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운동하는 진우 ⓒ최선영

올림픽 그 꿈의 무대를 서기 위해 오늘도 빙판 위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어린 선수가 있습니다. 진우의 꿈은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습니다. 아이스하키 선수였던 아빠의 모습이 진우의 꿈이 되었습니다.

아이스하키는 비인기 종목이지만, 진우 아빠는 얼음을 가르며 달리는 그 순간이 좋아서 그 길을 선택했고, 올림픽 금메달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합니다.

진우는 아빠처럼 멋진 아이스하키 선수가 되어, 아빠가 이루지 못한 금메달의 꿈을 이루고 싶습니다. 그 꿈이 현실이 되는 그날을 위해, 차가운 얼음을 녹이는 땀방울을 오늘도 흘립니다.

진우는 태어나면서부터 무릎 아래가 없는 선천성 사지 절단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진우 아빠는 진우가 어렸을 때부터 썰매를 만들어 타고 놀게 했습니다. 그래서 진우는 눈이 많이 오는 얼음의 계절 겨울을 좋아합니다.

결혼 전, 만약 아들이 태어나서 아이스하키를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당연히 시켜야죠”라고 대답하며 아빠가 이루지 못한 꿈을 아들이 이루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아들이 태어나면 아이스하키 시키고 딸이 태어나면 피겨스케이팅을 시키자”

“호호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해야 시키지. 그게 우리 맘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

결혼 3년 만에 아이가 생겼다는 기쁜 소식에 부부는 한껏 들떠있습니다. 어렵게 가진 아이라 더 조심조심하며 만날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진우의 장애를 알게 되었고, 어떤 아이를 주시던 잘 키우자는 다짐을 했습니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마음이 건강하고 밝은 아이로 키우고 싶었습니다. 겨울이면 아빠 엄마를 따라 찾은 눈썰매장에서는 잽싼 다람쥐처럼 몸을 움직이며 즐거워했습니다.

경기할 때가 제일 멋있다고 했던 아빠가 부상 때문에 운동을 하지 못하고 재활치료를 하며 속상해하자 아빠를 보며 말했습니다.

“아빠! 걱정 마세요. 제가 아빠보다 더 멋진 선수가 되어 꼭 금메달을 따올게요. 엄마! 응원해주실 거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진우 가족 ⓒ최선영

“진우야 운동선수가 되고 싶어?”

아빠는 진우에게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네 전 멋진 선수가 될 거예요”

“어떤 종목을 하고 싶은데?”

이번에는 엄마가 물어봅니다.

“당연히 아이스하키죠. 헤헤”

진우는 천진스러운 얼굴로 활짝 웃어 보입니다.

그저 밝고 마음이 건강한 사람으로 자라주기를 바라며 편견 없이 키우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이든 힘들어도 스스로 하는 것을 가르치며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일을 하기를 바랐었는데 뜻밖에 운동을, 그것도 아이스하키를 하겠다는 말에 놀랍기도 하고 한편 기쁘기도 했습니다.

진우 아빠는 은퇴를 하고 진우 할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아 회사일을 하며 진우 뒷바라지에 전념했습니다.

진우가 중학생이 되던 해. 소치에서 열린 동계패럴림픽을 관람하러 러시아를 방문했습니다.

소치 동계패럴림픽을 관람하러 러시아에 간 진우 가족 ⓒ최선영

소치 동계패럴림픽 때까지도 아이스슬레지하키(Ice sledge hockey)로 불렸는데 2018년 평창 패럴림픽부터 그 의미의 해석이 나라마다 다르다는 이유로 아이스하키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장애인 아이스하키는, 아이스하키를 장애인들이 즐길 수 있도록 조금 변경한 경기입니다. 한 팀은 총 18명의 선수로 구성하며 6명이 경기에 나갑니다. 남녀 혼성경기입니다.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세계 1, 2위 국가에서는 여자 선수들도 참여하지만 대부분 남자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진우는 말로만 듣던 혼성경기를 직접 확인하고 많이 놀라워합니다.

“아빠 저기 좀 보세요. 여자 선수도 보여요. 와우~”

여자 선수는 거의 없지만 그래도 남녀가 함께 뛴다는 것이 신기하다며 더 좋아하는 눈치였습니다.

“녀석... 하하”

아빠는 진우의 밝고 솔직한 모습이 늘 좋았습니다.

