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이는 책 읽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책의 주제에 대한 선호가 매우 뚜렷하지만, 그렇다고, 소위 말하는 독서 편식을 하지는 않아서, 다양한 책을 즐겨 읽는다.

집안에서도 몸을 한 시도 가만히 두지 못하여 풀썩거리며 탱탱볼을 반복 투구하는 전형적인 여덟 살 남자아이…(니가 진정, 류현진 선수 같은 세계적인 투수가 될거란 말이냐?)

이렇듯, 천상 혈기왕성, 열혈남아지만, 어릴 때부터, 문득 문득 조용해서 뭘 하고 있나 보면, 침대에 널부러져서, 소파에 앉아서 어김없이 책을 읽고 있는, 모든 엄마가 바라는, 의외의 반전매력을 보여주는 아이이기도 하다.

독서선생님과 함께. ⓒ은진슬

특히, 여섯 살 때 만난 멋진 롤모델이 되어 주신 태권도 유단자로 남자 대학원생이셨던 독서선생님 덕분에 자전거 씽씽 타고 서점에 가서 재미있는 책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는 것에 큰 기쁨을 느끼게 되어 우리도 그 후로도 서점 가는 재미를 계속 북돋워 주었더니 지금도 서점에 가는 것을 너무너무 좋아한다.

덕분에, 작년에는 유치원에서 다독상을 받기도 하여, 책과 지적 탐구와 유희를 극도로 사랑하는 엄마에게 내심 커다란 기쁨을 안겨 주기도 하였다. 또한 나름 수집가 기질도 있어서 여섯 살 때부터 관심을 가졌던 역사에 대한 책을 꾸준히 읽으며 모아서 여덟 살 3월에는 드디어 24권의 대단원의 막을 내렸기에 기특한 마음에 책걸이를 해 주기도 하였다.

우리 부모들이 내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기를 얼마나 절실히 바라고 또 바라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육아키워드가 하나 있다.

책.육.아.

아무리 책을 좋아하여, 써 보기까지 한 사람인 나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이 키워드가 그리 자연스럽게 들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 부모들의, 내 아이가 책 읽기를 사랑해 마지 않는 아이로 자라나길 바라는, 절실하고도 간절한 바램이 이보다 더 잘 투영된 키워드도 없을 것 같긴 하다.

이런 관점에서, 이제 여덟 살이 된 이응이의 책에 대한 지극히 우호적인 태도들을 종합해 보면, 내가 딱히 책 육아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이응이가 책 읽기를 사랑하며 살 수 있는 밑바탕은 마련해 준 것 같다는 생각을 최근 들어 종종 하게 된다.

부모라면 누구나, 내 아이가 책을 좋아하며 열심히 읽는 모습만 봐도 마음이 뿌듯하고 기분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그 감회가 특히 더 남 다른 것이 사실이다.

시각장애를 가지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치고, 아이의 독서 문제에 대한 고민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내가 책을 볼 수 없어, 자유롭게 읽고, 아이와 상호작용을 해 줄 수 없는 상황에서, 영유아기 아이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해 주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비시각장애인 부모들의 몇 배의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만, 소위 말하는, 어릴 때 단단히 잡아 놓아야만 한다고들 난리인 아이의 독서 습관을 잡아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쯤에서, 초보 시각장애 부모님들은, 그래서, 그렇게 특별한 노력이 대체 뭐냐, 같이 좀 알자 하실 수도 있겠다. 나 역시, 혼자 좌충우돌, 고군분투하면서, 시각장애엄마인 내게 맞는 방법을 찾아 가면서, 아이를 즐거운 책 읽기의 세계로 포섭할 수 있었다.

이번 칼럼에서는, 시각장애 부모 입장에서, 기술적으로 도움이 되는, 아이와 아이와 함께 즐겁게 책 읽기의 세계로 여행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노하우를 풀어 놓아 볼까 한다.

사과모양에 책을 대면 책을 읽어주는 북*리의 애플트리와, 색연필 모양의 세*펜 ⓒ북*리, 세*펜 공식 홈페이지. ⓒ은진슬

1. 영아기에는 독서용 펜 보다는 고정형 독서기기로 아이와 책읽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시각장애 부모라면, 아이가 태어난 후, 초점책과 헝겊책을 지나고 블*래빗, 애*비 등의 사운드북들을 함께 읽은 후, 그러니까 약 돌 전후 시기가 도래하면, 아이와 책 읽기의 첫 번째 고민과 난관이 찾아온다.

이제 아기가 슬슬 손가락으로 그림을 가리키며 호기심을 보이기도 하며, 슬슬 그림책의 글밥의 비중이 현저하게 높아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텍스트를 입말로 임기응변 하는 것도 쉽지 않아지기 시작하며, 아무리 시각장애인들이 상대적으로 머리가 좋다는 속설이 있기는 해도, 그림책 텍스트를 모조리 외워가며 읽어 주는 것에도 한계를 느끼기 시작한다.

