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스쿨에 온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는 모습 ⓒ 최선영

민준은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인희와 친구들이 기다리는 센터로 향합니다. 복도 저 끝에서부터 통통거리는 소녀들의 재잘거림은 민준의 마음을 더 긴장하게 만듭니다.

민준이 강의실을 들어서자 소녀들의 재잘거림은 탄성으로 바뀝니다.

“와~정말 잘생겼어요!!”

“고마워요. 오늘 즐겁고 유익한 시간 함께 만들어봐요.”

“목소리도 너무 좋아요."

“저도 잘 안답니다. 하하”

민준과 K 여고 학생들은 어색하지 않게 첫인사를 나눕니다.

대구대학교로 진로체험을 온 학생들은 장애학생지원센터에도 오게 되는데 DU레알장애체험스쿨에서 장애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강의와 장애체험을 통해 배우게 됩니다.

이론 강의가 끝나면 시각, 청각, 지체장애 세 팀으로 나뉘어 돌아가며 체험을 합니다. 이론과 시각 파트를 맡은 민준은 이론 강의가 끝나고 시각장애체험을 위해 학생들이 안대를 착용하게 합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처한 학생들은 두려워하며 조심스레 움직입니다. 이런 체험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의 불편함을 몸으로 느끼며 이해하게 됩니다.

장애체험 하는 학생들 ⓒ 최선영

인희는 평소 보이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안대를 착용하면서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자 시각장애인들이 얼마나 생활에 불편함이 있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가끔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접했던 시각장애인에 대한 불편함을 생각만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막연함이 체험을 통해 구체적으로 이해가 되면서 어떤 것이 불편한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청각장애 체험 시간 인희는 또 다른 언어, 수화를 배우며 사람은 입술의 소리만 들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손으로 표현하는 소리도 마음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아름다운 언어 뒤에는 들리지 않는 답답함과 불편함도 무척이나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우리가 외국인과 소통하기 위해 영어나 중국어를 배우듯 청각장애인들과 소통하기 위해 수화를 배우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것이 더 쉬워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이렇게 여기서만 끝나지 말고 학교에서도 수화를 배울 수 있으면 좋겠어”

“그러게 그럼 청각장애인을 만나도 쉽게 이야기 나눌 수 있을 텐데...”

인희의 말에 나영이는 방긋거리며 대답합니다.

“야 팔이 너무 아파”

“그러게 이거 되게 힘든 거구나... 그런데 계단은 어떻게 올라가지?”

“맞아 계단은 어떻게 오르지? 정말 불편한 게 너무 많을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다니는 계단이었는데 휠체어를 타니까 계단이 장애물이라는 걸 알겠어”

인희와 친구들은 휠체어 체험을 하며 평소 아무렇지 않게 오르내리던 계단을 떠올리며 장애인들은 가고 싶은 곳, 가야 하는 장소에 자유롭게 다닐 수 없는 불편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희는 장애체험 프로그램을 다 마치고 소감문과 설문지를 작성하는 시간에 지금까지 막연하게 불편하겠지...라고만 생각했는데 직접 장애인이 되어 잠깐이나마 지내보니 그 불편함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시간을 만들어 준 것에 감사하다는 마음을 남겼습니다.

인희와 친구들은 민준 선생님이 시청각 중복 장애라는 생소한 장애를 가졌음에도 장애를 이겨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강의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픈 곳도 없고 불편한 곳도 없으면서 투덜거리기도 했던 자신들의 모습을 반성하며 장애인에 대한 다름을 이해하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데 쓰임 받고 싶다는 예쁜 생각을 품어봅니다.

모든 체험을 끝내고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인희는 민준에게 쪼르르 달려갑니다.

민준과 이야기하는 인희 ⓒ 최선영

“선생님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저 괜찮으시면 전화번호 좀 주세요”

민준은 티 없이 밝은 인희가 편견 없이 다가오는 모습이 예쁜 동생처럼 느껴졌습니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만져주고, 상처 난 마음에 위로를 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인희는 시청각장애인이면서 멋진 강의를 해준 민준을 보며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또 한번 합니다.

