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받아서 유치원 못 다니겠어!”

대화 중 듣게 된 한 유치원생의 말이다. 이 아이는 ‘스트레스’라는 단어를 명확히 알고 쓰는 것일까? 이 아이에게 다가온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 이기에 원에 다니기를 거부했을까?

터질까 말까 아슬아슬한 풍선? 아니면 부글부글 끓고 있는 냄비?

적어도 답답하고 터질 것 같은 기분을 느껴 ‘스트레스’라는 단어를 쓰게 되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위 아이에게 ‘너의 기분을 감정 단어로 표현해봐, 너의 상황을 차분히 이야기해봐’라는 요구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았다. 유치원에 안다니겠다.’가 이 친구의 결론인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문제 해결 단계 중 ‘생각하기’가 깊이 있게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을 통해 알 수 있듯 이 아이는, 사건이 일어나면 상황판단이 어려워 그 결과가 부정적이고 감정적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마찬가지로 필자가 상담한 많은 친구들 또한 ‘생각하기’의 단계가 깊지 않고 부정적이며 감정적 이었던 예가 있다.

아동들의 스트레스 예시 ⓒ김지연

그중 두 명의 친구를 예로 들어보자. ‘걱정의 벽’이라는 제목으로 각자의 스트레스 요소에 관해 적어보는 활동을 했다.

그 중, A군은 ‘친구들에게 자꾸 왕따를 당하는 것이다.’라고 적었고, B양은 ‘내가 밥 먹을 때 엄마가 자꾸 리모컨을 가져다 달라는 것이다.’였다.

당시 3학년이었던 A군의 상황은 친구들과 신체적으로 다른 모습에 놀림을 많이 받았고, 따돌림을 당해 정서적으로 불안해져 있었다.

울먹이며 했던 말 중, 자신이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있는데 친구들이 신체적인 모습을 놀려댔고 무리지어 들어와 구경을 했다며 수치스러웠던 상황을 이야기했다.

A군이 취한 행동으로는 친구들에게 물을 뿌리고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 B양은 정서문제가 있었고, 어머니 또한 우울증을 앓고 있어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의 모든 요구사항에 늘 불만족스럽고 화가나 있어 B양이 취했던 방법은 욕을 했다고 한다.

이 친구들에게 한 질문은 “아주 잠깐이라도 멈추고 결과를 생각해 보았니?”였다.

앞서 이야기한 바 있지만 화가 났다고 해서 감정적인 행동으로 보이는 것은 결코 옳은 선택이 아니다. 감정단어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호흡을 고른 후 멈춰서 차분히 생각해보아야 한다.

하지만 적절한 감정단어로 표현할 수 없고 감정이 스스로 제어가 되지 않을 때에는 무조건 잠시만 ‘멈춘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해결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에는 첫째, 모든 상황에서 내 감정을 포기하는 선택이 있을 수 있다.

둘째, 내 기분이 시키는 대로, 감정대로 행동하는 선택이 있을 수 있다. 모든 경우의 수의 선택에 대한 결과를 상상해 보자.

멈춘 후 바로 내가 이 사건에 관해 포기 혹은 감정대로 행동한 결과가 긍정적이지 않을 것으로 판단이 된다면, ‘생각하기’ 단계를 꼭 거쳐야 한다.

이후 혼잣말(self–talk)이 필요하다. “뭐가 문제인건지?”에 관해 생각해보자.

“이 선택이 내가 얻고 싶은 것을 더 얻게 되나?”

“이 선택이 상황이 더 좋아질까? 나빠질까?”

“이렇게 하면 문제가 없어질까?” 등

미리 상황에 대비하여 내가 생각해볼 수 있는 리스트를 마련하여 멈추고 생각해본다. 두 친구 모두 멈춰보지도 생각해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A군은 지금 다시 선택하라면 절대로 고함을 지르며 물을 뿌리지 않았을 것이고 차라리 선생님께 뛰어갔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나에게 돌아온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B양 또한 자신은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았겠지만 나빠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며, 밥을 먹었던 상황임에도 화가 나는 자신의 마음을 포기하고 리모컨을 가져다줬겠다고 이야기했다.

생각한 것을 선택하고 행동하며 그 후 결과를 비교해 본다면 분명 달라지는 상황들이었다. 무조건 최선의 선택은 아닐 지라도, 적어도 부정적인 결과보다는 낫다고 판단이 된다.

선택에는 정답이 없다. 하지만 적어도 잘못된 선택과 최선의 선택을 구별할 수 있는 연습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잘못된 선택으로 통제력을 잃고 난 후 자괴감으로 힘겨워 하지 말고 연습을 통해 잘 생각하고 문제해결을 잘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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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칼럼리스트 현재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심리치료사로 근무하고 있다. 치료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각종 어려움(발달, 정서행동, 학습장애 등)을 겪고 있는 친구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나아가 사회성 향상을 위한 방법들을 전하고 다시 한 번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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