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마음이 가볍지 않다. 사고나 질병으로 한해 2,000명 이상의 척수장애인이 발생하고 있지만, 해가 거듭 되어도 개선되지 않는 재활시스템 부재는 장애 이후에 삶의 질이 롤러코스트를 타듯 급강하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2017년도에도 척수장애인들은 재활난민이 되어 정처 없이 좀비처럼 이 병원 저 병원을 떠돌아 다녔고, 미래를 예측할 수 없고 그 아까운 2년 이상의 시간을 뒷걸음치듯 보냈다.

장애의 몸으로 세상과 맞짱 뜰 용기(장애수용)를 가르쳐 주지 않는다. 가정으로 돌아 갈 준비 없이 무조건 병원에서 내몰 수도 없다. 재활을 열심히 하면 손해 보는 보험제도의 문제점도 있다. 악순환이다.

의료적 치료에만 몰두하는 병원은 심리적, 사회적, 직업적 재활과 가족지원에는 손을 쓰지 않는다. 아니 쓸 수가 없다. 수가와 전문 인력이 없는 현실에서 영리를 추구하는 병원에 사회적 책임만을 강요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가족은 가족대로 경제적 어려움과 심리적 불안함 그리고 과도한 육체적 소모로 황폐해져가고 있다. 집에 가려해도 휠체어 사용으로 집의 접근성이 떨어져서 들어가면 나올 수도, 나오면 들어가기 어려운 현실에 무작정 집으로 가라고 하기에는 미안할 정도이다. 이런 이유로 사회적 입원을 하는 척수장애인들도 상당 수 있다.

또한 집에 가도 뚜렷이 할 일이 없는 무의도식의 생활은 가장으로서 가족의 일원으로서 송구함이 앞선다. 직업에 대한 동기부여 제공을 철저히 외면한 병원과 과거와 변함이 없는 구태의연한 직업재활시스템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재활난민 해소와 지역사회복귀촉진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작년 말부터 올해 말까지 ‘재활전문병원 시범사업’을 시행하고는 있지만, 혁신을 위한 시범사업이라고 하기가 민망하다. 뻔한 결과가 보이는 이 사업에 큰 기대를 해야하나 고민이 된다.

척수장애인들이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장애이후의 삶을 준비하고 개척할 힘을 비축하는 병원생활을 만들어야 한다. 기존의 의료재활시스템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병원과 지역이 물 흐르듯 연결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병원과 지역의 연결고리에 전문적인 사회복귀를 위한 연계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그 기반 위에 장기간의 병원생활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확실한 장애수용훈련을 포함하는 현실적인 사회복귀훈련시스템의 시행과 가족교육, 병원 내 직업재활 강화, 지역사회 안착을 위한 초기지원(주택개조지원 및 주택지원), 적절한 보조기기 지원과 차별된 활동보조서비스가 필요하다.

척수장애인을 위한 전문복지관과 척수센터도 구비가 되어야 한다. 이런 큰 줄기 안에 전국적으로 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가 그 허브 역할이 되어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사회복귀가 완성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초기에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도 훨씬 경제적이다. 초기에 고민 없이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하지 않고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직업적 장애가 결코 아닌 척수장애인을 이 사회는 무능력하고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위에서 제시한 노력들이 현실이 된다면 사회적으로 중증장애인인 척수장애인은 세금내는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일하는 장애인은 바보‘라는 사회분위기를 깰 수 있는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 일하는 척수장애인을 통해 사회적 인식개선에 앞장 설 수가 있다.

이 모든 것을 일시에 해결되기 위해서는 법률적으로 척수장애가 분리되어야 한다. 맞춤형 복지가 되면 장애유형은 필요 없다고 해도 법적인 근거가 없이는 해결이 안 되는 현실적인 모순에 걸려있다.

세금 내는 당당한 척수장애인... 과연 이룰 수 없는 꿈인가?

그래도 2018년에는 기대와 노력을 다시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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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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