인희는 힘들 때마다 민준 선생님을 떠올리고 다시 파이팅을 외치며 공부합니다.

그렇게 인희는 자신이 원하던 간호사가 되었습니다.

간호사라는 직업은 많은 환자를 대하는 직업이라 늘 아픈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 환자 중에는 장애를 가진 환자도 많습니다.

“어이쿠 이거 참...”

인희가 간호사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복도 중간에서 방향을 못 잡고 쩔쩔매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봅니다. 문득 DU레알체험스쿨에서 장애인 체험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시각장애인이시구나...”

혼잣말을 하며 인희는 얼른 할아버지께 다가갑니다

“저는 이병원 간호사 박인희입니다.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어이쿠 고마워요”

인희의 말에 할아버지는 반가운 기색을 하며 고맙다는 말을 했습니다.

시각장애 환자를 돕는 인희 ⓒ 최선영

할아버지가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인희는 할아버지께 손을 내어드렸습니다.

손을 잡고 이끄는 것이 아니라 인희의 손이 할아버지의 눈이 되도록 할아버지께 내어 드리고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접수부터 진료실까지 안내해드리고 진료를 받고 나오신 할아버지께 직접 주사도 놔드리고 물리치료실까지 안내해 드렸습니다.

다음날

“박 간호사라고 했지요? 간호사는 백의의 천사라고 하더니만 우리 박 간호사는 정말 천사 같아요”

할아버지는 인희의 손을 잡고 말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건데요”

“아냐~아냐~ 병원 다녀보면 장애인을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몰라서 그런지 선뜻 다가오지 못하는 게 느껴질 때도 있는데 박 간호사는 거리감 없이 다가와서 나도 편하게 도움을 받았어요. 때로는 도와준다고 하는데 오히려 불편할 때가 있었는데 박 간호사는 장애인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아요. 이렇게 눈먼 영감을 챙겨줘서 정말 고마워요“

할아버지는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을 반복하고는 주머니에서 홍삼캔디 3개를 꺼내 인희의 손에 살며시 쥐여줍니다.

인희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홍삼캔디를 받아들고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지금까지 받았던 크리스마스 선물 중 가장 크고 소중한 선물이 되어 지금까지도 기억에 담아두었습니다. 그때부터 인희는 홍삼캔디를 제일 좋아합니다.

인희는 고등학교 때 장애인 체험하던 때를 떠올립니다.

“그런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나 역시 장애를 가진 환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거리감을 두었을지도 몰라...”

대구대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받은 잠깐의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이 인희의 삶에 이렇게 오래 남을 줄은 인희도 그때는 몰랐습니다.

민준이 이론 강의 때 말했던 것처럼, 편견을 가지고 멀리 서 있지도 말고, 무조건 내 생각으로 도와주려고 하지도 말고 다가가서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고 필요한 부분을 도와주었던 것이 할아버지의 불편을 덜어드렸고 서로 따뜻함을 나누는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었다는 생각에 인희는 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장애인에게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가 따뜻한 미소를 건네는 인희는 장애인식개선을 위한 교육이 좀 더 확대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활짝 웃고 있는 인희 ⓒ 최선영

누구에게나 밝고 따뜻한 미소를 보내는 박 간호사 인희가 어디서 어떤 장애인을 만나든 그들의 불편을 몸으로 함께 느끼고 도와주며 함께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것이기에 참 예뻐 보입니다.

민준은 인희를 지켜보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장애를 이해하는 것은 이제 필수입니다.

단 한 번의 작은 체험이 장애를 이해하는 삶이 되어 아름다운 백의의 천사로 많은 장애 환자를 돕는 인희의 모습을 보며 인희의 바람대로 장애를 이해하는 교육이 좀 더 확대되어 제2, 제3의 박 간호사가 나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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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영 칼럼리스트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졸업 후 디자인회사에서 근무하다 미술학원을 운영하였다. 현재는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를 운영하며 핸드메이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할 수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동화형식으로 재구성하여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언어로 담아 내려고한다. 동화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이해하는 시선의 폭이 넓어져 보이지 않는 편견의 문턱이 낮아지고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어우러짐의 작은 역할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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