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장애인 등록을 한 장애인이어야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에 의한 권리구제 대상이 된다. 장차법에서는 장애라 함은 신체적·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하는 상태라고 정하고 있어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 등록에서의 판정기준을 따르고 있다.

장애인복지법상의 장애인의 정의는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인하여 사회적 제약을 받는 자를 말하는데, 이 장애인의 정의를 장차법이 인용한 것이 아니라 장애인 등록의 기준을 따르고 있어 미등록 장애인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의 금지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일상생활 즉 재화와 용역에서, 고용 현장에서, 교육 현장에서 장애인 등록증인 복지카드를 제시하라고 하고 차별할 것인가 아닌가를 판단하여 차별하지는 않는다. 국민들이 장애인의 차별을 할 경우에는 겉모습을 보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을 한다.

그러나 법에서는 등록을 한 복지카드 소지자만 구제가 될 수 있다. 뇌전증 장애를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대부분의 장애 유형은 일상생활에 현저히 제한되는 만성, 중증의 이상을 가진 자로 하고 있다. 그리고 진행성이 아닌 고착된 상태라야 한다. 뇌전증 장애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현저한 장애만이 장애가 아니라 그렇지 않은 장애인에게도 혜택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어떠한 보호조치도 없다. 이를 주장하는 장애인들에게 정부는 장애 판정기준을 조금 완화해 주는 것으로 땜질하고 있다.

먼저 3년 이상의 증세가 있어야 하고, 2년 이상의 치료 기간이 있어야 하고, 6개월 이상 치료를 하여 온 전문의가 뇌전증 장애 진단을 하였던 것을 발병 후 2년이 경과한 것으로 개선하였다.

장애가 발생하여도 최소 2년, 의료적 조치가 늦으면 최대 4년 이상이 지나야 장애인으로 등록할 수 있다.

발작의 정도를 중증과 경증으로 구분한다. 중증 발작은 전신강직간대경련, 전신강직경련 혹은 전신간대경련을 동반하는 발작,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쓰러지는 발작, 의식 장애가 3분 이상 지속되는 발작 혹은 사고나 외상을 동반하는 발작으로 규정하고, 경증 발작은 조짐(aura), 소발작(absence), 단발적 근간대성발작 등 장애로 인정하지 않는 발작과 수면중 발작으로 구분하고 있다.

발작을 하여도 장애 등록을 받기 어렵다는 비판을 정부가 받아들여 장애 등급 4급까지만 있던 등급 구분에 5급을 신설하였다. 5급 뇌전증 장애는 월 1회 이상 중증발작 또는 월 2회 이상의 경증발작이 연중 3개월 이상 발생하는 경우이다. 4급 기준(연중 6개월 이상의 발작)에 미치지 않는 경우에 대하여도 장애를 인정하였다.

직장에서 한 달 한 번의 발작을 하여도 직장을 그만두라고 해고를 할 수 있다. 월 1회를 3개월 이상 발작하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해고하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등록기준을 완화한 것이 사실이지만 등록의 문이 조금 넓어졌다고 하여 보호나 서비스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 차별의 대상을 모두 막아주는 우산을 펴지도 못한다.

대발작을 하는 경우라면 직장을 거의 가지지 못하거나 포기하기 쉽다. 취업을 포기한 사람은 고용에서 차별을 받지 않을 것이다. 직장을 가지고 일할 만한 경증의 소발작의 경우에는 장애로 등록하지 못하여 사실상 차별금지가 필요한 대상이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보호망을 엉뚱한 곳에 쳐 둔 것이다.

국민은 포커레인의 시각으로 포괄적으로 장애를 차별하지만 국가는 호미의 시각으로 차별을 구제한다. 뇌전증은 1급은 없고, 2급은 월 8회 이상 연속하여 중증 대발작을 하는 경우이고, 3급은 월 5회 이상 중증 발작을 하거나 월 10회 이상 경증발작을 하는 경우이다.

