보이스피싱은 김효진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아니다. 요즘에 일어나는 이야기를 가미하여 각색을 하면서 김효진 작가의 어린 시절 가난한 이웃들의 이야기와 남성우월주의에 의한 가정폭력의 피해 가족을 이야기한다.

보이스피싱은 요즘 아이들에게 이해시키기 편한 도구이다. 그런 어두운 환경 속에서도 억척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다. 민이 언니 경이의 장래 희망은 건물주다. 갑질하지 않는 착한 건물주, 가난한 사람들의 과거의 상과 현재의 갑질이야기가 서로 연결되어 재미있게 설명한다. 김효진 작가가 여성의 문제에 관심이 많은 운동가이기에 가정폭력의 이야기를 하면서 장애인 가족만 힘들게 사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어두운 구석이 있다고 말한다.

‘거짓말’에서는 송이가 민이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 집에 귀가하는 시간을 자주 잊게 되었는데, 동생 신이가 데리러 와서 게임을 한 것이 들켰지만 신이는 그것을 비밀로 해 주었다는 이야기다.

장애인이 친구가 적고 달리 놀 문화가 없어 게임에 빠질 수 있다는 설정은 장애인의 놀이문화와 놀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말은 맞지만, 장애인이 더 게임에 중독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는 객관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피아노’, ‘겨울방학’ 등에서도 장애를 가진 송이는 치료를 받는다거나, 친구가 없다거나 하여 놀 시간도, 놀아줄 사람도, 놀 수 있는 도구도 없다는 이야기를 하며 동생 신이는 친구가 많아서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신이는 언니와 시간을 같이 해 주지 못하고 다른 아이들과 논 것을 미안해하는 설정은 장애인은 어려서부터 소외되고 격리되는 것을 경험한다는 설정과 놀 권리가 보장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송이가 장애를 가진 초기에는 병원을 전전하는 바쁨을, 조금 자라서는 방치되다시피 심심한 생활을 한다.

‘할머니는 무서워’에서는 잠시 같이 생활하게 된 할머니가 장애를 가진 송이 때문에 온 가족이 고생을 한다는 말에 대한 스트레스를 먼저 기술하고, 할머니는 민이 아빠가 술에 취해 찾아와서 행패를 부려도 훈계하여 돌아가게 할 정도로 노인이지만 힘이 있어 가족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어른임을 보여준다.

최고 어른의 장애에 대한 편견과 편애를 통한 차별에 신이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할머니를 무서워하기도 한다. 할머니가 직접 송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겠다는 말에 싫어하며 걱정을 하는 송이의 마음을 그렸다. 명탐정 코난에 나오는 ‘운명에서 도망치지 마라’는 말을 빌려 장애로서 피할 수 없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표현하고 있다.

‘안녕, 친구’에서는 할머니가 송이에게 ‘장애아를 돌보아 준 부모에게 더 잘 해라.’라는 말과 ‘친구는 좋은 집안 공부 잘 하는 아이만 사귀라.’는 말에 반감을 가지지만 반박하지는 못한다. 여기서 우생학처럼 우수함이 대접받는 사회와 장애를 대조시킨다.

그리고 할머니가 휠체어를 밀어주면서 다가오지 못한 민아의 빈자리를 이야기한다. 가족의 보호는 또래와 만날 기회를 막게 된다. 민이가 엄마를 따라 이사하게 되어 아쉬움 속에 더 이상 친구를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극대화시킨다.

‘가족사진’에서는 심심해서 본 책 ‘아름다운 아이’에서 명장면이라며 ‘못난 얼굴을 왜 수술하지 않느냐?’는 말을 듣고 ‘수술한 게 이래’라는 답으로 장애는 의료로 해결할 수 없음을 말한다. 심심한 송이를 생각해 주말 외식을 하러 갔는데 뷔페에서 가족들이 가져다주는 음식을 먹으며 선택권을 가지지 못함을 이야기한다.

다행히 가져다 준 것이 마음에 들면 성공이라 생각한다. 가족사진을 찍으며 할머니가 ‘휠체어가 자랑도 아닌데, 의자에 옮겨 앉아 찍자.’고 하는 말에 휠체어를 타고 있는 그대로 찍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다. 휠체어를 가족조차도 사진에서 지워버리고 싶어함은 결국 장애인 송이에 대한 거부감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 봐 주기를 바라는 송이에게 할머니는 ‘장애 티 내지 마라.’라고 말한다.

‘위기 탈출 할머니’에서는 부모님이 외가에 간 뒤 할머니가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아 송이 아빠가 교통사고를 냈으니 돈을 보내라는 말에 속아 안절부절 못하는 할머니에게 사정을 묻는 송이는 할머니에게 철저하게 무시당한다.

장애아이가 뭘 아느냐, 성가시다는 대접을 받는다. 송이는 사정을 알고는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이 아님을 알게 되어 사기를 면하게 된다. 송이가 대단하다는 칭찬을 가족들에게 받으면서 송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명탐정 코난’의 주인공이 된 기분을 느낀다. 장애아이도 같은 가족이며 쓸모 있음을 말하고자 한 이야기다.

‘만남’에서는 헤어졌던 민이가 학교에 찾아와 반가웠다는 이야기와 아빠가 전동 휠체어를 선물해 줘서 새 휠체어와 만나고, 그것으로 자유와 자립과 만나게 된 사연을 이야기한다. 보이스피싱을 막은 송이는 보호만 받던 입장에서 적극적 활동을 하는 동등한 가족의 입장으로 변하는 자신과도 새로이 만난다.

‘달리기 시합’에서는 더욱 화목해진 가족의 모습을 그린다. 수동 휠체어를 탄 이모, 전동 휠체어를 탄 송이, 세발자전거를 탄 이모 아들, 그리고 수동휠체어를 탄 이모가 달리기 시합을 한다. 이 모습은 각자의 방법으로 인생을 살게 될 것이라는 것을 묘사하며 나름 모두가 행복할 것임을 예견한다. 이런 시합은 서울DPI가 과거 자주 하던 이벤트다.

작가 김효진은 위의 여러 가지 에피소드 소주제 이야기들을 통해 송이와 가족의 변해 가는 모습을 그린다. 가족 이야기에서 장애를 통해 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면 평등하며 더욱 행복하고, 장애인도 능력을 보일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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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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