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2018년도 법정 최저임금이 발표되었다. 2018년 최저임금은 2017년보다 1,060원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되었다. 약 16.38% 가량 인상된 것으로 평소 7% 내외의 인상율을 기록하던 것을 생각해 보면 비교적 큰 폭으로 오르게 되었다.

매년 최저임금 인상율이 발표되고 나면 고용주들을 중심으로 인상율에 대한 부담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이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보도들도 다수 등장한다. 올해는 특히 그 인상율이 예년보다 높기에 파급력 또한 매우 큰 것 같다.

장애인 직업재활계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인해 큰 고민을 안고 있다.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장애인의 2016년 평균 임금은 약 54민 1,000원 가량이었다고 한다.

전국의 직업재활시설이 582개소나 되고 근로장애인이 1만 688명이나 되서 이들이 각각 매주 몇 시간씩 일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때문에 이들의 임금이 많은지 적은지도 평균임금만 가지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또,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 이야기할 수는 없다. 또, 최저임금적용제외 인가제도가 있어 사전에 적용제외를 받았다면 반드시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우리가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한다고 할 때 가장 떠올리기 쉬운 근로시간인 주 40시간 근로의 경우 2016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했을 때 월 126만 270원 이상의 급여를 받는 것과 비교하는 정도가 가능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54만원 내외의 수입을 가지고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낮은 수준의 급여라도 지급하기 위해 직업재활시설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글로는 다 표현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수입금을 가지고 낮은 급여라도 겨우 지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크게 인상됨에 따라 급여인상도 반드시 수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공급단가를 올리기도 녹녹치 않은 상황이기에 판매량을 일정 수준 이상 늘리거나 근로장애인의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그도 아니면 최저임금 적용제외 대상자를 늘리는 방법을 택해야 할 것이다.

매출을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실질적인 피해를 근로장애인이 입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장애인직업재활시설들은 여러 가지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고 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중 적극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 중 보충급여라고 하는 근로장애인의 최저임금 부족분에 대하여 보충적인 성격을 갖는 지원을 이끌어내자는 것이다. 장애 당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근로장애인의 낮은 임금수준 등을 고려해 볼 때 이러한 제도가 시행된다면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도 업무상 느끼게 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직업재활시설계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는 보충급여에 대해 적극 찬성한다.

하지만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 장애당사자들의 입장에서 철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최소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첫째, 자기결정권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들 중 다수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결혼 등을 통해 가정을 이룬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부모들이 자녀의 인생에 대해 행사하는 결정권이 작지 않다.

또, 많은 부모들은 다수의 사람들이 가는 길을 자녀가 가길 원한다.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도 그러하다. 특수학교든 통합교육이든 학교를 졸업하고 난 후 자녀가 어딘가에 취업해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부모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직업재활시설의 근로장애인에게 어느 정도 안정적인 급여가 지급된다면 장애 자녀가 졸업 후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부모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직업재활시설의 근로장애인들을 보며 가끔 저 사람들이 정말 일하고 싶어서 이곳에 취업을 한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타의에 의해 원하지도 않는 노동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오히려 이러한 보충급여의 도입이 장애 당사자에게는 원하지 않는 노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는 않을까? 보충급여가 시행된다면 근로의지에 대한 고려도 병행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점이다.

둘째, 보충급여 지급에 대한 역차별 논란과 사회통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충분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 법으로 보장되어 있는 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에 대해서도 그 비율이 불과 1%에 지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합법적인 절차에 의한 수의계약을 진행하더라도 비장애인 기업들은 이에 대해 크게 반발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현재 근로장애인의 임금수준이 열약한 만큼 보충급여 규모가 커질 수 있고, 직업재활시설의 수익성이 낮아지고 매출이 감소하면 할수록 공적자금의 투입량이 늘어나야만 하기 때문에 비장애인들의 역차별 논란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또, 일반경쟁고용시장에 취업한 장애인 근로자들과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는 근로장애인과의 형평성에 대한 논란도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장애인들의 직업재활시설 취업을 늘리고 경쟁고용시장 진출의 기피 현상으로 이어지게 될 경우 장애인들의 민간기업 취업 증대를 통한 사회통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이 충분히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대부분의 직업재활시설들은 근로장애인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고, 이미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고 있는 시설들도 존재한다.

그런데 보충급여가 도입되면 자칫 직업재활시설들의 근로장애인 임금증대를 위한 노력이 하향평준화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에도 유의해야 한다.

각고의 노력을 통해 보충급여를 지급 받지 않아도 될 정도의 근로장애인 임금을 지급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보상이나 격려방안 등도 충분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시설운영의 자율성 보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공적자금이 투입과 함께 반드시 동반되는 것이 관리 감독이다. 보충급여 지급에 대해서도 분명 엄격한 관리감독이 병행될 것이다.

지금도 각종 서류 업무로 인해 직업재활시설 종사자들은 근로장애인과의 상담이나 직업능력 향상 등에 쏟을 수 있는 노력 중 적지 않은 부분들을 행정업무에 할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공적자금 투입이 늘어난 만큼 더 많은 행정업무가 부과되게 될 것이고 그만큼 직업재활서비스의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인한 피해는 근로장애인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게 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원해서 장애를 택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장애로 인해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장애로 인해 비장애인과 비교해 보았을 때 생산성 측면에서 낮은 수준을 보이기도 한다.

또 우리 장애인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비장애인과 동일한 노력이나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도 비장애인보다 훨씬 적은 임금을 받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보충급여와 같은 제도는 분명 환영할만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 도입에 더욱 신중을 기해 그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것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 번 잘 못 만들어진 제도는 그 수정 보완에 무척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기도 함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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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래 칼럼리스트 나 조봉래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보조공학부를 총괄하며 AT기술을 이용한 시각장애인의 정보습득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고, 최근에는 실로암장애인근로사업장 원장으로 재직하며 시각장애인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장애와 관련된 세상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소홀히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예리한 지적을 아끼지 않는 숨은 논객들 중 한 사람이다. 칼럼을 통해서는 장애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나 놓치고 있는 이슈들을 중심으로 ‘이의있습니다’라는 코너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갈 계획이다. 특히, 교육이나 노동과 관련된 주제들에 대해 대중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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