이 때 난관에 봉착한 시각장애 부모들에게 구원투수와도 같이 나타나는 문명의 이기가 있으니, 그건 바로 세*펜, 뽀**펜, 북트리와 같은 책 읽어 주는 기기들이다. 물론, 이것들이 시각장애 부모들을 위해 개발된 것은 아니지만, 아이 책을 눈으로 볼 수 없는 시각장애 부모들에게는 얼마나 고맙고도 고마운 이기인지…

나 역시, 언어가 매우 빨라서, 돌쯤 되니, 나가자고 현관을 가리키며 ‘나’를 외치고, 날아가는 비행기를 가리키며 ‘비’라며 의미 있는 언어를 구사하기 시작하는 호기심 왕성한 이응이와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지, 너무도 많은 고민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면서 갈등한 건, 바로 어떤 독서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아이와 나를 위해 가장 좋은 선택이 될까였다.

유아용 독서 보조 기기들은 크게, 펜 형태와 보드나 가구 형태의 북트리로 나눠 볼 수 있는데, 영아기에는 펜 형태 보다는 붙박이 가구나 보드 형태의 독서기기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물론, 펜 형태가 휴대성도 좋고, 자리도 차지하지 않는 데다가 북트리형 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좀 더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을 물고 빨고 만지며 탐색하기에 바쁜 영아기 아기와 독서용 펜을 가지고 책을 읽는 것은,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아기는 소리 나는 펜 자체에 매료되어 물고 빨고 눌러보고 하느라 독서용 펜 자체에만 관심을 보일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고민 하다가, 붙박이 가구 형태의 북트리를 선택했는데, 이것이 영아기 아기에게 뜻 밖의 좋은 점을 많이 갖추고 있다는 것을 사용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내가 사용하던 북트리는 영유아 두 명이 나란히 앉아 책을 볼 수 있는 크기 정도의 벤치 옆에 나무 모양의 책꽂이가 붙어 있는 형태였다. 덕분에 책을 읽을 때마다 일관성 있게 북트리 벤치에 앉아 책을 읽다 보니, 의도하지 않았던 일정한 장소에서의 독서 습관 같은 것이 체득되었을 뿐만 아니라 아기에게 매우 매력적인 공간으로 느껴졌던지, 북트리 벤치에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책, 종이 등을 잔뜩 가져다 놓으며, 나름 자기만의 공간으로 여기며 좋아하였다.

이런 이유로, 비록, 금액적 압박이 제법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변 시각장애부모님들께 가능하다면 영아기에는 펜 보다는 북트리 형태의 독서기기를 활용할 것을 권하는 편이다.

아이가 자기 전, 어두운 방에서 손으로 책을 읽어주는 Reading in the dark.ⓒ은진슬

2. Reading in the dark(어둠 속의 책 읽기)로 베드타임 독서를 해 보자.

만약, 엄마나 아빠가 점자를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시각장애인이라면, 아이와 함께 점자 동화책으로 베드타임 독서를 해볼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오래 전 칼럼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Reading in the dark’는 매우 매력적인 베드타임 독서 의식이다. 나는, 이응이가 세 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매일 점자동화 읽어주기를 시작했으며, 이 매력적이기 그지 없는 잠자리 의식은, 이응이가 여덟 살이 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수면 등도 모두 끄고 칠흙 같은 암흑 속에서 엄마가 읽어 주는 점자 동화책을 듣고 있으면, 상상력은 더 커지고, 이야기에 대한 몰입감도 더 높아진다. 또한, 종종, 아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가 나오면, 마음 속 이야기도 툭툭 무심한 듯 던져 주며, 그 조그마한 머릿속에서 어떻게 그런 생각이 나오나 싶을 만큼 반짝이며 톡톡 튀는 멋진 생각들도 들려주니, 엄마 입장에서는, 베드타임 독서가, 마치, 깊은 금광에서 귀한 금광석을 캐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모든 부모에게 있어, 아이와의 베드타임 독서가 얼마나 많은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 주는지, 또 아이의 인성과 정서함양, 인지발달에 얼마나 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각장애 엄마인 내가 아이와 함께 하고 있는 ‘어둠 속의 책읽기’(Reading in the dark)가, 아이와 내게 주는 의미는 좀 더 특별하다.

캄캄한 밤, 점자로 재미있는 동화를 읽어 주는 엄마의 모습은, 내 아이가 장애를 결핍과 부족함, 약함으로만 바라보기 보다는, 새로운 방법과 가능성, 혁신적 아이디어의 원천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내 아이에게 있는 그대로의 엄마의 장애를 알리며 진심으로 아이의 이해를 구하는, 멋진 도구가 되어 주기 때문이다.

