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준이가 부평재활요양병원에서 투병하고 있는 모습. ⓒ밀알복지재단

예준이는 2011년 당시 6살이었는데, 할머니와 누나와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달려온 1톤 트럭에 치어 뇌병변 1급 장애인이 되었다.

예준이 어머니는 사고 전에 어린이집에서 재롱잔치를 하던 동영상을 자주 보면서, 인형옷을 입고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던 예준이의 귀여운 모습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다. 2011년 6월 1일, 예준이의 출석부는 이날의 도장을 찍은 후 그대로 공백으로 멈추어 있고 어린이집에 갈 때 매었던 가방도 그 자리에 멈추어 있다.

예준이는 교통사고로 두개골이 골절되는 치명상을 입기는 하였지만, 두 달 간 치료를 하고 난 후 음식을 삼킬 수도 없고, 목에 구멍을 뚫어 관을 통해 숨을 쉬는 정도였지만, 대화도 하고 엄마에게 재롱을 부리기도 하였다.

더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려고 입원해 있던 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으로 이송을 하였는데, 그 병원에서 목관이 불편하니 30만원짜리 좋은 제품으로 교체하자고 제안하였다.

예준이 어머니는 몇일 생각을 좀 해 보겠노라고 답했는데, 의사는 비싼 제품이 좋은 것은 당연한데 왜 망설이냐며 교체수술을 동의하기를 집요하게 독촉했다.

40분의 수술을 한 후 예준이는 말을 할 수도 없고, 움직일 수도 없는 뇌병변장애인이 되었다. 수술 도중 산소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거나, 심장이 일시 정지상태가 되어 심폐소생이 늦을 경우 일어나는 현상이다.

예준이 어머니는 교통사고에 의료사고까지 발생한 결과라 여기고, 병원에 책임을 묻기로 하였는데, 이 소식을 들은 친척의 소개로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을 알게 되어 소송 사건을 맡기게 되었다.

그 변호사 사무장은 20억원까지 책임지고 받아올 것이라며 호언장담을 하며 변호사 비용으로 6천만원을 달라고 하였다. 예준이 어머니는 돈을 마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소송을 수임하였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변호사의 서비스는 형편이 없었다. 충분한 의료기록을 확보하고, 자동차보험 회사와 병원측에 배상을 요구하는 논리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 대한 가족에게 충분한 설명도 없었다.

재판 과정에서 법원에도 쫓아가 보고 싶었지만, 움직일 수도 없는 예준이를 병원에 눕혀 놓고 나다닐 수도 없었다.

결국 1심과 2심에서 연이어 패소를 하였고, 변호사를 바꾸어 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기각되고 말았다.

그러자 그 동안 병원비를 충당하고 있던 자동차보험사는 병원비 지원을 끊어버렸고, 늘어나는 병원비에 전세값마저 빼서 사용해야 했다. 중학생인 예준이 누나는 언니 집에 맡기고, 오빠는 친척집에 맡겼으며, 예준이 아빠는 회사차 안에서 잠을 자는 신세가 되었다.

사건을 맡겼던 사무장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 또 다른 사건이 있어 현재 구속 중이다. 예준이 어머니는 교통사고와 의료사고에 이어 장애인이 된 안타깝고 절박한 마음을 악용해서 사기까지 당한 것이다.

예준이는 재활치료를 계속해야만 그나마 경직된 근육을 조금이라도 풀어줄 수가 있어 재활치료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겨우 숨을 헐떡이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지만 계속 옥죄어 오는 생활고와 나락으로 추락해 가는 가정형편을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 예준이 어머니는 신문고에 글을 올렸고, 이 사건은 경찰서에 배정되어 재수사를 하고는 있지만, 형사적 조사가 예준이를 일어나게 하거나 경제적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재판에서의 판결문 등 기록물마저 변호사 사무실에서는 분실을 했다고 알려 왔으니 믿고 있던 예준이 어머니는 이제 잡을 지푸라기도 없는 심정이다.

이러한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밀알복지재단에서는 “밀알, 희망이 되다 110호”에 예준이의 사연을 올렸다. 그날 이후 모든 게 달라진 예준이의 경과와 형편, 손목과 발목만이 아니라 척추마저 휘어져 가고 있는 상태의 심각성을 설명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그리고 예준이 가족들이 씩씩하게 세상으로 나아가도록 사랑을 전하자며 후원모금에 나섰다.

재판과정에서 변호사의 과실이나 태만이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수준까지 있었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체크해 보지는 못했지만, 대법원까지 소송이 끝난 시점에서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의해 구제방법은 마땅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병원 내에서만 6년을 살아온 예준이 어머니로서는 당장 병원비와 생활비 마련도 막막하다. 이런 숨조차 쉬기 어려운 최고의 압박감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살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이 국가와 사회의 존재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예준이가 고통 속에서 벗어나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이도록 서로 돕는 것이 시민의 책무일 것이다.

예준이 어머니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직 예준이에게만 집중한 것은 가장 시급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예준이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만사 제쳐 놓고 사회도 가장 도움이 필요하고 절박한 사람을 최우선으로 지원해 주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무서운 속도로 나락으로 추락해 가고 있는 예준이 가족에게 손을 내밀어 힘껏 붙들어 줄 슈퍼맨이 필요하다. 그 슈퍼맨은 내일 찾아오면 소용이 없다.

6년을 혼자 버티어 온 예준이와 어머니에게는 이제 더 이상 살아갈 에너지는 없이 완전 소진상태에 놓여 있다. 이제 힘을 보태어 손을 잡아 주어 온기를 느끼게 해야 다시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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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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