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나 연인이 어깨를 나란히 보폭과 속도를 맞춰 걷는 행동에는 상당히 많은 심리적 감성언어가 숨어있습니다.

옆 사람의 말소리에 집중하며 상대의 생각을 궁금해하고 서로 교감하면서 ‘밀착해서 함께 걷는’ 과정은 고난이도 감성적 사회성을 요구하는, 관계라는 개념을 채택한 ‘심적 상호작용’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걷기(이하 밀착 걷기)’의 주제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유는 우리 자폐성장애인들이 아동기부터 조기 훈련을 통해 습득해 놓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이 ‘밀착 걷기’는 대단히 어려운 과제가 되어 취업이나 단체 생활에서 걸림돌이 되기도 하고 때론 위험한 사고로까지 이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성장과정에서 유아기나 아동기의 아이들은 원래 양기가 넘쳐 활동력이 왕성하고 호기심이 강한 본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곳저곳 뛰어다니며 기운을 발산하게 됩니다. 이런 아이들의 본성은 교육과 경험이 쌓이고 성장하면서 장소와 때에 맞는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게 되고, 타인과 감정 언어를 나누는 ‘밀착 걷기’도 가능한 성인으로 성장합니다.

마찬가지로 자폐성장애의 아동들도 활동력과 호기심이 왕성한 시기를 거칩니다.

그러나 비장애 아동들의 성장 곡선과 다른 양상과 특성이 있는 만큼 학년과 생활연령이 올라간다 해도 걷는 속도를 옆 사람과 맞추어 ‘심적 상호작용’을 주고받는 ‘밀착 걷기’가 저!절!로! 응용, 습득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을 들여 반복된 교육을 통해 ‘밀착 걷기’가 학습화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규재 작품 < 봄을 기다리는 나무 >. ⓒ김은정

자폐성장애란 교육적, 의료적 의견이 다양해서 명확한 정의는 어렵지만 보편적으로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의 어려움, 제한된 관심과 흥미의 편향을 보이는 특성을 가진 장애입니다.

자폐성장애인의 아동기를 관찰해 보면 길에서 본인 취향의 애착 물건을 발견하거나 흥미를 끄는 패턴이나 상황이 눈에 들어오면 그것만을 향해 내달리기도 하고, 자기 몰입으로 주변 상황을 살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 양상은 인간의 아동성장기에 가지고 있는 왕성한 양기 발산의 속성이기도 하고, 자폐성장애의 특징적 특성이 혼재되어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 자폐성장애가 있는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님들이나 교사들과 조력자들이 아동과 장소 이동이나 동행할 때 앞서서 내달리는 아이의 모습을 그저 “애들은 다 저래, 크면 저절로 속도 조절하며 걸을 거야...” 라고 비장애 아동기와 같은 맥락에서 생각, 판단하면 대단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주변에 성인이 된 자폐성장애인을 보면 굉장히 빠른 속도의 잰걸음으로 앞만 보며 걷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엄마나 활동보조인과 동행하여 목적지로 가는 도중 ‘밀착 걷기’가 습득되어 있지 않은 우리 자폐성장애의 성인과 빈번히 서로를 놓치는 불상사가 생겨 경찰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긴 시간동안 찾지 못해서 보호자와 가족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것을 많이 보고 듣습니다. 이 같은 경우, 같이 동행한 보호자나 활동보조인의 관리 미숙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문제입니다.

자폐성장애인이 어떠한 경로의 길을 간다는 것은, 길을 보는 ‘시각적’ 처리와 함께 본인이 걸어가고자 하는 방향을 지각하여 결합하고, 그에 맞는 전정 감각과 고유 수용성 감각을 동원합니다.

이렇게 복잡한 감각의 통합과정을 거쳐 목적지까지 걷게 되는 것인데, 게다가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는 주변의 시각적 자극과 크고 작은 여러 종류의 자극적인 청각 자극까지 구분하고 거르면서 감각통합능력을 총동원하여 보행한다는 것은 아주 힘든 과정일 것입니다.

더욱이 ‘심적 상호작용’인 ‘밀착 걷기’까지 요구된다면 자폐성장애인은 또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감각을 통합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게 되겠지요.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기가 되면 여러 방향의 한층 더 성숙함을 요하는 단체 활동을 많이 하게 되는데, 그 그룹 속에서의 장소 이동이나 보행할 때 ‘밀착 걷기’의 어려움이 있는 경우, 당연히 활동의 제약을 받기도 하고, 당사자의 안전상의 문제는 물론이고, 단체 이탈 사고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있어서 사회 참여 활동에 문제 제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 자폐성장애인들의 ‘밀착 걷기’ 연습은 매우 중요한 사회적응기술의 하나로 반드시 아동기부터 천천히 꼼꼼하게 습득해야 하는 훈련임을 강조합니다.

간단히 ‘밀착 걷기’를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처음에는 익숙하고 편한 환경인 집안에서 시도하면 좋겠습니다.

‘저기 보이는 식탁위에 있는 과자 가지러 갈까? 여기서 엄마랑 같이 출발하는 거야. 엄마보다 먼저 가면 반칙이야. 먼저 가면 다시 처음 출발선으로 다시 시작할거야. 엄마 옆에서 엄마랑 같이 가서 과자를 가지고 엄마랑 같이 여기 출발선으로 되돌아오면 게임 성공!!!!’

주방으로, 건넌방으로, 장소와 목적을 다양하게 정해서 아동이 환경자극이 적은 집안에서 ‘함께’ 옆 사람을 의식하며 목적지까지 걷는 느낌과 감각에 익숙해지도록 재미있게 놀이로 유도합니다.

집안에서 엄마와 ‘밀착 걷기’의 느낌을 익힌 다음에는 밖으로 외출을 시도해 보세요.

아동이 좋아하는 가까운 목적지를 정한 후 신발을 신고 현관을 나서기 전에 ‘지금 ㅇㅇㅇ에 갈거야. 뛰면 안돼. 엄마보다 먼저 걸어도 안돼. 그럼 다시 현관으로 되돌아와서 다시 출발할 거야.’

집안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적응 시간이 필요한 바깥 외출을 가까운 거리부터 시도하다 보면 ‘밀착 걷기’는커녕 다른 상동행동이나 중얼거림 같은 문제행동이 더 도드라지는 듯 보이지만 꾸준히 반복 학습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안정적으로 보호자 곁에서 일정 간격을 유지하며 걷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중간에 되돌아와서 다시 출발하기를 반복하는 힘든 과정도 있지만 끝내 성공해서 아이가 약속한 보상을 받으며 스스로 성취감을 느껴볼 수 있는 기쁨도 기대해 볼 만 합니다.

더 반가운 변화는 ‘밀착 걷기’가 안정적으로 습관화되면서 옆 사람과의 ‘심적 상호작용’에서 터득된 안정감 때문인지 길거리의 여러 가지 적응하기 힘들었던 시각적, 청각적 자극으로부터 의연해지는 여유가 아동에게서 느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자폐성장애인도 감각의 복합 처리 능력을 강화하는 연습을 꾸준히 반복하면 사회적응기술이 안정적으로 성장합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했던가요?

우리! 조금씩 스며드는 ‘가랑비 교육’으로 여유 있는 미래를 계획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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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칼럼니스트 발달장애화가 이규재의 어머니이고, 교육학자로 국제교육학회에서 활동 중이다. 본능적인 감각의 자유로움으로부터 표현되는 발달장애예술인의 미술이나 음악이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적 가치로 빛나고 있음을 여러 매체에 글로 소개하여,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며 장애인의 예술세계를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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