아이의 손이 닿는 곳에 책들을 배치해두자. ⓒ은진슬

3. 집안 이곳 저곳에 스쩍슬쩍 아이 흥미를 끌 만한 책들을 놓아 두자.

이 팁은, 제안하기에 좀 난감한 면이 없지 않다. 만약, 뭔가가 소파 위나 선반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을 지저분하게 느끼며 스트레스를 받는 스타일이라면, 시도하기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런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아이가 하도 책을 좋아하다 보니, 여기 저기 자기가 읽은 책의 흔적을 이동 경로를 따라 놓아 두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이것을 따라 치우다가, 그냥 놔두는 것도 여러 모로 괜찮겠다는 갑작스런 통찰을 얻게 된 경우이다.

이응이는, 어릴 때부터 워낙 관계지향성이 높은 아이여서, 끊임없이 나의 피드백을 요구하면서 놀았으며, 유치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아이와 노느라 집안일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경우도 다반사였다. 그런데, 이 아이가 간혹 너무나도 조용히 엄마를 내버려 두는 경우가 있기에 너무 신기해서 몰래 살펴 보니, 침대나 소파에서 뒹굴거리며 독서삼매경에 푹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오호! 바로 이거구나 싶었다.

그 때부터, 나는, 깔끔한 집안 유지를 포기하고, 소파와 침대, 거실장과 책상 등, 그야말로 집안 곳곳에, 마치, 다람쥐가 숲 속 이곳 저곳에 도토리를 숨겨 놓듯, 아이가 좋아하는 책들을 놓아 두기 시작했다.

(가끔은, 엄마의 사심이 담긴 책들을 놓아 두기도 했다는 건, 비밀!^^)

이렇게 하여, 나는 깔끔한 집안을 포기하는 대신, 아이로부터의 약간의 자유와,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되는 기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서점이 아이들에게 즐거운 이벤트이자 놀이터가 될 수 있다. ⓒ은진슬

4. 아이가 서점에 가는 것을 즐거운 이벤트로 느낄 수 있게 해 주자.

아이와 주말에 서점에 자주 가는 부모들은 매우 많다. 우리 가족 역시, 딱히 계획이 없는 주말엔, 아이와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재미있는 책도 많이 볼 수 있는 집 근처 백화점에 있는 서점에 자주 간다.

아이가 지금보다 많이 어려서, 서점과 책 자체에 대한 재미를 많이 느끼기 전에는, 서점 가는 길 자체를 재미있게 만들어 주면서 서점을 오가곤 했다. 바로, 킥보드나 자전거 등을 타고 서점까지 가는 것이었다.

사실, 이건, 내 아이디어가 아니라, 이응이가 6세 때 함께 했던 독서지도 선생님의 노하우를 벤치마킹 한 것이다. 아이는, 서점 가는 과정 자체로 이미 재미와 흥미를 느끼는 데다가, 서점에 가면, 재미있는 책, 맛있는 먹거리도 있으니, 서점 가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와 서점 갈 때, 우리 부모들이 주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서점에서 자주 목격하는 풍경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부모와 아이가 책을 고르는 과정에서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서로 기분이 상하는 것이다.

서점에 가면, 정말로 그럴싸하게 구성되어 있는, 이것만 보면 아이 수학실력, 영어실력이 일치월장 할 것만 같이 생긴 수많은 책들이 우리 부모들의 마음을 꼬드긴다. 그래서일까? 처음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네 마음대로 골라보라고 해 놓고는, 대부분 아이가 고르는 책들을 맘에 들어 하지 않는다.

이건 만화라서 안 된다, 이건 너무 폭력적이라서 안 된다, 이건 네가 가지고 있는 거랑 비슷한 스타일이니 다른 것을 사라, … 이 말 속에는, ‘좀 공부에 도움 되는 걸 사라.’라는, 우리 부모들의 속이 빤히 들여다 보이는 사심(?)이 들어 있는 것이다.

물론, 나 역시, 공부를 좋아했고, 좋은 대학에 가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이점을 누릴 수 있는지 모르는 건 아니다. 그래서, 우리가 외국에서 살 것이 아니라면, 내 아이도 이 나라에서는 그런 길을 가는 것이 아직까지는 안전한 길일 거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범인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엄마인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이런 삶의 방식을 아이 대신 내가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기에, 될 수 있으면 아이에게 이런 엄마의의 사심(?)을 투영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하고 있다.

더더욱 다행한 일은, 어차피 그 많은 트렌디하고 그럴싸한 구성으로 부모들을 유혹하는 수많은 책들이 서점에 있다 한들, 어차피, 내 눈에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으니, 유혹에 빠질 일 없어 잘됐다고, 속 편하게 생각해 보는 나이다.

