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는 지난 24일자로 장애인단체에 발송한 공문을 통해 고속도로 장애인 하이패스 단말기를 특별 보급한다고 밝혔다.

공문에 따르면 공공부문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하이패스 단말기의 보급 확대를 위해 마련했다고 한다.

오는 8월부터 12월까지 장애인에게 무상 보급을 하는데, 지난 18일부터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하이패스 단말기 가격은 9만 5천원인데, 그 중 6만원은 한국도로공사가 부담하고, 나머지 3만 5천원은 신한카드와 단말기 공급 회사가 부담한다.

한국도로공사는 공공기관으로서 사회적 가치 실현이나 장애인의 경제적 부담 경감을 목적으로 한다지만, 신한카드는 왜 지원을 하게 되었을까? 신청대상을 보면 통합형 복지카드를 소지한 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복지카드 중 통합카드는 모두 신한카드 고객이므로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장애인 차량은 전국에 1백만대가 넘는 상황에서 선착순 3만대라는 것은 먼저 신청한 사람에게만 혜택이 있고, 정보를 늦게 알아서 신청하는 사람에게는 약만 오르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누구는 무상으로 보급을 받았는데, 나는 돈을 내고 구입을 해야 하는가라는 손해 보는 마음이 생겨 특별 행사가 마무리되고 나면 평소 판매되던 시장도 약화되는 효과를 초래하여 결국 하이패스 단말기 시장은 오히려 위축될 것이다.

그럼 신청은 회사에서 개인적으로 구입을 하면 카드사와 한국도로공사가 제조회사에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다. 신한카드 콜센터 1544-7000, 8월 1일부터 하이패스 상담 전용 콜센터 1833-4799에서 신청을 받는다.

그러면 신한카드는 보급 업체를 하나 지정해 놓고 제조사에서 구입을 하여 보급하게 될 것이다. 구매자로 하여 신한카드사에 전화를 해 보았는데, 콜센터에서는 아직 신청을 받지 않는다고 하고, 신한카드 영업팀에 전화를 하니 신청을 받는다고 한다.

지정된 보급회사가 한국도로공사와 전산망이 구축되어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듯하다. 그런데 가장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하이패스 제조사는 엠피온과 휴먼케어 두 곳이 있는데, 무료 보급을 신청하는 장애인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무작위라는 것이다. 두 회사 중 어느 정도의 비율로 공급되는지도 알 수 없다. 신한카드에서는 일주일은 엠피온, 또 일주일은 휴먼케어에서 구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장애인이 아무리 무상이라고는 하지만, 어느 회사 제품을 사용할 것인지 선택권이 없다는 것은 문제이다. 무료로 주는 구호품이니 감사하며 주는 대로 받으라는 것은 장애인을 무시하고 철저하게 자선적 차원에서 장애인을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판매망인 제조사의 판매망을 끊어 버리고 신한카드가 별도의 보급 라인을 만들면서 장애인에게는 제품의 특징이나 선호도는 무시한 채 마구잡이로 나누어주고 나면 시장은 혼란스러워지고 장애인은 일단 무료로 받았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아 새로 구입할 때에는 온전히 모든 비용을 내고 구입해야 한다.

여러 차례 누누이 장애인의 선택권을 인정해 달라는 요구를 무시하고 그런 계획조차 없으니 주는 대로 받으면 된다는 답만 반복해 왔다.

고객 서비스가 아니라 무조건 잔치에 초대해 놓고 입맛과 무관하게 차린 대로 감사하며 먹으라는 것은 몹시 장애인으로서 자존심 상하고 접대를 받은 것이 아니라 자선의 대상으로 전락한 비참한 심정이 든다.

이러한 반복된 지적에도 불구하고 왜 선택권을 주어야 하는지 감수성조차 없이 일방통행 하는 한국도로공사와 신한카드는 정말 장애인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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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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