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래더윌리증후군 가족캠프, 대전 보람원 청소년 수련원. ⓒ서인환

2018 프래더윌리증후군 가족캠프가 4월 21일과 22일 1박 2일로 대전 보람원 청소년 수련원에서 열렸다.

이 행사에는 프래더윌리증후군 장애인 36가족 123명과 자원봉사자 6명이 참가하여 총인원 129명이 캠프를 즐겼다. 회원들이 그 동안 모아온 회비와 휴먼케어를 비롯한 뜻 있는 분들의 후원으로 행사는 마련되었다.

프래더윌리증후군은 염색체 이상으로 인해 저체중으로 태어나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여 평생 식탐을 나타내며, 그 욕구를 만족하지 못하여 평생 가족들과 갈등을 겪는 희소성 난치성질환이다. 그 욕구가 폭발하기도 하고, 그로 인해 가족이 해체되거나 정체성을 잃어버리기도 할 위험성이 늘 존재한다.

대부분 지적장애를 나타내며, 체중조절에 실패하면 합병증으로 인해 시달리게 되고 과하면 조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무서운 질환이며, 음식에 대한 집념이 강하여 스스로 그 욕구를 통제하기 어려워 성격이 난폭해지기도 하고, 감시망을 피해 가족의 눈을 속이는 습관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러한 행동이 비도적걱인 것은 아니다.

키가 왜소하고 얼굴 모양이 달라 주위 사람들로부터 차별을 받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적장애만이 아닌 평생 건강관리와 음식과의 전쟁을 해야 하는 어려움으로 힘들고 지치기 쉽다.

프래더윌리증후군환우회 200여 회원들은 1년에 몇 번이고 체중조절에 실패하여 150킬로그램에 육박한 체중의 합병증으로 회원 누군가 사망하였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불안과 슬픔에 눈물 젖어야 했다.

그러나 회원들은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평생의 아픔을 이겨내고 견디며 장애아동을 사랑하고 행복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식욕을 절체하기 위해 타협하고 매일 다짐하고 또 다짐하면서 그들은 희망을 가지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서로 안부를 묻고 정보를 나누고 교류하면서 상호 위안과 결속을 통한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고자 2018년도에도 이들은 다시 캠프에 모였다.

캠프의 첫날은 벼룩시장이 식전 행사로 열렸다. 각자 집에서 이제 작아져 입지 못하는 옷, 이제 나이가 들어 사용하지 않는 장난감 등 이제는 사용하지 않으나 누군가에게는 소중할 수 있는 물건들과 자신이 아끼지만 다른 사람에게 주고 싶은 물건 등을 가져와 서로 팔고 사는 행사였다. 가격은 1000원에서 5천원이지만 실제 가격은 몇 만원 정도의 가치가 나가는 물건들이었다.

나의 물건을 더 필요한 사람에게 줄 수 있어서 기쁘고, 내가 필요한 물건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팔려도 행복, 사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벼룩시장의 물건들은 눈 깜짝할 시간에 자신의 것이 다른 사람의 손에 들려 있었다. 누가 나의 물건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고 나의 물건을 가진 사람에게 더욱 친해지고 싶고, 미소를 보내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다음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프로그램은 미니 운동회였다. 두 팀으로 나누어 훌라우프 돌리기. 풍선아트. 2인 3각 달리기. 림보게임. 만보기로 만보 걷기 등등 다양한 게임이 진행되었다. 보통 야유회 등에서 림보는 종교용어로 착하지만 하나님을 알 기회가 없어 천국에 가지 못한 사람들이 임시로 머무는 곳을 의미한다.

애매한 경계선의 구역을 말하는 것으로 그 구역을 벗어나기 위해 장애물을 지나가야 한다. 다리를 찢거나 허리를 굽히거나 젖혀서 장애아이들은 막대에 몸이 닿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같은 한 인간으로 태어났으나 장애인으로 그리고 평생 질병과 싸워야 하는 장애아이들이 장애라는 경계를 지나 통합사회에서 자립하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 저렇게 경계를 벗어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풍선아트를 통해 꿈을 마음껏 그려보는 시간도 의미가 있었지만, 만보를 걸으면서 가족과 모처럼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시간은 갈등과 무거운 짐보다는 서로 이해하고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사랑의 시간이었다.

저녁이 되자 슬슬 배가 고파왔다. 프래더윌리증후군환우들은 먹은 것은 운동으로 소진해야 하기에, 행사 진행에서 식전에 아이들에게 힘을 모두 빼버린 것이다. 평소는 체중조절로 인해 고기 한번 마음대로 먹지 못했던 아이들을 위해 바비큐 파티를 열었다.

오늘은 운동을 많이 했으니 고기를 먹어도 된다, 먹는 억압에서 벗어나보자. 열량 높은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기에 이들은 고기를 먹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해야 했고, 그래서 만보도 걸어야 했다.

오후 놀이에 지친 아이들이 쉬는 시간을 갖는 동안 부모들은 소통을 위한 세미나를 가졌다. 쉬라고 한다고 그냥 쉴 아이들이 아니었다. 장애아이들과 그들의 형제들은 평소에는 음식조절로 외식 한번, 야유회 한번 가져보기 어려웠는데, 가족 모두가 장애아이를 두고 좋은 음식을 자기들끼리만 먹을 수 없어 모두가 참아야 했는데, 이렇게 캠프를 함께 오니 즐겁게 놀면서 가족애를 즐기고 싶었다. 이는 의도된 것이 아니라 그러한 욕망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이끌어 주었다.

형제들과 풍선아트. 색종이 접기. 그림그리기 등을 함께 하면서 마냥 즐거웠다. 우리가 대보름에 오늘과 같아라 하고 말하는데, 참석한 형제들은 오늘만 같아라 라는 행복함을 선물받았다.

아이들이 즐거움에 몸이 녹아 깊은 잠에 빠져들자, 부모들은 모처럼 그리운 얼굴들에 다과와 수다로 여흥시간에 날 새는 줄 몰랐다. 서로의 상처. 아픔을 위로하며 진정한 한 가족이 되는 시간이었다. 연인이나 가족이 여행을 온 것처럼, 그들은 밤을 통해 하나가 되었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응원메시지를 작성하여 서로 나누고, 소감 카드를 작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신들이 캠프에서 느낀 것을 글로 적어 보면서 더욱 선명해지는 행복과 소중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은 내가 바리스타’라는 시간에는 아이들이 핸드드립 커피 내리는 것을 배워 부모님께 커피를 대접하는 시간이었다. 지난 해 바리스타 자격증을 획득한 장주희 양은 자신의 실력을 드러낼 기회에 눈이 빛났으며, 어른을 공경하는 시간을 통해 반항이 아닌 화합과 순종, 그리고 자신도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속에 자신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다.

행사의 끝 순서로 응원메시지를 추첨하여 시상하고 참석자 가족들에게 기념품을 선물해 주었다. 늘 행복하기를, 모든 것을 이겨내기를 바라는 미소와 눈물을 담았다. 생존하여 내년에도 같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부둥켜안고 인사를 했다.

휴먼케어 한치영 대표는 생색을 내는 것 같아 참석은 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같이 하고 싶어 후원을 했다며, 더 행복해야 할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그들의 동행은 정말 아름다웠다. 나는 기사를 쓰면서 이렇게 눈물을 흘려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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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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