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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수장애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모든 복지 분야에서 ‘척수 패싱’ 현상

척수장애인 종합 지원대책 수립 필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9-14 12:51:55
얼마 전 한국척수장애인협회에서 주최한 건강세미나에서 ‘2017 장애인실태조사’를 기반으로 한 척수장애인의 통계 발표를 듣고 깜짝 놀랐다. 척수장애인의 평균 연령이 60.6세이고 척수손상 부위가 요추가 70%라는 결과였다.

이해하기가 어려워 발표하신 분에게 몇 번이고 확인을 했으나 장애인실태조사를 근거로 했고 신뢰할 만 하다고 몇 번이나 강조를 하셨다. 이는 척수장애인에 대해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를 통해 나온 결과일 것이다.

지체장애 안에 소분류로 구분되고 그나마도 기능장애라는 애매한 분류를 하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6천 명 정도 되는 표본조사에서 척수장애인이 지체장애인의 4%정도이니 120명 남짓한 표본으로 나온 결과여서 그럴 수도 있다.

현실과 괴리가 있는 이런 통계로 8만의 척수장애인을 위한 제도를 만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근거가 없는데 어떻게 대안을 만들겠다는 것인가?

제대로 된 전수조사 없이는 척수장애인을 위한 욕구를 간파할 수 없고 그럴 수가 없다면 척수장애인은 영원한 변방의 소수장애인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다.

유형분리를 통해 척수장애에 대한 정확한 통계와 이해가 되어야 제대로 된 정책이 생긴다. 현재의 방식으로는 척수장애는 영원한 변방이다. 누군가가 그런다. 맞춤형 복지가 있지 않느냐고.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맞춤형 복지도 통계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맞춤형 복지일수록 장애를 더 세분화하고 통계를 기반으로 하여야 한다.

이러다 보니 척수장애인은 손상초기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평생을 입고 불편해하고 있다. 의료적 재활에만 신경을 써서 모두들 걸어서 병원에서 나가는 신기루만 보고 있다. 정작 중요한 사회복귀 프로그램을 제대로 하는 병원도 전문가도 없다.

중도장애인의 장기입원을 줄이고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한 ‘재활의료기관 지정운영 시범사업’은 퇴원시키기에 급급하여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내몰리고 있고 이러다 보니 척수손상환자가 피해자가 되고 있다.

사회복귀가 밀어내기식의 퇴원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 척수장애인들은 다 안다. 그들만 모른다. 준비된 퇴원이 되어야 한다. 준비 안 된 퇴원은 오히려 장기입원의 빌미를 만들 수도 있다.

재활운동 및 체육사업도 퇴원을 해야 대상자가 된다고 한다. 입원기간 중에도 지역사회에서 재활운동 및 체육 프로그램을 받을 수가 있어야 동기부여가 되어 퇴원을 촉진시킬 수가 있는데 평균 30개월 이상 장기입원을 하는 척수환자들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조기에 재활운동 및 체육을 통해 사회복귀를 촉진한다는 목적에 위반된다고 본다. 체육활동을 통해 사회복귀를 촉진하려는 계획도 척수장애인에게도 패싱이 되었다.

최근 척수장애를 전문으로 보는 대형병원은 하나 둘 폐업을 하고 척수환자가 많이 입원을 하던 병원들도 다른 유형으로 업종전환(?)을 하려고 척수환자에게 퇴원을 종용하고 있다. 척수장애는 외래도 안 본다고 한다. 척수장애가 패싱 장애유형이 되고 있다.

커뮤니티 케어에도 척수장애인과 같은 중도장애인을 위한 계획이 없다. 탈시설 장애인, 정신질환자. 아동재활, 노인재활이라는 커다란 카테고리에 장기입원도 시설이나 진배가 없는데 척수장애인은 투명인간이 되었다.

서울시장애인전환서비스지원센터에도 중도장애인에 대한 대책은 없다. 중도에 사고로 인한 평균 30개월의 병원생활은 척수장애인에게는 시설이나 다름이 없다. 27년이나 병원생활을 하는 척수장애인도 있다. 자존감도 떨어지고 삶의 선택에도 자신감을 상실했다면 탈시설 장애인과 무엇이 다른가?

이렇게 항변을 하면 시설에 들어갔다가 1년 있으면 자격이 되니 그때 탈시설장애인 혜택을 받으면 된다는 기가 막힌 아이디어(?)에 혀를 내두를 뿐이다. 장애인들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데 정책은 요지부동이다.

탈시설 장애인에게는 체험주택과 자립주택으로 지역사회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정신질환자도 중간집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지역사회의 연착륙을 유도하는데, 척수장애인은 아무런 준비 없이 퇴원시켜 무방비로 지역사회에 내팽겨쳐지고 있다.

척수장애인은 전환재활 서비스가 없어서 최대한 여러 병원을 셔틀을 하다가 요양병원까지 가기도 한다. ‘사회적 입원’을 하기 때문이다. 준비가 없이 사회로 나가는 것이 두려워 계속 병원 안을 전전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았다.

척수장애인은 활동지원제도의 가장 큰 피해자이다. 활동지원사가 기피하는 장애유형이다. 활동지원사에게 선택되어지는 존재인 것이다. 1년째 활동지원사를 구하지 못하고 외부활동에 제약을 받는 척수장애인도 있다. 차등수가제를 통해 전문 활동지원사를 양성해야 한다.

3천만원 하는 전동휠체어도 209만원을 지원하고 300만원하는 전동휠체어도 209만을 지원한다면 이것이 제대로 된 지원이라고 할 수 있을까? 비싼 휠체어를 탈 수밖에 없는 신체적인 구조라면 당연히 지원방법을 다르게 해야 한다. 휠체어를 사면서 자부담이 수백%라면 이는 제대로 된 복지가 아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장애인화장실도 가족화장실이라는 명목으로 변경이 되어 정작 화장실이 가장 필요한 척수장애인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휠체어 때문에 장애인전용주차공간이 필요하지만 현실에서는 좁은 일반 주차공간에서 허덕이고 있다.

장애인가족지원센터도 일부 특정 장애유형을 위해 존재한다. 중증의 척수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은 마음 붙이고 발붙일 곳이 없다. 척수장애인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도 패싱이 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보호자 없는 병실을 만들고자 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도 척수손상 환자처럼 중증의 환자에게는 패싱이다. 원래의 목적과는 다르게 경증의 환자를 위한 좋은 서비스로 호평(?)받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월 3~400만원의 간병비에 척수장애인 가족들도 패싱이 되었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장애인복지관 200개가 넘는다는데 척수장애인을 위한 전문복지관이 1도 없다. 유형별 복지관은 그들만의 복지관이고 기타 복지관은 일부 유형의 장애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만 가득하다.

직업재활에서도 척수장애인은 패싱이다. 고학력과 경력단절장애인(경단장)인데도 원직장 복귀를 위한 제대로 된 지원체계가 없다. 기술습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장애수용이 먼저라고 해도 이해를 못한다.

척수장애인들은 장애수용만 되면 직업을 갖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척수장애인 특화 직업센터가 필요하다고 해도 법정장애가 아니라 안 된단다.

척수장애인 종합지원대책을 세워 달라고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해야 알아주려나? 맞춤형복지와 찾아가는 서비스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정녕 척수장애인을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단언컨대 “척수장애인을 위한 (우리)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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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찬우 (elvis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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