“아빠 우리 장애인 아이스하키는 선수층이 얇은데 비해 실력은 참 뛰어난 것 같아요”

“그래, 비행기 안에서도 얘기했지만, 장애인 아이스하키는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해서 2008년 월드 챔피언십 B-pool 대회에서 우승했고, 2009년 패럴림픽 윈터 월드컵에서도 우승을 했으니까 참 대단하지“

“네 아빠, 2010년 밴쿠버에서는 최종예선에서 3전 전승을 했다는 건 정말 놀라워요.”

진우가 부모님과 함께 갔던 소치 동계패럴림픽에서는 우리나라 아이스하키가 이탈리아에 져서 4강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아쉬웠지만 훌륭한 경기를 보여준 선수들을 향해 진우는 뜨거운 박수를 보냈습니다.

“아빠 엄마, 저도 꼭 국가대표 선수가 되어 패럴림픽에 출전하고 싶어요.“

진우는 다시 한번 주먹을 움켜쥐며 다짐합니다.

“그래 다음 동계패럴림픽은 평창에서 열리니까 그때는 우리 진우도 한걸음 더 다가가 있겠구나.”

"파이팅~!!"

아빠의 말에 엄마가 파이팅을 외칩니다.

진우 가족은 경기마다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들의 실력이 놀라웠습니다. 하지만 진우 가족을 더 놀라게 만들었던 것은 경기만이 아니었습니다. 장애인 동계패럴림픽의 경기마다 응원하고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는 관중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아빠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패럴림픽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 정말 그랬으면 좋겠구나”

진우가 그토록 기다리던 2018년이 되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얼마 남지 않아 진우의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합니다.

빙판 위의 메시로 불리는 장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정승환 선수를 가장 좋아하는 진우는 2018 평창 홍보대사로 활약 중인 그의 역동적인 광고 영상을 보며 빨리 3월 9일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웃으며 이야기 하는 진우 ⓒ최선영

“아빠 이번에는 우리나라 아이스하키 대표 팀이 금메달을 딸 것 같아요.”

“그래 이번에 열린 일본 국제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권대회에서 5 전 전승으로 우승까지 했으니 금메달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구나.“

“신문에 보니까 ‘패럴림픽 우리들만의 잔치가 아니기를’이라는 기사가 실렸던데 정말 전 국민이 동계올림픽뿐만 아니라 동계패럴림픽에도 많이 관심을 가져주고 뜨거운 응원을 해주면 좋겠어요.“

“그래 무엇보다 동계패럴림픽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벽이 무너지고 또 장애인 스스로도 해보지 않고 못 한다고 하지 말고,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시작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고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할 수 있는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구나.”

“아빠 엄마 저도 다음 베이징 동계패럴림픽에서는 국가대표 선수로 출전할 테니 미리미리 여행 준비해 놓으세요”

진우는 벌써부터 가슴에 태극기를 단 것처럼 어깨를 들썩입니다.

“호호 그래. 우리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에 우리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한마음이 되어 질서 있게 응원하는 모습을 통해, 말로만 선진국이 아닌 우리의 모습에서 선진국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우리부터 그렇게 하자!”

엄마도 주먹을 쥐며 활짝 웃어 보입니다.

평창 동계패럴림픽 로고 ⓒ최선영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큰 행사가 우리나라 평창에서 열립니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축제에 성숙된 모습으로 응원하고 내가 주최자라는 주인의식으로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눈부신 경제성장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집에 산다고 선진 시민이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전 세계인이 함께 하는 축제를 우리가 주최하게 되었고, 대한민국의 속을 내보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관심 있는 인기 종목뿐 아니라 흔히 말하는 비인기 종목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오랜 시간 땀 흘리며 노력한 선수들을 아낌없이 응원하고 격려하는 힘찬 박수를 보내는 시간이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동계패럴림픽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무너지고 함께 어우러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올림픽 못지않은 재미와 감동을 보여줄 장애인 선수들의 멋진 경기를 기대하며, 진우의 꿈이 꼭 이루어지기를 응원합니다.

추위 속에 노력하며 흘린 선수들의 땀은, 많은 관중의 열띤 응원과 뜨거운 박수를 만났을 때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납니다. 빈자리가 없도록 패럴림픽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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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영 칼럼리스트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졸업 후 디자인회사에서 근무하다 미술학원을 운영하였다. 현재는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를 운영하며 핸드메이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할 수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동화형식으로 재구성하여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언어로 담아 내려고한다. 동화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이해하는 시선의 폭이 넓어져 보이지 않는 편견의 문턱이 낮아지고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어우러짐의 작은 역할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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