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시민연대’ 등은 지속적으로 장애인들도 탑승 가능한 고속버스의 운행을 요구해 왔다. 특히 명절이 되면 ‘장애인도 고속버스 타고 고향에 가고 싶다’며 장애인에 대한 차별 없는 교통의 이용을 주장해 왔다.

교통약자 편의증진법 제3조에서는 ‘교통약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9조에서는 ‘교통사업자 및 교통행정기관은 이동 및 교통수단 등을 접근, 이용함에 있어서 장애인을 제한, 배제, 분리, 거부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하고 있다. 이 규정으로 보면 고속버스, 시외버스, 마을버스 등은 모든 교통수단의 하나임에도 아무런 장애인의 접근이용에 대한 방안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규정이 장애인의 권리를 정하고 있는 권리선언적 규정이라면 구체적 실천 방안이 법에 다시 규정되어야 하고,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할 구체적 규정이라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권리가 구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제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재 몫을 다하지 못했다. 상대가 개인이 아닌 국가이거나 법이나 제도적으로 미비하여 환경이 조성되지 못하여 침해받고 있는 권리에 대하여는 대충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런데 장애인계의 강력한 요구가 계속되자, 국가인권위원회가 2015년 5월 국토부에 장애인이 이용 가능하도록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를 휠체어 탑승 가능한 시스템으로 바꿀 것을 권고하였고, 국토부는 이에 응하여 90여 억원(정부와 민간투자)을 들여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고속버스 탑승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DB

장애인이 자주 이용하는 일부 노선에 편의제공의 대안을 마련하거나 일정 비율로만 이용하도록 한다면 장차법에 의한 제한에 해당하므로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장애인을 위해 많은 비용이 투입되어야 하므로 재정적 어려움으로 부담이 되는 것에 대하여 국토부 관계자에게 질의를 하였더니 ‘이제 우리나라도 약자를 위해 선진적인 인권 정책을 마련할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며 매우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민간 운수업자들이 과중한 부담이라며 국가의 보상을 요구할 수도 있는데, 국가에서 지원할 수 있겠느냐고 질문하자, 이용자가 적어 적자를 보는 구간에 손실을 보전해 주고 있는 제도가 있으니 국민들의 합의만 있다면 못할 일은 아니라고 조심스럽게 기대한 질문자가 오히려 당황할 정도로 긍정적이었다.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휠체어 탑승 버스를 개발해야 한다. 휠체어의 크기가 다양한데 자신의 휠체어를 타고 승하차가 가능하겠는가의 문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비행기처럼 표준 탑승용 휠체어를 별도로 사용하도록 하고, 갈아탄 휠체어는 화물칸에 싣고 가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다양한 휠체어를 탑승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런데 장애인들이 자신의 신체의 일부로 생각하는 휠체어를 화물로 싣는 것에는 부정적일 것이다.

그리고 휠체어를 갈아타기 위해서는 신체적 접촉을 통한 도움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거부감도 있을 것이다. 지하철과 같이 공공근로나 공익요원의 파견이 필요할 수도 있다. 또한 화물칸에 고정장치도 필요하고, 입구가 충분한 크기인지도 문제이다.

휠체어만이 아니라 스쿠터도 있어 활동공간이 넓어야 하는데, 버스는 차체의 폭이 그리 넓지 못하다. 휠체어 회전의 활동공간은 나올 수가 없다. 그렇다면 버스의 측면에 승강구 패키지를 개발하고, 승강장치를 국산화해야 한다. 발판이 나와 아래로 내려와서 휠체어를 싣고 차 안으로 들어가도록 한다면 장애인은 정면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측면을 보면서 여행을 하게 된다.

이 자세를 바꾸려면 돌림판을 설치해야 하는데, 레일과 돌림판을 동시에 장착하는 기술에 어려움이 있다. 또한 승강자치는 휠체어의 무게와 장애인의 무게 등을 감안하면 상당한 무게를 견딜 수 있는 발판이 필요하다.

평소 장애인 탑승이 없을 경우 빈 자리로 비워두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므로 평소에는 비장애인 고객이 탑승하고 의자를 옆으로 접으면 휠체어 탑승 공간이 나오도록 슬라이딩 가변식으로 만들면 최소한 휠체어 좌석을 만들기 위해 비장애인 좌석 4개의 공간이 필요하다.

