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교육할 때 자주 나오는 질문들 중 하나는 발달장애 자녀에게 성교육을 언제부터 실시하는 게 좋은지에 대한 것이다.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에게 성교육이 제공되어야 할 적절한 시기는 언제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발달장애인이 사춘기가 되었을 때 성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반드시 사춘기가 성교육 제공의 출발점은 아니다. 발달장애 자녀에게 성교육이 제공되어야 할 시기는 부모가 장애 자녀를 위한 성교육을 어떤 교육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성교육을 인간의 몸과 생식 및 성폭력 예방 등에 관한 것을 가르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아이에게서 이차성징이 나타나는 사춘기 직전이나 사춘기가 적절한 교수의 시기일 수 있다.

이 경우, 성교육은 남녀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신체부위들의 기능, 그리고 성폭력 예방을 위한 방법 등을 다루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또한 생리나 몽정, 자위행위, 임신 및 피임 등과 같은 신체적이고 행동적 차원의 것들이 성교육 내용의 주를 이를 것이다.

하지만 성교육을 사랑과 친밀감에 대한 본능적 욕망을 갖고 있는 사회적 존재로서 자기 자신 및 다른 사람들에 대해 배우고,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요구되는 것들을 배우는 것으로 여긴다면, 성교육은 어릴 때부터 제공되어야 한다.

성교육에서는 한 인간으로서 즉, 서로 다른 생식기를 지닌 여성 또는 남성으로서 자신의 몸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자신의 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몸을 맥락에 따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느낌이나 생각, 행동을 상대와 장소, 시간에 따라 어떻게 표출해야 하는지 혹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 그리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신의 몸과 마음이 어떻게 변해 가고 또한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과 같은 매우 총체적인 것들이 다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발달장애인이 어릴 때부터 그 아이의 이해 수준에 맞춰 필요한 모든 순간에 제공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발달장애인에게 성교육이 제공되어야 할 특별한 시기란 없다고 할 수 있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부모나 가족으로부터 자신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인지를 느낄 수 있는 대우를 받는 것 자체가 성교육의 시작이라고 하겠다.

이는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시점이 바로 성적 존재로서의 발달을 시작해 가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성교육이 단순히 인간의 몸에 대한, 그리고 생식에 대한 것만을 다루는 교육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성교육은 사랑과 친밀감에 대한 욕망을 갖고 있는 사회적 인간으로서 자신의 이런 욕망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하고 또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다양한 사회적 맥락에서 그 욕망을 어떻게 다루어 나가야 하는지를 배우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발달장애인에게 성교육이 제공되어야 할 시기는 그 아이가 본능적 욕구를 지닌 사회적 존재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그 날부터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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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칼럼리스트 현재 서울시중구장애인복지관의 관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20년 동안 조기교육실, 그룹홈, 생활시설, 요양시설, 직업재활시설 등에서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일하였다. 특수교육에서 발달장애인의 성에 대한 주제로 석·박사학위를 받았고 사회복지에서도 석·박사학위를 지니고 있다. 97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발달장애인들에게 성교육을 제공해 오고 있고, 부모교육과 종사자교육, 교사교육 등을 해 오고 있다. 현재 서울시중구장애인복지관에서 상·하반기에 걸쳐 발달장애인성교육전문가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숭실대학교, 단국대학교, 숭실사이버대학교 등의 외래교수로서 사회복지와 특수교육 관련 과목을 강의하면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이 칼럼을 통해서는 발달장애인의 성과 성교육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소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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