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예술치료축제 여름캠프에서의 물놀이 난장. ⓒ서인환

세계예술치료협회(World Art Therapy Association, WATA)는 2008년에 설립되어 매년 정기행사와 비정기 행사를 하고 있다. 정기 행사란 겨울캠프로 장애인의 성을 주제로 한 ‘넌 특별하단다’와 여름캠프로 ‘아싸라비아’ 축제가 있다.

그리고 비정기적 행사로는 학교폭력피해자 치유 행사인 ‘꿈틀’(꿈을 담는 틀, 지렁이도 밟으면꿈틀, 이제는 권리를 찾아 꿈틀할 때 등 다양한 의미), 인터넷 중독 청소년 치유 공연인 ‘행복한 냄새’와 ‘잘 먹겠습니다’, 찾아가는 연극치료 ‘뚝딱뚝딱 연극다리 놓기’, 국제 연극치료 심포지엄, 치료견 워크숍 등의 행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유기견보호사업과 장애인재활사업(미술재능 장애인 후원 사업)은 상시적 사업으로 하고 있다.

2012년 법인으로 인가되기 전에는 여름 축제가 ‘형아, 같이 가’, ‘쉿, 이리 와’ 등의 이름으로 행사명을 정하다가 세계예술치료축제 여름캠프는 ‘아싸라비아’로 정착하였고, 겨울캠프는 ‘엄마 쿵, 아빠 짝’ 등으로 사용하다가 행사 명칭을 ‘넌 특별하단다’로 정착하였다. 그리고 유쾌상쾌통쾌 왁자지껄 바자회 ‘아싸라비아’는 ‘나눔축제 아싸라비아’로 이름이 정착되었다.

물론 심포지엄 등 국제행사도 하지만, 세계예술치료축제라고 하니 만국 장애인들이 모두 참여하는 것도 아닌데 세계축제가 맞는가, 과장한 것 같기도 한데, 법인명이 세계예술치료협회이니 행사명이 과장이 아님을 이해하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그 동안 사용한 행사명을 보면, 간지러울 정도로 다가서는 말(쉬, 같이 등), 무언가 추켜세우거나 같이 무엇을 해 보자고 권유하는 말(이리 와, 같이 가), 즐거움을 외치는 말(아싸라비아)들로 되어 있다. 은밀하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말들을 많이 사용하다가 최근에는 ‘아싸라비아’를 많이 사용한다. 세계예술치료협회는 행사마다 순번을 정하여 제17회라고 하였는데, 여름캠프가 17번째라는 의미가 아니라 협회의 전체 행사가 17번째라는 의미이다.

아싸라비아는 일본말 아사리(단순하게)에서 유래했다는 해석은 일본 사람들도 수긍하지 않는다. 아 사라 비어(언니 맥주 한잔)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은 코미디 ‘닭다리 잡고 삐약삐약’이 안주를 찾는 말이라고 생각한다면, 흥겨운 술자리를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나, ‘앗싸’라는 감탄사를 더욱 재미있고 감동 깊게 표현한 말이라고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세계예술치료협회에서는 대표를 대장이라고 부른다. 군대식의 명령체계가 아니라 어릴 적 골목에서 놀던 골목대장처럼 친구인 대장이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 특히 장애인들이 ‘대장, 대장’하면서 불러대는 모습은 너무나 인기 있고 친근한 사람이다.

대장 서현정은 정말 에너지가 넘친다. 그리고 예술치료에 미친 사람이다. 그리고 한번 사고를 치면 대형 사고다. 스케일이 크다는 말이다. 그리고 허물이 없다. 진정한 치료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다.

와타(WATA)는 장애를 숨겨야 하는 세상이 아니라 장애를 만나고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 행사에 장애인만 초대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 다 오라고 한다. 그리고 장애라는 것 자체를 잊어버리고 놀자고 한다.

와타는 올해도 ‘아싸라비아!’ 라고 신나게 외치며 그런 세상을 향해 한걸음 나아갔다. 온 세상을 채우는 잔잔한 치유의 향, 치유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누구에게나 ‘차별 없는 예술치료’를 실현하고자 하며, ‘예술’을 통한 내적 치유와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자 한다. 거대한 예산이 너무나 부담이 되지만, 정 때문에, 치료를 바라는 손길을 외면할 수 없고, 예술의 도가니 속에 하나가 되는 감격을 잊을 수가 없어 그녀는 이 일에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와타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온 가족들이 벽을 허물고 행동으로 즐기는 행사를 진행했다. 교육이나 이념으로 벽을 허물거나 인식 개선으로 허무는 것이 아니라 그저 놀다보면 벽이 없어지고 신바람이 나서 까불고 뛰어다니다 보면 모두가 편견과 지고 있던 무거운 세속의 짐들은 집어던지고 없음을 발견하게 한다.

문화의 샤워를 같이 하면서 다름을 무의식적으로 인정하고 벽허물기가 된다. 실재로 행사에서 살수차를 동원하여 호수로 뿌리는 무지개 문화샤워가 가장 인기가 높다. 형제들은 어느새 물총을 쏘며 서로 동네골목 대장과 전쟁놀이를 한다.

2017 여름캠프 ‘아싸라비아’는 어김없이 경기영어마을 양평캠프에서 열렸다. 올해에도 많은 앞으로 복 받을 기업들이 후원을 해 주었고, 만원의 기적을 바라며 개인 후원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주었다.

