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겁고 행복한 마음이 드는지 궁금하다.

소문난 맛집을 찾아가 몇 시간씩 줄을 서 기다려 가며 먹는 별미에 한없이 행복한 표정을 짓는 이도 있을 것이고, 벼르고 벼르던 물건을 사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며 흡족한 마음이 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경치를 볼 때, 취미생활을 할 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누군가에게 칭찬을 듣거나 인정을 받았을 때, 혹은 자신의 꿈을 이루었을 때 등 다양한 상황들 속에서 각자 다른 정도의 만족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이들 중 누군가는 이타적인 행동이나 선한 일들을 했을 때 스스로 큰 만족을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다 보면 이러한 이타적인 행동들을 통해 만족을 얻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복지기관에 후원금을 내는 이들도 있고, 직접 찾아와 여러 행사나 프로그램에 일손을 보태는 봉사자들도 많다. 물론 요즘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러한 이타적 행동들에 참여하게 되는 이들도 많이 있지만 대부분은 활동을 마칠 때 흐뭇한 표정이 되곤 한다.

봉사활동이 보편화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봉사활동을 통해 개인들이 얻는 것 또한 적지 않음을 실감하게 된다. 오늘은 이러한 봉사활동과 장애학생에 대해 이야기 해 볼까 한다.

초등학교 4~5학년 이맘때의 일이다. 당시에는 자원봉사활동이 그렇게 보편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담임선생님이 생각이 조금 앞서 있는 분이셔서 인지 봉사활동을 방학 숙제중 하나로 내 주셨다.

앞도 잘 보이지 않아 학교 다니는 것 자체가 녹록치 않은 일인데 내가 어디 가서 무얼 해서 봉사활동 숙제를 해결할지 한참을 고민해야 했다.

이 궁리 저 궁리 끝에 친한 친구 두 세 명과 함께 동사무소, 파출소 등을 찾아다녔고 동네에 있는 개천 주변을 그 아이들과 함께 청소하는 것으로 방학숙제를 할 수 있었다.

길에 떨어진 담배꽁초조차도 보이지 않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았다. 그저 상당히 커다란 종이 정도를 줍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했기에 그 숙제도 무사히 해 낼 수 있었다. 그 이후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는 동안 다행히 그러한 봉사활동이 과제로 주어지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봉사활동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하였고 대학에 진학 할 때쯤 대학생의 봉사활동이 필수가 된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다행이도 내 뒤 학번들부터 사회봉사 학점 취득이 졸업요건이 되어 봉사활동 때문에 고민을 하지는 않아도 되었다.

그 후 30대가 되었을 때, 공무원 경력경쟁 시험에 지원 했다가 서류전형을 통과하여 최종면접에 가게 되었던 적이 있었다.

면접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간단한 질문 몇 가지에 대하여 작성해야 했는데 이 질문에 최근의 봉사활동 내용을 적으라는 것이 있었다. 딱히 적을 수 있는 내용이 없었다. 그리고 그 면접의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물론 단지 봉사활동 내역을 적지 못해 떨어진 것은 아니겠지만 그것도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지금도 가끔 든다.

그 후로 제법 많은 시간이 흐른 후 시각장애인학습지원센터에서 일 할 때 시각장애 대학생들과 만날 기회가 많아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다 봉사활동 이야기가 나왔다. 많은 대학교들이 사회봉사 학점 취득이 졸업 필수요건이지만 장애학생에게는 이를 면제 해 주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한참을 이게 과연 최선인가 하는 생각을 해야 했다. 결론 먼저 이야기 하자면 이것이 좋은 방법이라는 데에 동의할 수 없다. 그래서 제일 먼저 했던 것이 시각장애 대학생들을 위한 봉사활동 프로그램 개발이었다.

녹음도서와 DAISY도서를 만드는 팀에서 비장애 대학생이나 직장인 봉사자들이 만들어 놓은 파일의 오류 등을 검수하는 일을 시각장애대학생 봉사자를 모집하여 진행했었다. 그 후 직업재활시설 쪽으로 옮기게 되어 아직 잘 진행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 봉사활동에 관심을 보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했던 시각장애 대학생들도 제법 있었다.

장애학생에게 자원봉사 학점 취득 의무를 면제해 주는 것이 정당한 편의 제공이나 배려에만 해당하는 것이라 볼 수 있는 것일까? 물론 장애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는데 제약이 많이 따르기에 비장애학생과 동일한 의무를 부여할 경우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런데 봉사활동이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활동처럼 간주되고, 심지어는 면접시험 등에서 조차 질문으로 다루어지는 상황에서 장애학생들은 봉사활동에 참여해 볼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또 다른 소외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닐까 우려가 된다.

학창시절 학급에 유일한 장애학생이었던 나는 체육 수업이나 교련 수업에서 주로 교실을 지켰었다. 그 덕에 체격이 좋은 편도 아니고 체력이 강한 편도 아니다. 물론 밖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운동이나 활동이 거의 없었기에 당연한 결과 였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이들에 대해 좀 더 배려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장애를 가진 나도 비장애 학생들과 함께 어울려서 체육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도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지금 좀 더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았을까?

봉사활동도 마찬가지다. 초창기에는 장애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봉사활동 프로그램들이 많지 않아 이러한 의무를 면제해 주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봉사활동에 사회적 관심이 커진지도 20여년이 가까워져 가고 있다. 진짜 바람직한 복지국가라면 장애학생들을 위한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장애학생도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그를 통해 만족감과 성취감 등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봉사활동의 긍정적 기능은 단순히 개인적 만족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통해 개인을 성장하게 하며, 사회 성원으로서의 소속감과 연대의식 등을 키워주고 더 나아가 사회의 긍정적 발전을 이끄는 데에 까지 이른다.

장애학생들은 봉사활동을 통해 비장애인과 자연스럽게 동등한 사회 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초석을 다질 수도 있을 것이다. 자원봉사 문화가 성숙된 만큼 장애학생의 봉사활동도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무조건적인 면제가 아니라 자신이 가진 능력을 고려하여 그 범위 내에서 함께 활동할 수 있도록 이들의 활동 영역을 넓히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힘드니까 빠져 있으라는 것은 결코 배려가 아니다. 오히려 배제를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진정한 배려와 통합은 힘들지만 우리가 함께 서로 도와 가며 같이 가보자 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연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각 급 학교들이 방학에 들어갈 무렵, 어쩌면 또 많은 장애학생들은 봉사활동 참여 자체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봉사활동이 하고 싶어도 적당한 활동프로그램을 찾지 못할 것이다.

이전에 쓴 글처럼 아르바이트 기회조차 얻기 어려운 장애 학생들에게 봉사활동도 비장애학생들과 자꾸만 격차가 생기게 하는 요인들 중 하나는 아닐까? 내가 초등학교 시절 경험했던 것처럼 비장애학생들과 함께 수행하면 장애학생들이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은 생각 보다 많다. 또, 이들의 능력을 잘 고려한다면 장애학생들이 타인을 위해 공헌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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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래 칼럼리스트 나 조봉래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보조공학부를 총괄하며 AT기술을 이용한 시각장애인의 정보습득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고, 최근에는 실로암장애인근로사업장 원장으로 재직하며 시각장애인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장애와 관련된 세상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소홀히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예리한 지적을 아끼지 않는 숨은 논객들 중 한 사람이다. 칼럼을 통해서는 장애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나 놓치고 있는 이슈들을 중심으로 ‘이의있습니다’라는 코너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갈 계획이다. 특히, 교육이나 노동과 관련된 주제들에 대해 대중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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