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몸과 성적 욕망을 지닌 성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정신적 사고를 하는 이성적 존재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사회적 존재로서 가정과 직장,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맥락 속에서 여러 종류의 대인관계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간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다양한 관계 속에서 내가 어떤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배우면서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는 방법을 학습해 간다.

다른 글들에서 필자는 발달장애인성교육이 발달장애인들에게 성에 대한 사실적 지식만을 갖도록 도와주는 게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의 지식도 갖게 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 이유는 인간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싶은 본능적 욕구를 지닌 존재이자 동시에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요구되는 사회규범을 지켜야 하는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자존감이 높은 발달장애인들을 별로 만난 적이 없다. 이들은 살아가는 동안에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성을 경험하는 일이 거의 없다.

오히려 이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신들이 늘 잘 못하고 실수하는 사람들이라는 피드백을 받으며 살아왔다.

또한 이들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비로소 자신들이 살아가는 경험을 주로 한다.

발달장애인들이 있는 곳에서 20여 년간 그들과 함께 일 해 오고 있는 필자는 그들이 복지관, 주/단기보호시설, 거주시설, 그룹홈, 작업장 등에서 그들의 부모들과 종사자들을 포함하여 주변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보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더 많이 받는 모습을 보아왔다.

건강한 성적 존재이자 사회적 존재로 성장해 갈 권리는 모든 인간에게 있다. 건강한 성적 존재로 성장해 가는데 있어 가장 기초적인 것은 긍정적인 자기인식 및 이에 따라 오는 자존감이다.

긍정적인 자기인식은 자신의 단점을 인식하고 수용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장점에 좀 더 초점을 맞출 때 생긴다. 그럴 때,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자존감이 생겨날 수 있다.

그럼 구체적으로, 발달장애인들의 경우에 이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존감을 어떻게 지니게 되는가? 그들이 자존감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발달장애인들의 자존감을 키워주기 위한 확실한 방법은 자기 자신에 대해 기대를 갖게 만들고 그 기대를 성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발달장애인들이 자신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부모가 그리고 교사 및 종사자들이 발달장애인들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를 가져야 하고 그 기대를 그들에게 표현해야 한다.

모든 사람은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들로부터 자신이 어떤 기대를 받고 있는지 알게 되면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발달장애인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인 기대를 받는 사람들인가?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인 기대를 받는 사람은 먼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필자는 복지관의 주간활동실을 이용하는 한 발달장애인(그녀는 주간활동실에서 반장을 맡고 있는데, 감정의 기복이 심해서 다른 이용인들과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다)을 예를 들어 보겠다.

직원들은 그녀를 반장으로 예우해 주면서, 다른 이용인들에 대한 돌봄을 부탁한다.

필자는 그녀를 보자 “00 반장님, 요즘 반장님이 주간활동실에서 친구들에게 짜증내지 않고 친절하게 도와드린다는 얘기를 선생님들에게 들었어요. 역시 우리 반장님은 훌륭해요. 오늘은 선생님 한 분이 휴가라 반장님이 다른 선생님들을 많이 도와주셔야 하는데요. 저는 오늘도 반장님이 다른 친구들에게 화내거나 큰소리 치지 않고 웃으면서 말하고 도와주시면서 행복하게 지내실거라 믿어요. 그렇죠?”라고 그녀에 대한 나의 기대를 표현한다.

발달장애가 있는 그녀가 자신을 반장으로 인식하고 또 반장의 역할을 알게 되는 것은 직원들이나 필자가 표출한 기대를 통해서 이다.

그리고 그녀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작은 노력을 할 때 직원들과 필자로부터 칭찬을 듣게 되면 자기 자신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사람인지에 대한 자존감이 생기게 된다.

그녀가 긍정적인 자기인식과 자존감을 가짐으로써 그 결과 그녀는 주간활동실이라고 하는 사회적 맥락 안에서 꽤 괜찮은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더 잘 살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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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칼럼리스트 현재 서울시중구장애인복지관의 관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20년 동안 조기교육실, 그룹홈, 생활시설, 요양시설, 직업재활시설 등에서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일하였다. 특수교육에서 발달장애인의 성에 대한 주제로 석·박사학위를 받았고 사회복지에서도 석·박사학위를 지니고 있다. 97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발달장애인들에게 성교육을 제공해 오고 있고, 부모교육과 종사자교육, 교사교육 등을 해 오고 있다. 현재 서울시중구장애인복지관에서 상·하반기에 걸쳐 발달장애인성교육전문가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숭실대학교, 단국대학교, 숭실사이버대학교 등의 외래교수로서 사회복지와 특수교육 관련 과목을 강의하면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이 칼럼을 통해서는 발달장애인의 성과 성교육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소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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