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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의 性, '경계와 조건적 신뢰'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6-05 10:26:43
발달장애인들이 거주하는 시설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이 간혹 당혹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발달장애인들로부터 스킨십을 받았을 때이다. 시설에서 방문객들을 가장 먼저 반기는 사람들은 대개 장애인들이다.

필자는 지역사회로부터 떨어진 산자락 아래에 위치한 장애인생활시설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시설에는 거의 백여 명에 달하는 장애인들(거의 지적장애인 혹은 자폐범주성장애인)이 생활하였다.

평일 낮에는 장애인들이 작업장에서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지만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시설 내에서 쉰다.

이런 날에는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자신들의 방 창문에서 시설 입구 쪽을 바라보고 있든가 아니면 날씨가 따뜻한 날에는 마당에 나와 시설 입구 쪽을 향해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외부 차량이나 방문객이 오면 여러 명의 장애인들이 기쁘게 달려 나가 이들을 맞이하였다.

이때 장애인들은 서슴없이 방문객의 손을 잡거나 팔을 붙든다. 이런 경험이 처음인 방문객은 갑작스런 스킨십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자신의 손을 붙잡은 장애인들의 손을 내쳐야 하는지 아니면 가만히 있어야 하는지를 몰라 곤욕스러워 한다.

인간의 성장에 중요한 신체 접촉은 신생아 때부터 시작하여 아이가 성장해감에 따라 나이에 따른 적절한 방식으로 변화해 가야 한다.

특히 사람들을 좋아하는 발달장애인들(자폐범주성장애인들을 제외하고)의 경우, 사람들 간에는 ‘경계(boundary)’가 있고 또 이 경계를 지켜야한다는 것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

아무리 잘 아는 사이라 하더라도 성인들 간에는 대화할 때 어느 정도 거리를 떼어야 하고 또 상대의 몸을 터치하는 것은 실례라는 것을 장애인들은 알아야 한다.

또한 사람들에 대한 ‘조건적 신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발달장애인들은 배워야 한다.

즉, 이것은 모든 사람을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되며, 어떤 한 사람에 대해서도 믿을 수 있는 부분과 믿지 못할 부분이 있다는 것인데, 사실 이런 구분을 하는 게 쉽지는 않다.

예를 들어, 배움과 관련하여 선생님의 말씀은 믿고 따라야 하지만 그 선생님이 자신의 몸을 만지는 것은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계와 조건적 신뢰는 발달장애인들이 성교육과 관련하여 반드시 배워야 하는 개념들이다.

이런 경계와 조건적 신뢰를 어떻게 하면 발달장애인들이 잘 배울 수 있게 할 것인가? 사람은 성장해감에 따라 주변 사람들을 전적으로 믿는 단계에서 조건적으로 믿는 단계로 옮겨가도록 도움을 받아야 한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과 비장애 딸을 둔 한 어머니는 딸에게는 어릴 때부터 주변 사람들을 함부로 믿지 말라고 가르쳤다. 그리고 그 어머니는 딸에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예의와 경계지키기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조하여 말하였다.

하지만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에게는 이런 말을 해 주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사람들을 믿지 말라는 말 대신 만지지 말라는 말을 주로 하였고, 아들이 사람들을 만질 경우 “우리 아이가 잘 몰라서요”라고 말하면서 어머니가 아들 대신 사과하였다.

그래서 아들은 대인관계에서 예의와 경계를 지키는 것에 대해 비장애 딸만큼 배우지를 못하였다고 그 어머니는 한 숨을 쉬면서 말하였다. 그 어머니 생각에는 아들의 장애 때문에 사람들이 아들의 웬만한 실수쯤은 그냥 넘어가 줄 거라고 여겼었다.

경계와 조건적 신뢰를 발달장애인들에게 반드시 가르쳐야 하는 것은 이들이 대인관계에서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다.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경계와 조건적 신뢰를 어릴 때부터 제대로 배우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들이 성인이 되어서는 많은 어려움과 심각한 피해를 겪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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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정진옥 칼럼니스트 정진옥블로그 (juliaj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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