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손상 장애 치료 및 연구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글로벌 자선재단 윙스 포 라이프(Wings for Life)가 연구 기금 마련 목적으로 주최하는 국제 자선달리기 대회인 ‘윙스 포 라이프 월드 런 2018(Wings for Life World Run 2018)’이 지난 6일 오후 8시(한국시간)에 진행되었다.

‘윙스 포 라이프 월드 런’은 ‘달릴 수 없는 이들을 위해 달린다(running for those who can’t)’는 슬로건 하에 전 세계 척수손상 프로젝트 기금 마련을 위해 ‘윙스 포 라이프’ 재단 주최로 진행되는 신개념의 지상 최대 규모 러닝 이벤트이다.

이 대회는 ‘윙스 포 라이프’ 재단에서 오스트리아 출신 두 명의 스포츠 및 이벤트 전문가의 아이디어를 수용해 2014년 처음 전 세계 6개 대륙, 32개국, 34개 장소에서 동시에 개최한 바 있다. 대회 참가비 등의 수익금은 총 3단계로 이루어진 엄격한 심사 과정을 통해 전액 척수손상 치료를 위한 연구 프로젝트에 기부된다.

사실 2014년에 한국에서도 전남 영암 F1경기장에 대단원의 장을 열기로 많은 준비를 한 적이 있다. 마라토너 이봉주선수도 홍보대사로 참여하기로 하였으나 당시 세월호사고로 이 행사를 전면중지한 사연도 있다.

5월 6일 협정 세계시(UTC: Universal Time Coordinated) 11시(한국시간은 오후 8시)에 전 세계 러너들이 동시에 출발하여, 캐처 카(Catcher Car)라 불리는 움직이는 결승선 역할을 하는 대회 차량에게 추월당하지 않고 달리는 최후의 남녀 1인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윙스 포 라이프 월드 런 2018’ 오스트리아대회 출발 모습(http://www.wingsforlifeworldrun.com/int/en/). ⓒ이찬우

실제로 달리기를 시작하면 일정시간이후에 자동차(케처 카)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자동차에 추월을 당하면 달리기가 종료되는 흥미로운 방식이다.

‘윙스 포 라이프 월드 런 2018’대회의 최종우승자는 미국의 플로리다 선라이즈 대회에 참여한 스웨덴국적의 아론 앤더슨(Aron Anderson)씨가 차지했다. 공식기록은 89.85Km이다. 즉 89.85Km에서 캐처카에 추월을 당했다는 의미이다. 대단한 지구력이다.

‘윙스 포 라이프 월드 런 2018’대회의 최종우승자아론 앤더슨(Aron Anderson)씨(http://www.wingsforlifeworldrun.com/int/en/). ⓒ이찬우

하지만 이번 한국에서는 캐처카 방식이 아닌 앱을 통해 뛰는 앱 런(App Run)의 형태로 진행되어, 어디에서나 개별 또는 팀별로 참여가 가능하고, 팀을 새로 만들거나 이미 개설된 러닝 팀에 가입하여 멤버들과 함께 뛰면서 기부도 하는 재미를 한층 더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반포한강공원 새빛섬 인근에서 모여 그룹형식으로 달리기 대회를 하였다. 전날부터 오전까지 내린 비로 행사에 차질이 있을까 걱정을 했으나 오히려 내린 비로 미세먼지 없는 상쾌한 일정이 되어 다행이었다.

SNS나 척수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가입한 젊은 층 위주의 러너들이 오후 8시전에 삼사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고, 몸을 풀기위한 스트레칭 시간을 가진 후에 정각 8시에 카운트다운을 외치며 달리기 시작했다.

‘윙스 포 라이프 월드 런 2018’ 한국 홍보대사인 ‘바퀴달린 성악가’ 이남현씨와 필자를 포함하여 약 150여명의 러너들이 반포공원에서 시작하여 한강변을 따라 한남대교와 동호대교를 무한 반복하여 각자의 역량대로 달렸다.

필자도 몇몇의 러너들이 교대로 밀어주면서 야경으로 물든 한강변을 무아지경의 마음으로 달렸다. 경치도 아름다웠고 사람들의 마음도 아름다웠다. 서로에게 힘을 주는 ‘화이팅’이라는 구호가 아름다운 단어로 머릿속에 남아있다. 반환점을 지나온 러너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이 대회의 의미를 손으로 마음으로 전달했다.

행사 당일 저녁 새빛섬을 배경으로 한 서울 하늘은 너무 아름다웠다. ⓒ이찬우

출발 바로 전에 기념촬영. 자유분방한 젊은 열기가 느껴진다. ⓒ이찬우

달리기를 마치고 도움을 준 러너와 기념촬영. 참 아름다운 청년이다. ⓒ이찬우

등록을 위한 최소 참가비는 약 2만원($18)이며, 여기에 본인이 기부하고 싶은 금액만큼 더 추가해 결제하는 것도 가능하다. 참가비를 포함한 수익금 전액은 척수손상 연구 기금으로 기부되어, 손상된 신경세포를 재생시키는 치료법 개발에 쓰인다.

최소한 2만원 이상의 참가비를 지불하고 밤늦은 시간에 척수장애인의 건강과 치료를 위해 달린다는 그 마음이 너무도 고마웠다. ‘세상은 아직도 살만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홍보가 많이 안 되고 이러한 방식의 달기기대회가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많은 척수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내년 대회를 위한 하나의 숙제로 남는다.

사전에 홍보를 더 많이 하여 척수장애와 관련된 대학의 학부생이나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의 전문직과 학회나 재활의학과 의사들도 함께 참여하도록 독려를 해야겠다.

전 세계에서 동일한 시간에 달리는 행사이다 보니 유럽의 시간이 우선이 되어 한국은 부득불 밤8시로 고정이 될 판이다. 매년 5월 첫째 일요일이라는 고정시간도 가정에 행사가 많은 시기라 어려움은 있겠지만 하나의 전통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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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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