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월초에 게재한 ‘시선 교대’에 관한 글, 그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글에서는 ‘눈 마주치기’에서 ‘시선 따르기’ ‘시선 교대’로 이어지는 ‘함께 주의하기’의 필요성과 학습할 수 있는 놀이 방법을 제시했었습니다.

우리는 아이의 자폐성발달장애를 갓 진단받으면, 자폐인의 절대적인 특성인 ‘사회성 결여’를 증진시키기 위한 특수 교육에 돌입합니다.

복지관이나 센터의 이런저런 ‘치료’가 붙은 수업을 대기 순번을 감수하면서 등록하기도 합니다. 저 또한 대기 줄서기의 달인 엄마들 중 1인이었음을 실토합니다.

그런 ‘치료’나 ‘교육’이 의미가 없다거나,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교실에서 선생님이나 치료사들과의 한 시간이나 두 시간의 수업 시간만으로 교육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어찌 보면 사회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치료 효과에 대한 ‘무한도전 (무모한 도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여기서 제가 사용한 ‘무모한’이라는 단어는 ‘어리석다’의 사전적 의미가 아닌 ‘어림없다’로 해석해 주십시오.

우리 자폐인들의 영원한 숙제인 ‘사회성 증진’을 위한 치료나 교육의 효과는 교실에서 한 두 시간 전문가로부터 배워서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연속성으로 익숙한 가정환경에서 꾸준히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교육심리를 전공한 학자로서 늘 ‘가랑비 교육’을 강하게 이야기합니다. ‘조금씩 스미는 가랑비처럼 젖는 줄도 모르지만 시간이 흐르면 어느 틈에 옷이 흠뻑 젖어 있는....’ 그렇게 조금씩 쌓여가는 개미들의 과자부스러기 나르기 같은 꾸준함의 효과는 가히 충격적이라고까지 말 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나 비장애인이나 지식과 기술을 통해 인격을 기른다는 ‘교육원리’의 근본이 되는 지표는 똑같습니다. 물론 교육원리란 ‘자연과학’의 절대적인 공식 원리와는 달리 시대성이나 사회성 변천에 따라 변동될 수 있는 상대적인 원리입니다.

그래서 요즘, 시대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폐’ 또는 ‘자폐인’의 교육이나 치료에 대한 초점과 관점이 예전과는 다른 해석으로 빠르게 변화되고 있습니다.

부모교육에서도 이론이나 학설을 이용한 자폐에 대한 이론적 개념 설명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자폐인으로 살아가야하는 현실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사회 구성원의 다양함으로 인정, 존중받기 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꼭 이루어져야하는 교육의 방법을 공유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습니다.

교실이나 전문가에게만 의존하는 예전의 수업 방식이 아닌 부모나 가족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만들어지는 바른 습관들은 우리 자녀가 성인이 되어 사회 속에서 존중받으며 함께 누릴 수 있는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성장하기 위한 교육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앗! 잔사설을 너무 장황하게 늘어놓았나 봅니다.

‘시선 교대’ 훈련을 위한 생활 속에서의 연속성을 강조하려다보니 숙설숙설 말이 많아졌습니다.

이규재 작품 <앗! 무지개다>. ⓒ김은정

자, 지난 글에서 도형 그리기를 통해 시선을 길게 유지하는 요령과 상대의 행동과 의도를 알아차리기 위한 관찰력을 위한 연습! 우리 아이들과 시도해 보셨습니까?

한 붓 그리기와 그리는 순서를 관찰해서 똑같이 실행하는 과정을 아이와 하다보면 시선 유지가 짧고, 변화되는 순서를 받아들이기 힘든 자폐적 특성상 진행이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만, 그 ‘가랑비 교육의 효과’를 기대하며 힘!

어느 정도 방법에 익숙해지면, 다음 단계로 이어가는 솔루션 제안합니다.

⓵‘한 붓 그리기’ 다음 순서인 ⓶‘상대방이 그리는 순서를 관찰하고 기억해서 똑같이 실행하는 그 과정’에서 사이에 ⓷시선을 옮겨 관찰해야하는 행동 하나를 추가합니다.

예를 들면, 제가 규재와 마주앉아 간단한 사각형을 그릴 것이라고 설명한 다음

⓵ 사각형을 한 붓 그리기로 그리는 것을 관찰하게 하고, 똑같은 순서로 실행시킵니다.

⓶ 사각형 그리는 선의 순서를 바꾸어가며 관찰하게 하고, 똑같이 실행시킵니다.

⓷ 이번엔 사각형 중에 선 두 개만 그리고, 고개를 들어 엄마를 보게 한 다음 엄마의 행동을 기억하게 합니다.(저는 윙크를 하거나 코를 한번 만지거나...) 그리고 다시 종이로 시선을 옮기게 하고 나머지 남은 사각형을 완성한 후, 규재에게 똑같은 순서로 실행할 것을 제안하며 놀이를 유도했습니다.

이 ⓷번 과정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도형 그리기를 관찰하다가 시선을 옮겨 상대방의 행동을 기억하고, 다시 시선을 교대해서 도형을 완성하는 것까지 ‘시선 바꾸기와 시선 따르기’가 익숙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상대방과 언어뿐만이 아니라 감정도 공유하는 사회성이라는 것은 상대방의 움직임에도 시선이 유지되어야 함은 매우 중요한 사회적 스킬입니다.

위 ⓷번은 교생실습을 나가는 제자들에게 그 학교 학생들과 금방 친해 질수 있는 게임 방법으로 한동안 교육학과에서 전해 내려오던 고전적 놀이입니다만, 규재의 ‘시선 따르기’ 훈련에 유용했습니다.

규재가 스무 살이 되고 보니 지난 어렸을 적 세월들이 스칠 때마다 제일 즐겁게 기억에 남는 것은, 규재와 서로 마주보는 기회를 만들어 짧은 순간이라도 규재와 엄마가 서로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서로의 눈에 담겨졌던 그 짧은 순간순간들입니다.

집에서 아이와 마주앉아 목표를 위해 서로 바라보며 교감하는 잠깐의 시간, 역권합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김은정 칼럼니스트 발달장애화가 이규재의 어머니이고, 교육학자로 국제교육학회에서 활동 중이다. 본능적인 감각의 자유로움으로부터 표현되는 발달장애예술인의 미술이나 음악이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적 가치로 빛나고 있음을 여러 매체에 글로 소개하여,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며 장애인의 예술세계를 알리고 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