직장에서 월 10회 이상 발작을 하는 사람을 채용하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장애인 스스로도 취업할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다. 주로 직장에서 차별을 받는 경우라면 경증 발작을 간헐적으로 하는 사람일 경우가 많은데, 이 사람은 장애인 등록이 되지 않아 해고라는 차별을 받아도 장차법상 구제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뇌전증은 장애인 등록을 하면 아무런 이득이 없고, 단지 장애가 노출될 뿐이라고 말한다.

보험에서 중증인 시각장애 1급은 보험가입이 되는데, 경증인 저시력 장애인은 장애 등급이 오히려 낮음에도 불구하고 보험가입이 거절된다. 보험사는 전맹은 혼자 여행하지 못하여 보호자가 있을 것이거나 보험은 가입하였으나 외출을 자제할 것이므로 보험사고가 없을 것이므로 가입을 받아 수익을 올리고 보상하여 손실을 볼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다.

경증의 시각장애인은 제대로 보지도 못하면서 돌아다니다가 부딪혀 사고가 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보험사가 보상을 해 주는 경우가 발생하여 손실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여 보험 가입을 거절한다. 중증은 보험 가입이 되고, 오히려 경증 장애인은 보험 가입이 안 되는 차별을 경험하게 된다.

장차법에서는 미국의 재활법과 같이 과거에 장애를 가진 경험이 있는 자와 장애 문제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과 제약이 있는 자도 포함하여야 하고, 장애 등록이 되던 아니든 무관하게 장애를 이유로 차별을 금지하도록 하여 모두가 차별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

장차법은 너무나 허술하고, 구체적이지 못하며, 빠져 나갈 구멍이 넓고, 오히려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으며, 구제에 있어서도 강력하지 못하고 면죄부만 난발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장애를 이유로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나, 학원에서는 차별을 금지하지 않아 차별을 막을 수 없고, 50인 이상의 근로자를 둔 기업에서는 장애를 이유로 차별할 수 없지만 소규모 기업에서는 장애인을 차별하여도 구제하지 못한다.

장차법은 대동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자유와 평등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차별의 판단은 이 원칙보다는 구체적 개별 항목에 대한 개별 조항의 구체적 언급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모바일에서의 동등한 이용이나 접근을 하지 못해도 개별 기준이 없어 권리를 보호하지 못한다.

차별로 인한 결과에 대한 조치에도 재발방지를 위한 인권교육을 권고하는 수준으로 이미 상처를 받은 것에 대하여는 장애인 스스로가 개별적 노력으로 비용을 들여 소송을 지루하게 하여야만 한다.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수 천 만원의 손해배상을 받을 정도의 차별은 그리 많지 않지만, 작은 차별로 큰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지만 그냥 감내해야 한다. 소액의 경우 소송의 실익이 없어 포기하게 된다. 시각장애인들이 홈쇼핑을 집단 소송하면서 손해보상이 아닌 위자료 청구로 소송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차별로 인한 손해액 산정을 장애인이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 장차법은 장애인의 당사자의 대변 역할이나 지킴이로서의 강력한 어떤 무장도 하고 있지 못하다. 차별을 진정하여도 가해자가 사실을 은폐하거나 증거를 조작하거나, 장애인의 진술의 신빙성을 흔들어대면 속수무책이다.

그리고 조사 과정에서 다시 차별을 받아 이중적 상처를 안고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고 참고 사는 법을 배우고 만다. 즉시 받은 상처를 법에서 최대한 도움을 받는 정도라야 1년 후쯤 상처가 아문 다음 다시 상처를 들추어 약을 발라 주는 정도이다.

장차법이 실효성이 있으려면 장애의 기준이 포괄적이어야 하고, 등록 기준과 무관해야 한다. 그리고 피해에 대한 강력한 징벌적 처치가 있어야 하고, 상처에 대한 즉시적인 처방이 동반되는 조치를 강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사각지대를 방치하는 한 장차법은 차별법이고 역차별을 조장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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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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