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모임에 참석하면 결정해야하는 것이 참 많습니다. 모임을 어디서 열 것인가, 모임에 모이고 나서 회식은 어디서 무슨 메뉴로 할 것인가,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모임은 누가 이끄는 것까지.

대부분은 다수결 방식을 사용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속한 성인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는 다수결을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사실 다수결은 오늘 소개할 개념인 ‘총의’ 개념의 확인 장치로만 이용되고 있을 뿐이니까요. 네, 그렇습니다. 오늘 이야기할 것은 estas의 의사 결정방식, ‘총의’ 개념입니다.

사실 estas에 직임이 있는 회원은 2가지밖에 없습니다. ‘조정자’와 ‘총무’뿐입니다. ‘조정자’는 대외적인 대표자 역할 노릇도 하고, ‘총무’는 여느 모임의 총무와 똑같은 역할을 하는 회원입니다. 그렇지만 estas는 모든 구성원이 평등하다고 선언했습니다. ‘조정자’는 권한이 좀 더 있을 뿐, 의사 결정 과정에서는 평등한 개인으로 결정될 뿐입니다.

estas가 말하는 총의의 개념은 흔히 말하듯이 “합의된 결론”에 가깝다고 보시면 됩니다. 합의된 결론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estas의 중요한 원칙입니다. estas의 총의 만드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제안이나 의견이 들어오면 그것을 잘 생각해서 현실성이 있는가, 목적이 뚜렷한가 등을 감안해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estas는 언제나 총의를 한 사람이 끌고가는 일은 없습니다. 다 같이 만들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이죠. 물론, 제안자는 있긴 있습니다. 그러나 제안자도 생각하지 못한 개념이나 생각을 꺼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실제로 estas가 모여서 회의를 열면 언제나 한 회원이 이야기를 꺼내면 말을 이어가면서 답이 저절로 찾아지는 모습으로 생각의 틀이 짜이게 됩니다. 가끔씩 그 생각을 뒤집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의외의 의견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배경은 사실 estas의 설립 과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estas는 모든 회원이 평등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집권 개념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원칙은 모임을 최초로 건설한 2013년과 2016년 재건 당시에도 분명하게 밝힌 원칙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왜 다수결 방식을 잘 사용하지 않는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소수의 의견도 존중해야한다는 합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소수의견이 오히려 정당했던 사례를 많이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에게는 다수결의 원칙이 언제나 정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즉, 다수결은 가끔씩은 집단의 폭력이라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이고, 비폭력 원칙을 강조하는 estas의 문화와는 어울리지 않게 된 것이죠. 그래서 estas는 조정자 선출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다수결을 잘 사용하지 않거나, 총의의 확인 장치로만 사용되고 있을 뿐입니다.

총의 방식의 또 다른 장점은 논의에 참여하는 것을 장려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총의 방식이 있는 몇 안 되는 단점 중 하나가 논의에 참여하지 않으면 찬성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점 때문에 모든 회원들이 의사 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장치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래서 estas는 회의 참석 회원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밝혀달라는 요청을 자주 하게 됩니다. 그래서 가끔씩은 의견을 말하라고 권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총의를 중시하는 문화가 estas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외부에서는 이 개념을 컨센서스(consensus) 방식이라고 부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특이한 원칙이 아니라 많이 쓰이는 의사결정 방식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estas는 모든 결정을 총의 방식에 의하여 처리합니다. 모두가 합의된 결론을 채택할 수 있도록 조정자가 이를 조정하는 역할도 분명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estas의 의사결정은 그래서 최선의 결론이나 최고의 결론이라는 단어가 잘 쓰이지 않습니다. 최선이나 최고의 결론이라고 해도 빈틈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총의가 형성된 이후,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면 다시 이 문제를 새로운 총의에 부칩니다. 그래서 그 새로운 문제도 다시 총의의 방식으로 결정해서 의견을 수정하거나, 방향을 바꾸거나, 특정한 결론을 취소할 수도 있습니다.

estas가 의사를 결정하는 방식인 총의 방식이 조금 신선한 방법으로 보이기는 하시는지요? estas는 모든 회원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도 지속될 대원칙입니다. 그래서 모두가 하나가 되어서 하나의 확실한 답을 찾아 나서서 결정하는 방법인 총의 방식으로의 의사 결정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장애인 자조모임에서 활동하거나 자조모임을 만들 것입니다. 그러한 결정 과정에서 ‘총의’ 방식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모델을 한번 도입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모두가 합의를 찾아나서는 과정이 아름답게 이뤄진다면, 분명 ‘총의’ 방식의 의사결정 문화는 모두가 참여하고, 모두가 결정하는 아름다운 방법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물론,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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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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