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매체에서 다루어지는 성폭력 관련 뉴스 중에는 가족내 성폭력, 즉 친족강간에 관한 내용이 종종 있다.

자신을 보호해 주고 아껴주어야 하는, 가장 믿는 사람들에게서 당하는 친족 성폭력은 가족이라는 폐쇄적인 울타리 내에서 일어난다는 그 특성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반인륜적 범죄 중 하나인 친족강간에서 그 피해자는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들인 경우가 비장애인들인 경우보다 더 많다.

필자는 발달장애가 있는 여성장애인을 위한 소규모 시설을 운영하는 잘 아는 원장님으로부터 그 시설 장애인들을 위해 성교육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그곳의 장애인들은 필자가 가끔 성교육을 해 주었기에 원장님이 이번에는 반복교육 차원에서 교육을 요청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교육 전에 원장님은 이번 성교육 참가자 중에는 좀 다른 사람, 즉 친족강간 피해자가 있으니 특별히 더 신경 써 달라고 당부하셨다.

그 여성은 20대 초반의 지적장애 2급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이었다. 그 여성은 시설에 오기 전까지 아빠와 단 둘이 단칸방에서 생활하였다. 어머니가 가출하고 난 후 막노동을 하는 아버지와 함께 살아오는 동안 그녀는 10대 초반부터 아버지로부터 지속적인 성폭력을 당해 왔다.

장애가 있는 딸에 대한 아버지의 성폭력은 이웃사람들의 신고로 드러났다. 그녀의 집은 이웃집과 붙어있는 연립주택으로 방음상태가 좋지 않은 곳이었다.

밤마다 이 여성의 목소리가 옆집까지 들려서 시끄러움을 참지 못한 이웃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이 소음이 생기는지 알기 위해 이 여성의 고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드러난 소음의 정체는 밤마다 아버지가 자고 있는 딸을 강제로 강간하는 과정에서 이 여성이 싫다고, 아프다고 지르는 소리였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웃사람들은 그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하였고, 장애가 있는 딸을 강간한 아버지는 감옥에 수감되었다. 그 후 그 여성은 여성장애인시설로 오게 되었다.

필자가 교육시간에 처음 대면한 그 여성은 얼굴이 뽀얗고 약간 마른 몸매로, 다리를 양 방향으로 수시로 바꿔 꼬면서 다소 불안한 느낌으로 앉아 있었다.

그 여성은 아버지가 자신에게 해 온 성폭력을 자신에 대한 아버지의 애정표현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성교육은 가족 간의, 즉 아버지와 딸 간의 바람직한 애정표현 방식과 사람의 몸에서 경계(바운더리)가 있음(사적신체부위와 공적신체부위)을 알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경계가 가족을 포함하여 누군가에 의해 침해될 때 그것은 옳지 않은 것임을 그녀가 알도록 해야 했다.

그 여성은 한동안 아버지를 그리워하면서 아버지에게 데려다 달라고 원장님을 졸랐다. 그녀에게 성폭력을 오랫동안 가해 왔을지라도 아버지는 그녀에게 유일한 의지가 되는 존재였다.

게다가 거의 10년 이상 그녀를 성가시게 하고 아프게 했지만 익숙해져버린 활동인 성적 활동이 없자 그녀는 허전해 했으며 그로 인해 아버지를 그리워했던 것이다.

그녀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밤마다 한 그 행위가 무엇인지 몰랐다. 그것은 단지 자고 있는 자신을 귀찮게 한 행동이었고 그리고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하는 표현방식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자신에게 가해진 활동이 친족강간이라는 사실을 그녀가 알 수 없었던 이유가 그녀의 지적장애 때문만은 아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외부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않은 폐쇄적인 삶을 살아온 그녀에게 어떤 행동이 옳은 것이고 그릇 것인지를 알려준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것도 있다.

배우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모를 수밖에 없다. 특히 스스로 무엇인가를 배우는데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인들은 자신들을 가르쳐주고 올바로 이끌어줄 사람을 더욱 더 필요로 한다.

그렇게 해주는 일차적 존재가 바로 그들의 부모이다.

하지만 약한 존재인 자녀를 가르치고 돌보아주어야 하는 부모라는 존재가 발달장애 자녀의 인지적 특성과 의존성을 이용하여 부모 자신의 성적 욕망을 채우려 할 때 그 자녀는 인격적 존재가 아닌 수단적 존재, 도구적 존재로서 은폐된 삶을 오랫동안 살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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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칼럼리스트 현재 서울시중구장애인복지관의 관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20년 동안 조기교육실, 그룹홈, 생활시설, 요양시설, 직업재활시설 등에서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일하였다. 특수교육에서 발달장애인의 성에 대한 주제로 석·박사학위를 받았고 사회복지에서도 석·박사학위를 지니고 있다. 97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발달장애인들에게 성교육을 제공해 오고 있고, 부모교육과 종사자교육, 교사교육 등을 해 오고 있다. 현재 서울시중구장애인복지관에서 상·하반기에 걸쳐 발달장애인성교육전문가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숭실대학교, 단국대학교, 숭실사이버대학교 등의 외래교수로서 사회복지와 특수교육 관련 과목을 강의하면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이 칼럼을 통해서는 발달장애인의 성과 성교육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소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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