시속 100킬로미터 이상으로 달려도 안전한 안전장치가 필요한데, 안전장치가 잘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현재 장애인들이 이용하고 있는 휠체어가 고속 주행에서의 충돌과 같은 충격을 견디는 구조로 되어 있지 않은 것도 문제여서, 안전에 대한 책임을 운송사가 져야 하는 부담으로 탑승을 기피할 우려도 있다. 사고에서의 안전과 보상문제도 고민이다. 별도의 표준 휠체어를 적용하는 것이 이러한 이유에서는 설득력이 있다.

이러한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시범운행을 하면서 모니터링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터미널이나 휴게소에서의 승하차가 편리하도록 시설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의 버스들이 줄지어 플랫폼에 서 있는 상태에서는 탑승 공간이 없어 휠체어 탑승이 불가능하므로 장애인 탑승구역을 별도로 정하여 비행기처럼 우선 승차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고, 휴게소에서는 버스 주차장 중 일부를 장애인 주차장과 같이 휠체어 탑승 주차장을 별도로 만들어 폭을 넓게 할 필요성도 있다.

운전자를 위한 교육도 필요하고, 매뉴얼 개발도 필요하며, 교통약자법과 운수사업법의 개정도 필요하다. 그리고 장애인 탑승을 예약받기 위한 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한다. 장애인이 터미널 현장에서 표를 구입하여 휠체어 탑승을 요구할 경우 버스의 휠체어 공간을 준비하는 등 운행시간에 차질이 있을 수 있으므로 불가피하게 사전예약제가 실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시에 모든 버스가 휠체어 탑승이 가능하게 하기에는 비용의 어려움이 있으므로 장애인콜택시와 같이 5개년 계획으로 일정 비율을 정하여 버스를 개조해 나가거나 신차 구입시에 적용하는 등의 순차적 적용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운송사는 장애인 탑승에 대한 비용의 지원을 정부에 요구할 것이다. 대당 1억원만 계산해도 시설비용을 포함하면 1조 이상의 비용이 들 것이다.

정부에서 운송사에 지원하는 금액이 의자를 접은 공간인 4인의 요금을 요구할 경우, 그 금액이면 차라리 특별운송수단을 시외버스용으로 하여 대절방식으로 하는 방법은 어떤가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시각장애인 생활이동지원센터의 경우 반나절 대절은 대략 3만원, 하루 종일 대절은 7만원 정도이고, 콜택시의 경우 1인 이용시 평균 2만 5천원 정도의 지자체 지원이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별도의 전국구 특별운소수단 대절제를 도입하는 것이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연구비 90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고 하면, 사람들은 장애인 차량 개조비에 비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 아닌가 의아해 하겠지만,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별도의 차량을 완전히 처음 개발하는 비용이 들며, 각종 시험과 법적 조건의 충족을 테스트해야 하므로 사실 넉넉한 비용이 아니다.

그냥 뚝딱 개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장애인 수요에 대한 설문조사 연구 등 부가적 연구과제들이 많아 사실 개발비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한 대의 차량에 모든 좌석이 슬라이딩 식으로 휠체어 탑승 공간으로 변하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므로, 한 대만 실을 것으로 한다면 만약 휠체어 장애인들이 수 십명이 단체로 고속버스를 이용하여 워크숍을 간다면 이동에만 하루 종일이 걸릴 수도 있다.

비장애인은 단체 이동이 되는데, 장애인은 왜 안 되느냐며 이 또한 차별이라고 말할 것이다. 차량 구입비도 올라가고 운영에서의 위험성도 더 높다고 처음에는 걱정이 많아 운송사의 거부감을 설득하는 것도 큰 과제이다.

그리고 처음에는 대도시 노선으로 우선 배차하는 것보다 철도 노선이 없지만 빈도가 높은 구간부터 배차하는 것이 좋겠다. 그래야 다른 운송수단이 없는 구간에서의 이동문제가 먼저 해결되기 때문이다. 지금 개발이 시작되면 적어도 실제 탑승이 가능할 시기는 몇 년은 족히 걸릴 것이지만 차별 없이 장애인도 이용하는 시대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미국의 경우 그레이하운드 고속버스에 휠체어 탑승이 가능하도록 운행을 하고 있는데, 주로 자가용이 많은 장애인들로서는 고속버스의 편의도 불편하여 이용률은 그리 높지 않다고 한다.

현재 휠체어의 보급대수와 이용에 대한 수요조사가 먼저 이루어지고 나면 이용자가 적다는 이유로 사업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 조사는 정확한 수요 파악으로 행정적 조치를 강구하기 위한 기초조사이고, 시행은 수익성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접근성의 보장이라는 점에서 추진되므로 염려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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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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