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매한 질문 하나만 하자. 후천적이든 선천적이든 장애를 가지게 되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건강, 긍정적 사고, 도전적인 생활... 아니다. 대부분이 경제적인 여유라고 대답할 것이다. 속물 같지만 그렇다. 필자의 경우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 장애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나 힘들다. 그러나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조금은 나을지도 모른다. 지하철도 공짜, 항공기도 반값, KTX도 반값, 극장도 반값이니 돈 안 들어도 되지 않느냐? 라고 반문을 할 수도 있겠다. 전체적인 것을 못 보는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장애를 유지하는 비용이 너무 비싸다. 합병증과 후유증으로 자주 병원을 가야하고 언제라도 건강에 문제가 생겨서 생각지도 않는 의료비에 돈이 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동휠체어의 자부담은 209만원의 5배에서 최대 15배 이상이 들고, 수동휠체어도 건보지원의 48만원에 5배에서 10배 이상이 들기도 한다.

활동지원제도와 의료요양비에도 자부담은 부담이 된다. 편한 주거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집안의 턱을 없애고 주방과 화장실을 손을 보려 해도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다.

유지비가 적게 드는 경차를 사고 싶어도 휠체어를 태우기가 불편하여 어쩔 수없이 큰 차를 탄다(2,000cc까지, 그 이상은 세금이 무섭다). 여행을 할 때 싼 곳에서 자고 싶지만 침대도 있어야 하고 화장실크기 때문에 제대로 된 숙소를 구해야 하고, 저렴한 길거리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싶어도 배탈날까봐 조금 더 비싼 곳을 찾게 된다.

그래서 장애인은 돈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장애인들은 돈이 없다. 수입이 없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을 하기가 어렵고 설사 한다한들 안정된 직업이 아닌 저임금과 계약직 등으로 고용이 늘 불안하다.

대부분 후천적 장애인인 척수장애인은 어떻게 다쳤느냐에 따라 계급이 존재한다. 연금이 나오는 보훈과 산재, 일시적 보상금이 나오는 교통사고. 현실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초생활은 가능하다는 기초생활수급권자, 위의 부류에도 끼지 못하는 MH(맨땅의 헤딩)등이 있다. 최근에는 질환으로 척수장애인이 되는 경우는 대부분 보상이 없다.

연금수혜자들은 몸만 잘 관리한다면 사망 시까지 연금이 나오니 일단 돈 적정은 없을 것이다. 정년걱정도 없다. 기초생활수급자도 근로를 하거나 하는 무모한(?) 도전만 없으면 그런대로 이런 저런 혜택으로 살아간다. MH들은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헝그리 정신으로 생활전선에 좌충우돌 열심히 살려고 한다.

필자가 오늘 논하고자하는 부류는 일시금으로 보상을 받는 교통사고 척수장애인의 경우이다. 이들은 오랫동안 보험회사와의 지리멸렬한 싸움 끝에 보상금을 수령한다. 하지만 이 보상금을 제대로 관리를 못하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왕왕 있다.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하다가 40~50대에 사고가 나신 분들은 이 돈으로 재테크를 한답시고 굴리다가 낭패를 보기도 한다. 사업을 하기도 하고, 주식을 하기도 하고 나름대로 고민을 하지만 애석하게 실패를 경험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차라리 처음부터 없었으면 방황은 하더라도 포기라도 할 텐데, 있다가 놓친 경우는 또 다른 불안함과 불편함을 겪는다. 많이 힘들어 한다. 자살을 하는 경우도 있다. 너무 개인적인 문제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지혜롭게 돈 관리를 하라고 조심스러운 조언을 하고 싶다.

더 어려운 문제는 장애인당사자가 미성년이거나 사회경험이 없는 젊은 나이인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대부분 부모님이 돈 관리를 한다. 자녀의 미래를 위해 심사숙고를 하여 관리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를 주변에서 쉽게 본다.

자녀의 보호자이긴 하지만 피 같은 보상금을 마치 자기 돈 인양 마구 쓰다가 빈털터리가 되는 경우도 보았다. 부모의 형제자매에게 나누어 주는 경우도 있고, 사업을 하느니 고급자동차를 구입하느니 큰 집으로 이사를 가느니.. 깊은 숙고 없이 장애인 자녀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보다는 현실의 안락함에 빠지는 경우이다.

부모들도 자녀를 위해 불편을 감수하며 오랜 기간 동안 병간호하느라 고생했으니 이 정도의 권리는 있다고도 한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장애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안다면 심사숙고를 해야 할 일이다.

애석하게도 이러한 보상금을 관리하는 전문적인 교육이 없다. 소비자 운동에 대한 교육은 있어도 보상금을 잘 운용하는 방법에 대한 전문교육이 없다. 모두 개인적인 일이라고 치부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병원에서부터 당사자와 가족을 위한 장애인식교육부터 해야 한다. 척수장애인의 어려움과 곤란함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한 이유이다. 장애를 잘 알고 대처하는 것만으로도 경제적인 이득을 얻을 수가 있다.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신탁제도도 필요하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젊은 척수장애인들은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기를 권한다. 인생 100세 시대이고 중증장애인들도 크게 다르지가 않다. 10대, 20대는 물론 30대까지도 남은 인생을 위해 교육에 대한 투자를 하기를 바란다.

석사도 하고 박사까지도 하면 좋겠다. 외국유학도 권한다. 미국의 통계에 의하면 학력이 높은 척수장애인일수록 좋은 직장과 높은 수입의 기회가 많았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공직의 기회와 학교에서도 기회가 많다. 준비된 장애인들에게는 오히려 더 많은 기회가 있다.

가장 실속있는 재테크는 가지고 있는 돈을 까먹지 않는 방법이다. 그러려면 까먹지 않도록 경제활동을 하면 된다. 교육에 투자한 것으로 그 보상을 받을 수가 있다. 전문가가 되면 수입을 보장받을 수가 있다.

평생을 중증장애로 살아가야 하는 척수장애인이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고 현명하게 살도록 가족의 지지가 필요하다. 척수장애인 당사자들도 편안함에 안주하지 말고 미래에 대한 심사숙고를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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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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