8월 25일 2시 자원봉사자들은 행사장에 입소하여 장애의 이해라는 인식 개선 교육과 업무분장별 오리엔테이션과 리허설을 마치고 설렘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당일 오후 4시 30분 용문역에서 쇼케이스 에어리얼 아트 프로젝트 루미너리 행사가 서막을 올렸다. 에어리얼 아트란 스트랩, 실크, 로프 등 다양한 소재의 줄을 이용해 공중에서 움직임을 선보이는 서커스의 한 장르이고, 루미너리(의지라는 뜻)는 공연단 이름이다.

26일 10시 사전 신청에서 선정된 100명의 15세 이하 장애인과 장애인 형제, 부모들은 서로 손을 잡고 행사장에 나타났다. 등록을 하고 1시간 반 동안 체험 프로그램을 참여할 수 있었는데 로봇체험과, 가면체험관, 페이스페인팅, 비즈공예, 쉬링크 아트, 쥬얼리 우정 팔찌만들기, 월드퍼즐 색칠놀이, 종이공작소 등의 부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대형 행사에서나 봄직한 규모라 참가자가 200(봉사자 포함)명이라는 것이 초라한 것 아닌가 오해할지 모르겠으나, 대장은 처음부터 100명을 위해 준비한 마치 상다리가 부러지듯 차린 것이다. 대장은 그런 사람이다.

11시 30분 공연이 시작되었는데, 사전 공연으로 피아노 연주와 코믹 마술공연, 해와 달 연극공연이 있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캠프장에서도 에어리얼 아트가 공연되었고, 장애가족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물놀이 난장이 벌어졌다.

친한 친구를 장난으로 바다에 빠뜨리듯 참가자들은 대장에게 집중공격으로 물총을 쏘아대었고, 대장은 살수차 호스를 이용하여 수압을 조정하여 참가자 머리 위해 무지개가 비치도록 물을 뿌려주었다. 물이 아니라 축복, 문화의 샤워를 시원하게 해 준다는 선지자와 같은 상징적 모습이었다. 디제이는 신나는 음악을 틀어주었고, 참가자들은 모두가 신나게 몸을 흔들며 춤을 추었다. 움직일 수 있는 모든 신체를 마음껏 흔들었다.

젖은 몸을 닦고 다시 모여 반을 나누어 미술치료, 음악치료, 무용치료, 저글링(제킬, 일본), 행드럼(김성광), 행드럼, 고마우체국 등 예술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놀이방으로 해님, 달님, 호랑이반으로 나누어 연령과 장애 정도를 고려한 모두가 참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욕구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통합교육에 장애인이 방치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로 캠프의 세례를 받은 후라서 그런지 몰입도가 대단하였다.

행사 참가자만이 아닌 지역주민을 위한 거리공연도 동시에 진행되었는데, 클라운진의 벌룬쇼, 구름치기의 마임동화, 박현우의 매직서커스, 최인규의 스마일요요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저녁을 먹고 매인 공연이 펼쳐졌는데, 놀이치료 프로그램 참여로 거리공연을 보지 못한 참가들을 위하여 거리공연 출연자들이 다시 무대에 올랐고, 그 외에 코요(일본)의 마임, 김해성의 일루젼쇼, 플레이밍화이어의 화이어갈라쇼, 구본진의 변검 등이 보태어져 공연은 화려한 환타지와 깊은 감명의 세계로 참가들을 이끌었다.

단잠을 자고 일어난 다음날 아침 식사 후 짝지와의 시간을 마련하여 대화의 시간을 만들었고, 이어서 장애아동들이 율동시간을 갖는 동안 비장애 형제들과 부모들은 미션임파셔블과 엄마찾기 게임 등 힐링과 즐거운 휴가 시간을 제공했다.

그리고 미스터피자 드림팀의 도유쇼로 만들어진 피자를 먹고 다음 해를 기약하고 행사는 막을 내렸다. 행사를 위해 많은 전문가들을 동원하였고, 심지어 일본에서까지 전문가를 초청하는 등 예술치료의 모든 것을 압축하여 보여주었고, 예술이라는 힐링을 마음껏 즐기게 해 주었다.

대장은 행사를 마치고 그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가라앉자 내년에 더욱 좋은 프로그램으로 선물을 해 주고 싶은 욕망과 사명감을 느끼면서도 점점 기업의 지원과 만원의 기적을 바라는 후원자가 줄어들어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나는 대장이고 기대하고 불러주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

남을 치료하면 치료하는 사람은 기가 빠진다고 누가 말했던가! 대장이 ‘행사를 홍보해 주세요.’라고 말하면 참가자들이 ‘신청 경쟁에서 불리할까봐 홍보 못하겠어요.’라고 말하는 그 만족한 사람들의 얼굴이 눈에 어른거려 여기서 멈출 수도 없다.

메인 공연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서인환

대장 서현정은 인디언 인형처럼 웃고 있지만 1인당 200만원이 소요되는 내년의 2억원 마련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행복을 전하는 천사는 대장이라고 불러주는 사람들에게서 행복을 찾지만 계속 이어가고 싶은 마음과 힘에 부친다는 심정은 솔직한 고백이다. 더 많은 친구들이 생겨서 도와주었으면 한다. ⓒ서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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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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