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가 아는 발달장애인의 어머니분이 남편의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며칠간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당사자 자녀 걱정은 하지 않았고 그 어머니는 남편을 계속 간병하는데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퇴원 시점까지 그 어머니는 당사자 걱정은 없었다고 합니다.

#2

제 어머니께서는 이제 곧 해외 패키지여행을 떠나실 예정입니다. 일전에도 마카오에 다녀오셨는데, 이번에는 대만이라고 해서 오히려 제가 일전에 대만여행을 하고 남은 돈 일부인 400 뉴 타이완 달러(한국 원화로 14,500원 정도)를 넘겨줬습니다.

이 두 장면을 보고 뭐라고 하실 분 있으실 것 같습니다. “발달장애인 자녀가 있는데 개인행동(?)을 해도 되겠냐고?”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 발달장애인 자녀는 ‘자립생활’을 실천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 경우에는 행동이 완전히 독립되어서 움직이고 있고, 단지 어디 나갔다 온다는 정도 알리는 수준입니다. 또한 첫 장면에 나온 당사자는 직장생활도 나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옹호하는 이유 중에는 발달장애인의 당사자 권리 존중이 제일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부모의 입장에서도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 권리는 옹호되어야 맞습니다.

의외의 사실이지만, 발달장애인 당사자 자녀가 자립생활을 하게 된다면, 부모는 이제 알아서 자신의 삶을 일궈나갈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는 부모의 ‘보살핌’이 주어지는 시간에 자신의 삶을 알아서 누리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에는 조금씩 자립생활을 실천해나가기 시작한 시점은 의외로 빨라서 고등학교 3학년 정도였다고 어머니께서는 회고하십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어머니의 재취업은 언감생심이었다고 하던가요. 이제는 행동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기 때문에 어머니께선 아무렇게나 행동해도 이제 제 걱정은 안 하시고 행동할 자유가 있습니다.

다른 발달장애 당사자 자녀 부모라고 해도 그렇습니다. 당사자 자녀가 자립생활을 하지 않는다면 많은 시간을 당사자 자녀에게 투입해야 하는데, 당사자 자녀가 자립생활을 하면 자신의 삶을 보낼 시간은 충분히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흔히 성인 발달장애인과 관련된 말인 “내가 발달장애인 자녀보다 하루라도 더 살고 죽고 싶다”라는 말은 이제 장애인 사회 바깥에도 알려진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이 실현된다면 그러한 걱정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당사자 자녀는 부모의 걱정을 없애고 자신의 삶을 실천하는 시간에 계속 놓이게 될 것은 역설적인 희망입니다.

최근 발달장애인 사회에서는 국가책임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국가책임제의 핵심 부분이 좀 더 발전해서, 자립생활과 일상생활의 독립을 향한 국가책임제의 실현이 되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은 국가책임제에 ‘사회연대책임제’까지 덤으로 이뤄져야한다는 의견입니다. 성인 발달장애인의 삶을 보장하려면 사회도 연대를 통하여 함께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요구안에서 제가 느꼈던 부분은 돌봄 부분에 좀 더 치우쳐진 부분이 적잖아 있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장기적으로 국가와 사회에도 이익이 되려면 돌봄 부분을 넘어서 사회가 연대해서 책임지는 동시에 당사자도 자립생활을 하는 모습으로 변화해가는 모습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단지 ‘국가가 돌본다’ 수준을 넘어서 발달장애 당사자가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권리와 책임을 다 같이 이룰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발달장애 국가책임제와 함께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돌아와서, 발달장애 당사자 부모가 자신의 삶을 누리는데 있어서 어떤 일이 당사자에게 벌어져야 진정한 의미의 당사자의 자립생활과 부모의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할까요?

먼저 발달장애 당사자는 학교나 직장 등 자신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주 활동 분야가 있어야한다는 것인데, 자신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당사자의 정체성 확립에도 중요할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행동의 자립이 있어야겠습니다. 일 이외의 삶에서도 자신의 삶을 알아서 실천할 수 있어야 하는 환경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일 바깥에도 삶은 충분히 있으니까요.

마지막 목표는 주거의 완전한 분리에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요즘은 비장애인도 주거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그리고 정부도 최근 주택 가격 안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마지막 목표는 될지언정 최선의 목표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자립생활을 하면 부모도 좋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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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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