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마당’이라는 다소 생소한 단체의 전시회 소식에 신선한 기대를 안고 다녀왔습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성미산학교내에서 활동 중인 발달장애가 있는 8명의 학생과 부모들로 구성된 작은 모임이라는 설명을 읽으며 전시된 그림들을 둘러보니 ‘맑다’라는 단어가 감각으로 전해져 왔습니다.

현대 미술은 고전적인 정형화된 그림에서 벗어나 아티스트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야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한 예술가가 된다고 합니다. 성공한 예술가라는 정의가 화폐로 매겨지는 뉘앙스가 있지만 결국 화폐로 높이 매겨진다는 것은 찾아주는 컬렉터가 많다는 의미가 되기도 하고 그림이 많은 사람들과 느낌과 감각을 공유한다는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활발한 작풍활동으로 아티스트의 기량이 숙성되었다는 의미도 있겠지요.

명확한 화풍과 자신만의 터치감의 특색을 어필하는 아웃사이더예술이 현대에 들어와서 작품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를 말해주듯 이번 ‘노란마당’의 전시는 작품 하나하나, 작가 한명 한명의 개성과 표현법이 독특하고 재미있었습니다.

규재가 아웃사이더예술, 에이블아트 미술가로 이런저런 활동에 참여하는 횟수가 늘다보니 그림을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엄마매니저의 그림 보는 안목도 학습되고 있는 중입니다. 서당 개처럼 풍월을 제법 읊는다고나 할까요?

규재를 비롯해서 함께 활동 중인 발달장애인들의 그림 특징은 ‘추상화는 아닌데 그렇다고 구체적이지도 않은 느낌?’이 처음 보는 이들은 고개를 갸우뚱, ‘비구상 장르도 아닌 것이 구상 장르는 더더욱 아니고... 흐음....’ 으로 시작하는 감상은 곧 ‘오홋! 여기 이건? 재미있네, 그럴수도 있네, 그러네!’의 감탄으로 바뀌는 현장을 자주 목격합니다.

일반 추상화와는 다르게 그림 속에서 찾아내는 의미를 나타내는 색감이나 선들은 숨겨져 있는 작가만의 세계를 발견하듯, 숨은그림찾기에서 답을 찾았을 때처럼 희열과 만족감을 느끼게 해 줍니다. 그래서 요즘 그림 시장이나 앞서가는 안목이 있는 갤러리 대표들이 발달장애인들의 그림을 조명하기 시작한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정찬 작품 <하얀 구름>. ⓒ노란마당

작가마다 나름의 특색 있는 스토리로 맑은 그림을 그리고 있는 ‘노람마당’의 아티스트들을 현대 미술이 필요로 하는 ‘휴먼브랜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술이라는 개인의 창작물로서 언어만큼이나 섬세한 대화가 가능하게 된 미술가의 ‘휴먼브랜드’가 노람마당의 전시로 가능성을 열게 되었습니다.

이제 에이블아트는 장애 극복의 눈물겨운 인간승리가 아닌 당당한 개인 당사자의 특질을 예술로 승화시켜나가는 당사자만의 ‘휴먼브랜드’가 될 것을 확신합니다.

여인찬 작품 <자화상>. ⓒ노란마당

‘노란마당’의 전시는 마포중앙도서관 5층 로비 전시로 진행되어 오는 9월 30일까지 곧 마무리를 앞두고 있지만 지역사회가 발달장애인들의 그림으로 소통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작가 노트에 적힌 작가 당사자의 소개 글을 읽으며 낯설었던 발달장애인을 이해하고 표현방식이 다른 모두 소중한 이웃이라는 소통을 이 ‘노란마당’ 전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길 기대합니다.

김익환 작품 <성좌: 별자리>. ⓒ노란마당

‘노란마당’ 전시 참여 작가를 소개합니다.

권정현-기차와 로봇을 소재로 친구들과 함께 하는 예쁜 마음을 그립니다.

김익환-먹을 사용해 동물을 크로키하고 별자리와 신화에도 관심 많은 호기심대왕.

김준하-삼겹살과 친구와 엄마를 제일 좋아한다는 밝은 그림이 돋보입니다.

김태윤-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좋아하는 다양한 그림 주제가 흥미롭습니다.

여인찬-만화캐릭터들이 한데 모여 재미있는 일을 벌이는 상상력 깊은 표현들이 돋보입니다.

이도은-활기차게 뛰어노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처럼 탈 것들의 움직임이 그림에 보입니다.

이서준-활짝 웃고 있는 가족을 그린 그림에서 따뜻함이 전해져 옵니다.

이정찬-색을 섞어서 자신의 색을 만들 줄 아는 완성도 높은 그림이 인상 깊습니다.

이학철-우주를 동경하는 환타지한 느낌이 살아있습니다.

임우재-양복 입은 아빠의 모습을 좋아한다는 그림 속 가족은 모두 멋쟁이입니다.

에이블아트가 치료나 교육으로 만들어진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지막하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예술을 한다면 이들처럼...’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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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칼럼니스트 발달장애화가 이규재의 어머니이고, 교육학자로 국제교육학회에서 활동 중이다. 본능적인 감각의 자유로움으로부터 표현되는 발달장애예술인의 미술이나 음악이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적 가치로 빛나고 있음을 여러 매체에 글로 소개하여,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며 장애인의 예술세계를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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