어쨌든, 책 세 권 산다면, 한 권 정도는, 무엇이 됐든, 그 책이 지나치게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이지만 않다면, 아이가 자유롭게 고를 수 있게 해 보자. 골라 봐야 좋은 책을 고를 수도 있고, 서점 오는 기쁨도 알게 될 테니까.

역사책 24권을 다 읽은 아이에게 책걸이로 기특함을 맘껏 표현해주었다. ⓒ은진슬

5. 아이가 호흡이 긴 전집류의 도서에 탐닉할 때는, 완주의 성취감을 일깨워 주자.

이응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주제가 생기면, 그 주제에 대한 전집류를 보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다.다섯 살 땐 세계 여러 나라의 국기와 문화, 여섯 살 땐 역사와 과학, 일곱 살 땐 그리스로마신화, …

뭐, 이런 식이다.

보통, 아이가 이런 전집류에 관심을 보이면 부모들은 구매상의 편의나, 할인 등을 감안하여 세트로 구매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아이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데, 아이가 이런 책을 봤으면 좋겠다며 무조건 전집부터 덜컥 사버리는 부모들도 있다.

우리 부부는 가능하다면, 조금 돈이 더 들더라도, 낱권으로 하나씩 사서 읽히는 편이다. 왜냐하면, 아이들에게 한꺼번에 지나치게 많은 책을 사 주면, 어쩐지, 그 분량에 짓눌려 읽을 엄두가 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어른인 나라도 부담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어릴 때부터 음반을 모았기에, 카세트테이프에서부터 시작하여 CD들을 모으면서, 하교길에 용돈을 아끼고 아껴서 새로 산 좋아하는 연주자의 음반 한 장을 들고 집에 오는 길이 얼마나 설레고 행복했는지 잘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책 한 권씩, CD 한 장씩 읽고 들으며 모으는 재미는, 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무척 매력적이고 멋진 행위이다. 이런 식으로, 이응이도, 얼마 전, 여섯 살 때부터 읽으며 한 권 한 권 모아 온 어린이 역사 전집 24 권 완독에 성공했다.

우리 부부는, 이러한 아이의 성취를 축하해 주기 위해, 별건 아니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과자와 음료 등의 간식들을 잔뜩 사서 나름의 책걸이를 해 주었는데, 아이가 얼마나 즐거워했는지 모른다.

한편, 집이나 도서관에 있는 전집류를 볼 때도, 그날 그날 읽은 책들은 차례차례 거꾸로 꽂아 놓으면서 끝까지 완독할 의지를 자극해 보기도 한다.

물론, 이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아이에게 전집류를 1권부터 60권까지 순서대로 독파하도록 사심을 담아 독서 활동을 조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이가 그 책들이 너무 좋아서 읽기 시작하면 그저 하나씩 뒤집어 꽂아 가면서, 혹은, 독서 스티커 등을 붙여 가면서, 눈에 보이는 자극을 주고, 그 후의 모든 일은 아이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엄마의 정신 건강에도 좋고, 아이에게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꼭, 시각장애 부모들에게만 적용되는 팁만은 아닌 듯도 하다.

모쪼록, 이 칼럼을 읽는 많은 시각장애 부모님들이, 아이와 행복하고 즐거운 책 읽기, 엄마도 한 뼘, 아이도 한 뼘 성장하는 책 읽기의 기쁨을 누리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실질적 조언이 되기를 바란다.

다음 편에서는, 책도 안 보이는 시각장애 엄마가, 나름, 각고의 노력을 통해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책 읽기를 하면서 느꼈던 아이와의 교감과 정서적인 충만함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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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진슬 칼럼리스트 세상이 너무 궁금했던 나머지 7개월 만에 급하게 세상 밖으로 나오는 바람에 시각장애와 평생의 불편한(?) 친구 사이가 되었습니다. 언어로 연주하고,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20년 정도 피아노와 뜨거운 사랑을 했지만 첫사랑은 대게 이루어지지 않듯 그 사랑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새로운 사랑을 찾아 헤매던 끝에 지금은 장애, 음악, 보조공학 등에 관련된 글을 쓰고 번역도 하고 있습니다. 유치원, 학교, 기업체 등에 찾아가 장애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러(storyteller) 역할도 하고 있지요. 가끔은 강의의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피아노 앞에 앉기도 한답니다. 다섯 살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저는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서는 장애와 다름이 좀 더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더 열심히 글을 쓰고, 강의를 하며, 연주도 하고 있습니다. 눈이 나쁜 대신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더 예민하고, 커피와 독서,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다섯살 아이 엄마가 들려 드리는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아이 키우는 이야기 한 번 들어 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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