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장애인 전용 주차장에 1.2톤짜리 트럭이 주차되어 있었다. 누가 가족들 만나러 왔나보다 하고는 필자는 일반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그런데 1주일이 되도록 그 자리에 계속 있어서 확인을 해 보았더니 장애인차량이었고 당당하게 노랑색의 주차표지 스티커가 붙여져 있었다.

보행이 불편한 장애인도 이렇게 차고가 높은 트럭을 몰 수 있구나 부럽기도 했다. 휠체어를 타고 있는 하반신의 척수장애인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운전석 높이였다. 분명히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은 아닐텐데....

이럴 경우에 많은 갈등을 한다. 전화를 해서 ‘주차하기 더 힘든 장애인이 있으니 다른 곳으로 주차를 양보해 달라’고 부탁을 해볼까? ‘아니다 당당히 주차스티커를 받았으니 장애인 주차공간을 이용할 권한이 있지’ 이런 갈등을 한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 아니라면 장애인차량 주차공간처럼 넓은 공간이 필요 없을 것이고, 이 트럭을 운전하는 장애인이 장기주차를 할 계획이었다면 다른 곳에 주차를 하는 매너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 makes Man)라는 킹스맨이란 영화에서 나온 유명한 대사가 있다. 최근 이기적이고 얌체 같은 사람들을 보게 되는 경우가 참 많다. 장애인주차공간에 당당하게 장애인이 탑승하지 않았는데 주차하는 가족들은 내가 보기에도 민망하다.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경우는 더 가관이다. 젊은이에게도 밀리고 자전거 이용자에게 치이고 어르신에게도 본의 아니게 밀린다. 줄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도 새치기를 당한다. 한 두 번의 양보로는 탈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최근 개장된 대형쇼핑몰에도 여러 대가 있는 엘리베이터 중에 휠체어나 유모차에게 우선 양보하라는 안내판이 커다랗게 붙여 있는데도 휠체어를 탄 채로 있어도 기다려 주지 않고 먼저 타는 것에 부아가 나기도 한다.

모두들 한국보다 못사는 나라라고 생각하는 필리핀에서는 휠체어장애인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으면 타고 있던 사람들도 내린다고 필리핀 국민들의 매너에 감탄을 하는 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장애인단체가 많이 입주하고 있는 이룸센터에서 조차 양보하는 경우가 적다. 가끔 개발원직원들이 휠체어가 기다리고 있으면 내려서 계단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한층 올라가는 데도 엘리베이터를 타는 활동보조 교육생의 모습에서도 매너는 보이지 않는다.

메이저급의 장애인단체들이 소수의 단체들에게 배려하지 않고 무시하는 모습에서도 매너는 보이지 않는다. 가진 자들이 더 이기적인 양보를 원하고 있다. 기득권들이 더 양보를 받기를 원하고 있다.

사전에서 매너(manner)는 예의, 예절, 배려, 양보 등을 나타내는 의미라고 풀이되어 있다. 그러나 양보는 서로에게 좋은 의도의 양보, 훈훈한 양보로 사용해야하는데 우리는 이기적인 양보를 생각한다.

내가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한 애착이 함께 공존해야 하는 매너를 잊게 하는 것 같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나의 행동은 다 옳고 이유와 타당성이 있다고 착각한다.

너무 양보만 받고 살아 온 사회적 약자들은 학습효과로 인하여 양보받기를 은근히 원하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놀이공원에서 긴 줄을 안서고 빨리 들어 보내 주기를 바라는 기대도 한다. 공항에서도 당연한 권리처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양보 받는 만큼 우리도 양보하며 살 수는 없을까? 나보다 더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해 양보할 수는 없을까? 우리가 이기적인 양보를 계속 한다면 우리도 그저 그런 속물이 되어 갈 것이다. 우리가 먼저 양보하고 솔선수범할 수는 없는 것 인가.

타인보다 우수하다고 해서 고귀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과거보다 우수한 것이야 말로 진정으로 고귀한 것이다(헤밍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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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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